십자가
김효숙 작
예수님의 못박힌 손발과 머리의 상흔을 모아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십자가의 고난만이 아닌 부활의 상징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전체적으로 새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 느낌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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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위대한 꿈: 베노초 고촐리<동방박사의 경배>
 

김지인 (연세대 강사, 선교학)


베노초 고촐리, <동방박사의 경배>, 프레스코, 1438-1445년경,
ᅠ 39번째 방, 산 마르코 수도원, 피렌체, 이태리

올해도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우리는 먼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와 경배하는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그림은 르네상스시대에 산 마르코 수도원의 코시모의 개인기도실에 베노초 고촐리라는 화가가 그렸던 <동방박사의 경배>이다.
   먼저 그림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선과 색으로 묘사되어 있다. 왼쪽에는 성모 마리아가 탄생한 아기예수를 품에 안고 있고 그 옆에는 아버지 요셉이 서 있다. 또한  멀리서 찾아온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예수께 절하며 경배하고 있다. 이 동방박사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메디치 가문에서 피렌체의 아버지라 불리던 코지모 데 메디치가 붉은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피에로의 후계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의 모습도 젊은 동방박사가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뒤에도 소박한 모습을 한 사람들의 무리가 경배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서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성가족과 동방박사들의 머리에 보일 듯 말 듯 한 후광을 그려 넣어서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무리와는 차별화된 고귀한 존재로 은근하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또한 사람들의 뒤에 보이는 풍경에는 피렌체가 아니라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법한 사막 한가운데의 황량한 돌로 된 산이 배경막과 같이 둘러져 있고 허름한 마구간과 베들레헴의 동굴로 묘사되어 있다.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간략하고 소박한 묘사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데 더욱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 그림을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은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었던 구귀족인 팔라 스트로치가(家)와는 달리 고리대금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이를 통해 부족한 정치적인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그런데 피렌체 자치정부를 주도하며 부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했던 신흥 상인들은 메디치 가문의 수장인 코시모를 경계하여 1433년 피렌체 정부 전복 음모 혐의를 씌워 베네치아로 추방하였다. 그 이듬해에 우여곡절 끝에 피렌체에 다시 돌아온 코시모는 자신의 힘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구귀족의 중심세력이었던 팔라 스트로치가문은 산타 트리니타 수도원을 후원하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귀족들만 참여하는 성-삼위일체축제를 후원하며 개최하였다. 교황 에우제니우스 4세는 이러한 산타 트리니타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개혁하려 했으나 구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교황은 다시 돌아온 코시모에게 기존의 수도원과 차별화된 시민들의 안식처가 될 만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산 마르코 수도원을 리모델링하는데 후원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코시모는 4만 플로린(오늘날 돈으로 약 300억원 정도)이라는 큰돈을 후원하였다. 코시모는 이러한 후원을 통해 시민들이 안식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이곳을 자신들의 정치적 종교적 기반을 마련하는 중심지로 삼아 메디치가의 정치적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코시모는 한때 평신도들의 후원으로 개최되어 왔다가 사라졌던 동방박사경배 축제를 부활시켰다. 견제세력들에 의해 추방되었던 쓰라린 경험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코시모는 한편으로는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평신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이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신중함과 절제를 중시하였다. 따라서 동방박사경배 축제를 후원함에 있어서도 평신도 단체를 직접 후원하지 않고 피렌체 자치단체를 후원함으로써 눈에 띄지 않게 축제를 후원하고 실질적으로 주도하였다. 그리고 이 동방박사 경배축제 퍼레이드가 끝나는 장소가 산마르코 수도원이 되도록 하였고 메디치 가문이 동방박사의 행렬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메디치 가문의 위상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그림이 그려져 있던 코시모의 기도실이 당시에 동방박사 경배 축제를 준비하던 시민들의 대표들이 모임을 갖는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방을 드나들던 시민의 대표들은 이 소박하게 그려진 동방박사 경배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메디치 가문에 대해 더욱 친근함과 호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나 장식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이 소박한 동방박사 경배의 그림에는 표면적으로는 예수의 탄생의 모습을 좀 더 성경에 충실하게 표현하여 탄생에 장면에 집중하길 원했던 코시모의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의 이면에는 자신의 가문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정치적인 세력기반을 다지고자 했던 코지모 데 메디치의 야망이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은밀하게 드러나 있다. 결국 소박하고 겸손하게 아기예수께 경배하는 동방박사의 모습으로 묘사된 메디치 가문은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경제적 정치적인 면에서 피렌체의 중심세력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꿈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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