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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기독교(4): 사제왕 요한

 

안경덕 (몽골 선교사, 경영학)

 

동양과 서양의 본격적인 교류로 세계사가 바뀌게 된 동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200년을 끌었던 십자군 전쟁(1095-1291)이다. 특히 이 전쟁의 후반에 몽골제국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제국이 유라시아대륙을 석권하면서 동서교류는 역사의 전환점을 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거짓 뉴스가 판을 쳐서 민심을 뒤흔들었고 교황까지도 휩쓸려 들어갔던 사실(史實)이 있다 바로 사제왕 요한에 대한 소문(당시로서는 뉴스)이 서양에 퍼진 일이었다.

1차 십자군전쟁(1096-99)은 레반트 지역을 십자군이 점령하면서 예루살렘 왕국 건설이라는 전과를 낳았고 서방은 승리한 전쟁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1144년 레반트 지역의 중요 국가인 에데사가 무슬림에 의해 함락되면서 교황 에우제니오 3(1145-53)2차 십자군(1145-49)을 조직하게 된다. 안디옥 영주가 보낸 레바논 지역의 주교 위고의 급박한 보고를 받고 나서였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당대의 역사가이며 프라이징의 주교였던 오토(Otto of Freising, 1114-1158)가 자신의 저서 두 도시의 역사에 옮겨 적었는데, 극동에 사는 동방교회 교인인 사제왕 요한이 무슬림인 페르시아와 메데스의 왕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구하기 위해 티그리스 강까지 접근했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사제왕이 동방박사들의 후예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성지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판국에 이 소식은 유럽인들에게는 구원의 소식이었다. 이제 유럽인들이 사제왕 요한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이로부터 300년이 지나 유럽은 동방세계를 현실적으로 알게 되었고 이에 자극을 받아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또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1141년 초가을 무슬림 에미르 산자르와 카라키타이(西遼)의 야율대석(耶律大石) 사이에 사마르칸트 부근에서 전투가 벌어져 카라키타이가 대승한 사건(카타완 전투)을 두고 유럽인들은 이슬람권 너머에 기독교 왕국이 있는 것으로 믿어버렸다. 세계에는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두 종교만이 있다는 단순한 생각의 연장이었다. 요나라 건국자 야율아보기의 8대손으로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쫓겨 당시 무슬림 지역인 중앙아시아로 향하던 야율대석은 사실은 불교도였다. 또 그의 명칭인 구르칸이 중국식으로는 옹칸으로도 불렸으므로 유사발음인 요한으로 유럽에 소개되었을 것이다. 그의 승전이 유럽으로 전달되면서 내용이 와전, 둔갑된 것으로 여러 전달자들이 겹치면서 의도적 과장과 희망적인 기대가 이런 신화 아닌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2차 십자군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시점에 사제왕이 동로마 황제 마누엘 1세에게 보냈다고 하는 위조편지가 나돌았는데, 애매모호하고 황당한 구절 때문에 사제왕의 본거지가 인도로, 아프리카로, 에티오피아까지로 억지 추측을 하는 사태도 벌어졌는데, 이러한 작품(?)은 당시의 유럽 상황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목적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1187년 살라딘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3차 십자군(1189-92), 4차 십자군(1202-04)이 결성되었으나 이 전쟁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는 등 점차 추악하게 변질되어 갔다. 그런데 1221년 다윗 왕이 동방에서 나타나 사라센을 무찌르면서 서방으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나돌던 여러 문서를 종합한 다윗 이야기에 따르면, 무슬림을 무찌른 기독교인 왕이 드디어 바그다드에 입성했다는 것이었다. 칭기즈칸에게 쫓기던 나이만 부족의 쿠출루크가 카라키타이로 피신하여 그곳을 계교로 접수하고 그 일대를 잠식한 일이 있었는데, 그의 가계에 성경 속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였던 것이 이런 소문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또 그가 이슬람에 대한 적대 정책을 취했었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더욱 증폭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문은 사실(史實)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진실은 칭기즈칸의 군대가 서방원정을 시작하여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몽골군을 기독교인이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몽골군에 기독교인들이 다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몽골 군주는 기독교인인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다윗에 관한 이야기는 동방교회 교인들이 무슬림들의 핍박 속에 살면서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제왕 요한의 설화에 속편을 붙인 것으로 쿠출루크와 칭기즈칸을 중첩한 것인데, 유럽인들에게는 곤경에 빠진 십자군에게 원군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몽골군이 십자군에 대한 원군이라는 기대감은 곧 무너졌지만 몽골 시대에 동방을 여행하였던 여러 수도사들과 여행가들은 사제왕 요한의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1203년 케레이트 부족의 왕칸’(토그릴)이 칭기즈칸과의 전쟁에서 사망하고 기독교인인 그의 조카딸들이 칭기즈칸 자신을 포함한 몽골 황실로 출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동방을 왕래하였던 수도사들은 왕칸이 바로 사제왕 요한이라고 단정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지어내었다. 심지어 마르코 폴로도 견문록에서 이 내용을 언급하고 있으며, 원나라 때 칸발리크(북경)에 주교로 있던 몬테코르비노도 1305/6년에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제왕 요한의 가문에 속하는 한 왕을 개종시킨 일에 대하여 자랑하고 있다.

설화가 진실과 결합하여 기대와 소망을 만들었던 역사적 사건, 유럽인들이 잠에서 깨어나 세계 속의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 사제왕 요한의 사건은 동방으로 전래된 기독교(동방교회)가 또 다른 모습으로 세계사에 영향을 준 사건이었다. (다음 회에는 마테오 리치의 중국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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