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7년 성서와 문화

종교개혁과 음악개혁

 

김순배 (한세대 겸임교수, 음악)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새삼 새겨본 마르틴 루터의 개혁 의도는 가톨릭 내부의 자정을 촉구하는데 기반을 둔 것이었다. 의도와 달리 루터는 기존의 교회 밖으로 나오게 된다. 개혁 이후의 예배의식에는 이전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의식 부분은 물론이고 사용되는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예배 용어와 함께 노래 가사도 라틴어가 주로 쓰일 수밖에 없었다. 루터는 개인적으로 음악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그의 개혁 중 음악적으로 괄목할 것은 사제와 성가대만 불렀던 노래를 예배에 참석한 회중들도 부르게 된 일이다. 과거 가톨릭 시절의 찬트들을 많이 가져왔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필요한 노래들은 턱없이 부족했다. 자연히 기존의 찬트, 독일의 오래된 민요, 기타 세속노래 들의 선율을 가져와 가사만 신앙적인 내용으로 바꿔 부르는 콘트라팍타’(contrafacta)의 관행이 시작된다. 다른 말로 패러디(parody)라고도 하는데 때때로 원전의 풍자적인 변형을 지칭하는 뜻으로 이해되는 이 용어는 실은 기존의 재료를 사용한 새로운 버전이라는 뜻으로 음악사에서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단어이다.

 

루터교의 찬송가는 통틀어 코랄(Chorale)이라 불린다. 기존의 곡에 가사만 바꿔놓은 콘트라팍타와 함께 새로 창작된 곡들도 포함한다. 회중이 부르려면 우선 노래가 단순해야했다. 따라서 루터교의 찬송가는 단순한 선율이 기본이고 반주 역시 간단하다. 그런데 이 단순성이 오히려 여러 실험이나 확장에 적합하게 되어 향후 개신교의 음악은 중세, 르네상스 가톨릭 교회음악 전성기 못지않은 다양한 모양새로 발전해 나간다. 코랄 모테트, 코랄 프렐류드, 코랄 환타지아 등등은 모두 회중이 불렀던 찬송가 선율을 바탕으로 복잡, 화려하게 뻗어나간 장르이다. 오늘날에도 회중이 부르는 찬송가와 성가대가 부르는 노래에는 음악적인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당시에도 코랄에 까다로운 대위법적 성부를 첨가하여 어려운 다성 음악으로 만든 코랄 모테트 같은 것은 훈련된 성가대가 불렀다. 그러나 모든 의전용 노래를 사제와 성가대만이 독점했던 개혁 이전의 상황은 루터 덕분에 결정적 전환점을 맞게 된다.

 

독일의 루터와 더불어 중요한 개혁자인 프랑스의 칼빈은 음악적으로 루터와 비교가 안될 만큼 엄격한 기준을 보여준다. 회중이 노래 부를 수 있게 하고 멜로디는 기존의 가톨릭 찬트나 민요 등에서 가져온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칼빈은 가사의 내용으로 오직 시편만을 채택했다. 칼빈은 시편이 신앙심의 고취에 적합한 최고의 노래 가사라고 생각한 것 같다. 시편을 가사로 삼은 찬송가는 살터(Psalter)라 불린다. 음악적으로는 마치 예전 그레고리안 찬트를 연상시키듯 단선율이 순차 진행하는 모양새가 가장 흔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찬송가 1만복의 근원 하나님의 선율은 칼빈의 살터 모음집 ‘Geneva Psalter'에서 발췌한 것이다. 살터는 코랄의 경우처럼 확장되고 화려한 형태의 음악적 발전이 어려웠다. 멜로디는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되었고 리듬은 단조로웠다. 악기의 사용은 없거나 최소화되었다. 루터교의 코랄이 오르간을 반주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보다 풍부한 화성적 가능성을 탐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독일의 외향적이며 씩씩하고 자유로운 코랄 스타일에 비해 시편에 실어 부르는 살터는 부드럽고 경건하며 신자의 내면에 호소하는 효과가 훨씬 강했다.

 

신앙의 경건성 측면에서 보면 최고의 예배 노래는 오로지 성서의 내용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살터일 수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루터교의 코랄이 승리했다. 회중을 위한 찬송가를 바탕으로 개신교의 풍부하고 다양한 음악적 열매들이 끊임없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과 함께한 루터교의 신실한 작곡가들 작업의 토대가 있었기에 후일 위대한 J.S,바흐의 소중한 오르간 레퍼토리들과 감동적인 교회 칸타타들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가톨릭도 이른바 반종교개혁’(Counter Reformation)을 표방하며 음악적 정리에 들어간다. 지나치게 복잡한 대위법이 담긴 다성음악, 신자를 동요시키는 부담스러운 선율 등은 하나님의 성전은 오로지 기도하는 곳이라는 명분하에 모두 퇴출된다. 절제된 음악만이 훈련된 이들에 의해서 불리게끔 정화작업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심에는 경건한 신앙인 팔레스트리나(1525~1594)가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에 반하여 일어난 반종교개혁의 음악적 책임자 팔레스트리나의 손에서 근대 서양음악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굳건한 대위법이 완성된다. 그리고 보면 음악적인 면에 있어서도 1517년의 종교개혁은 매우 필요하고 바람직한 사건이었음이 확실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독자의 편지: 우간다 에이즈환자 캠프로 떠나면서 - 이희정 성서와문화 2018.03.06 19
76 말에 대하여 - 홍정호 성서와문화 2018.03.06 29
» 종교개혁과 음악개혁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8.03.06 16
74 중국과 기독교(7) - 천주교에 대한 중국의 반응 - 안경덕 성서와문화 2018.03.06 31
73 문학에 비친 복음(10) : 프랑수아 모리아크-<테레즈 데스케루> -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8.03.06 29
72 삶과 죽음의 무도회: 사랑을 기억하자 - 장기홍 성서와문화 2018.03.06 7
71 미를 찾는 길가에서 - 최종태 성서와문화 2018.03.06 6
70 기독교와 나라사랑(9) - 유관순의 애국정신 - 이종용 성서와문화 2018.03.06 16
69 고난과 부활5 - 한국문학에 나타난 고난과 부활: 김은국의 <순교자>와 박두진의 "묘지송"을 중심으로 - 조신권 성서와문화 2018.03.06 18
68 고난과 부활4 - 닫아 걸린 문 너머 - 김학철 성서와문화 2018.03.06 4
67 고난과 부활3 -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나타난 부활한 예수 - 김득중 성서와문화 2018.03.06 12
66 고난과 부활2 - 고난을 극복하는 길 - 손원영 성서와문화 2018.03.06 7
65 고난과 부활1 - '이사야의 고난의 종'의 사회문화적 배경 - 민영진 성서와문화 2018.03.06 6
64 71호 드리는 말씀 - 이계준 성서와문화 2018.03.06 4
63 황혼의 고백: 여기에 새 하늘과 새 땅이 - 황태병 성서와문화 2018.02.13 12
62 '가사 그리기'와 마드리갈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8.02.13 9
61 진부령 언저리에서(2) 왕곡마을 - 이반 성서와문화 2018.02.13 7
60 중국과 기독교(6) 마태오 리치의 중국선교2 - 안경덕 성서와문화 2018.02.13 3
59 문학에 비친 복음 (9) 조르즈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 -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8.02.13 16
58 악과 선의 대결과 대화(4) - 장기홍 성서와문화 2018.02.1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