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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부활- 한국문학에 나타난 고난과 부활: 김은국의순교자와 박두진의 묘지송을 중심으로

 

 

조신권 (연세대 명예교수, 영문학)

 

기독교는 십자가면류관의 종교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독교도 수많은 고난과 죽음을 의미하는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일제 때에 겪은 크리스천들의 피의 역사와 6·25 전쟁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의 크리스천들이 겪은 수난이 그런 것이다. 이런 수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한국문학에도 고난과 부활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지만, 지면상 두 작가 김은국과 박두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불신시대의 고난과 부활의 계기로서의 사랑 증언 - 김은국순교자

 

6·25 전쟁의 참화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재미작가였던 김은국의순교자. 전쟁 중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명을 잃었고 북한 공산당에 체포되었던 14인의 목사 가운데 12인이 전쟁 발발 당일에 처형돼 순교자가 된다. 나중에 평양에 진입한 남한 군 당국의 수사에 따르면, 사실상 12인의 목사는 공산주의자들의 고문에 굴복하여 비굴하게 처신했으며, 죽음 앞에서 신을 원망하고 부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살아남은 두 명의 목사 중 신목사만 굴복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신앙을 지켰다고 한다. 그러나 신목사의 생존을 수상쩍어 한 신도들은 그를 배교자인 유다로 몰면서 집 앞에 몰려가 비난하고 괴롭혔다. 그런데도 신목사는 의외로 12인의 목사가 참된 순교자라고 증언하며 시종일관 겸허하게 눈물로써 참회한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죄인임을 참회하게 되고 점령군아래 있는 평양에 새로운 신앙 부흥운동이 벌어지게 되며, 누구나 인간은 나약할 수 있다는 그의 설교를 듣고 신도들은 위로를 받았다. 더욱 그는 신도들을 버려두고 피난 가지 않았으며, 병든 몸을 이끌고 절망에 빠진 노약자들을 돌보았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인물 고군목은 신목사와 같이, 전쟁과 이데올로기 때문에 헐벗고 굶주리고 고통을 받고 죽어가는 수난의 민족에 대해 뜨겁게 사랑한다. 이런 의미에서 신목사와 고군목은 꼭 같이 인도주의적인 사랑과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군의관 민소령도 연합군이 평양을 철수할 때 얼마든지 같이 철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평양에 남아 후송이 불가능해 죽어가는 부상병을 돌보아주며 끝까지 그들과 함께 생사를 같이한다. 신목사, 고군목, 그리고 민소령 등은 불신의 시대에 인간애를 죽음으로 증거 해,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하고 절망 중에서 위로를 받게 하는, 그런 아가페적인 사랑이 현대적 의미의 부활계기를 제시해준다.

 

부활의식과 광명한 빛 희구 - 박두진, “묘지송

 

청록파 시인 박두진은 향연”, “묘지송”, “”, “청산도”, “바다로”, “사도행전 11”, “사도행전 16”, “사도행전 18” 등의 시에서 빛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구조적 의미 전환을 이룬다. 그의 시는 하강에서 상승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시상을 전개하는데, 그것은 그의 부활의식에서 연유된다. 그런 시들 중의 대표적인 것이 묘지송이다.

북망(北邙)이래도 금잔디 기름진 데/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髑髏)가 빛나리./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 박두진, “묘지송전문

 

이 시는 4연으로 구성된 부활의 모티브를 생생하게 형상화한 시다. 1연에서는 죽음의 공간인 북망산의 금잔디가 기름지고 동그란 무덤조차 외롭지 않다고 한다. ‘북망은 중국 낙양에 있는 산 이름으로,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공동묘지를 뜻한다. 묘소풍성한 생명을 상징하는 기름진 금잔디로 덮인 묘지로 묘사하여, 주검이 곧 새로운 생명의 출발점임을 보여주었다. 2연에서는 썩어 문드러져야 할 촉루가 무덤 속 어둠 가운데 빛을 낸다고 한다. 살이 썩고 남은 뼈인 해골촉루라 하는데, 촉루가 어두운 무덤 속 절망적 공간을 빛내고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서 은 사망이 아닌 생명과 에너지를 지닌 존재에서 기인되는 것으로서, ‘죽음종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부활의 과정임을 암시한다. 그것을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라고 형상화 했다. 3연에서는 살아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바로 그 주검이 정서와 희구자세를 드러낸다’. 살아있는 동안 겪었던 모든 인생의 괴로움과 서럽던 일도 죽음과 함께 사라져 버렸으므로 더 이상 서럽지 않는다는 것인 데, 그것은 생애의 고단함서러움을 종식한 주검이 서러울 리 있느냐는 것이다. 이 서러울 것 없는 주검어둠사망의 극적인 공간인 무덤 속을 광명하게 비춰줄 태양’(부활)만 그리워한다. 4연에는 주검이 누운 장소에 생명체들이 생동감 있게 어우러져 있다’. ‘금잔디사이에 할미꽃이 피었고 재잘거리는 산새들이 노닐고 있을 뿐 아니라 봄볕이 포근하게 비추어 주검들이 마치 잠이라도 자듯 누워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죽음부활의 높은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키고 있다. 박두진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생의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생명이 부활하는 영존하는 땅으로서 존재한다. 그래서 죽음은 결코 두려움이나 무상감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친근감과 희망으로 다가오는 환한 빛과 같은 부활생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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