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 우간다 에이즈환자 캠프로 떠나면서
이희정 (前 이화여대 교수)
친애하는 이 목사님께
작년부터 쓰려던 편지가 결국 신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목사님과 가족 여러분의 편안을 빕니다.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성서와 문화> (2017년 겨울호)를 또다시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거의 모두 읽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표지에 넣으셔서 좋습니다. 그분의 그림에 저는 늘 감명을 받았어요. (옛날이지만요). 그리고 최종태 교수의 글 속에 있는 “생각하는 여인”이라고 표제를 붙인 조각품이 너무 깊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떤 분이 자주 쓰던 말이지만 “우리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면서 산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드디어 심치선(前 연세대 교수, 이화여고 교장)이 떠났군요. 연세대와의 인연으로 목사님께서 또다시 여러 가지로 크게 힘을 쓰셨겠습니다. 어떻든 심치선은 이제 “자유하니” 그것만이 축복입니다.
제가 목사님께 직접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아시는 대로 제 남편이 떠나고 저 혼자서 미국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마침 저처럼 정신병 환자들과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동 아프리카에 있는 우간다라는 작은 나라에 에이즈 환자만을 수용하고 있는 캠프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환자 중에 정신질환자가 많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신치료사(psychotherapist)가 부족하답니다. 정신치료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을 가지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곳에 가기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 중 젊은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은퇴한 노인들도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89세의 저라도 면허와 학위만 있으면 오라고 해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16가지의 여러 종류의 예방주사(vaccination)도 끝내고 비자도 받았습니다. 이제 비행기 표만 사면 떠나는 것입니다.
제가 어느 교회나 기관에서 파송 받아 가는 것이 아니고 저 개인의 입장에서 개인의 비용으로 가는 것이므로 자유스럽습니다. 내주 말에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1월 말경에 떠나려고 합니다. 앞으로 제가 얼마나 지금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입니다. 현재로서는 전보다는 많이 느려졌지만 아직은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데 다른 불편은 없습니다. 남편이 떠난 지 1년이 되었지만 떠났다는 실감보다는 영적으로 항상 같이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에이즈 캠프가 있는 아프리카에 가는 것을 제 남편은 대 찬성할 것입니다. 그 사람이 중병으로 불편해지기 전에 우리 둘이서 은퇴 후에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요.
동봉한 100$은 아주 적은 것이지만 <성서와 문화>를 우송하는 비용으로 써주십시오.
평화를 빕니다.
2018년 1월 2일
옛날 친구 이희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