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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나라사랑 (9) - 유관순의 애국정신

 

이종용 (이화여고 교목, 원로목사)

 

유관순은 열사로 불린다. 열사(烈士)는 나라를 위하여 맨몸으로써 저항하여 자신의 뜻을 죽기까지 펼친 사람을 이른다. 유관순 열사, 이준 열사, 이한열 열사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같은 활동을 하여도 무력으로 항거하여 의롭게 죽은 이는 의사(義士)라고 한다.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이다. 이 분들은 나라를 사랑하여 최선을 다해 애쓰다가 자신의 생명까지 바치신 분들이다.

유관순 열사의 애국정신에 관하여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애국정신 같은 가치관은 가르친다고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정황 속에서 스스로 깨닫고 결단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 된다고 본다. 유관순은 어떻게 애국심을 키워나갔나?

무엇보다 먼저 성장한 가정과 고향의 영향이다. 유관순은 1902년 충남 목천군 이동면 지령리(현재 천안시 병천면)에서 태어났다. 이곳 사람들은 강직하여 절개와 지조를 지켜 왔다. 유관순은 어려서부터 고려조 이후 충신들의 이야기와 동시대의 이동녕, 이장녕, 유창순, 이범석, 조병옥 등의 활동을 생생하게 듣고 자라났다.

거기다 병천(竝川) 곧 아우내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큰 장이 서는 장소였다. 때문에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쉽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유관순은 나라에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염려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랐음에 틀림없다.

유관순 열사의 5-6세 때 병천은 일본의 국권침탈에 무력으로 저항하는 의병운동이 많이 있었다. 병천이 경기도, 충청남북도의 경계에 산악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군이 장례행렬을 의병으로 오인해 사살할 지경이었다. 의병을 도왔다고 마을을 불태우는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고, 유관순 마을의 지령리 교회도 일본군이 1907년에 불태웠다. 이런 방화와 학살을 유관순은 생생히 보고 듣고 했음에 틀림없다.

일제에 의한 강압적인 조약 체결과 경제적인 착취 그리고 고종 황제의 강제 퇴위 등 아픔의 역사를 늘 들으면서 유관순은 나라와 민족을 향한 애국심을 키웠다고 본다.

그런데 유관순의 애국정신은 무엇인가 다른 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독정신 곧 기독교 신앙에 의한 애국정신이다. 유관순은 어려서부터 교회와 가까이 지냈다. 유관순의 고향 지령리 마을은 1900년대 초에 개신교로 집단적으로 개종했다. 비록 아버지 유중권은 유교적 전통을 고수했지만 유관순의 숙부인 유중무는 기독교로 개종하여 지령리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로 집회를 이끌었다. 지령리 교회는 190782명이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할 정도로 활발했다. 유중권도 아들 이름으로 동참한 것을 보면 어린 유관순이 교회에서 지냄을 막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교회를 통해서 유관순은 자연스럽게 구원과 해방, 나라 사랑과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사는 삶을 익혀 나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결정적으로 기독교학교인 이화학당에서의 생활과 학업은 유관순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기독교 신앙 가운에서 자란 유관순은 15세 때인 1916년 샤프 선교사 부인의 추천으로 공주 영명학교를 거쳐 이화학당의 교비 학생으로 갔다. 이화학당에서 유관순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을 더욱 확실하게 배웠다. 유관순은 채플시간이든 새벽기도에서든 매일 같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했다고 한다. 유관순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배웠다. 한마디로 타자를 위한 존재로 서는 일이었다. 조국과 이웃을 위하여 살 길을 모색하였다.

이화학당 학생들은 1905년 을사5조약 이후 오후 3시만 되면 일제히 수업을 중단하고 조국 독립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가져왔다. 또 이문회(以文會) 모임은 지도력 개발과 애국사상을 키우는 활동을 했다. 유관순은 이문회를 통해 동지의식과 만세운동 참여의 사명감을 받았다.

또한 이화학당 재학시절 유관순은 학교와 붙어 있는 정동제일교회에 다녔다. 정동제일교회의 손정도 목사, 김종우 목사, 이필주 목사 또한 모두 애국지사였다. 이들의 영향을 받았던 유관순은 신앙생활을 통하여 애국심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서울에서의 3.1만세운동 참여 후에 휴교령이 내리자 고향으로 간 유관순은 한성의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만세운동을 청했다. 아우내 만세운동을 추진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노력을 쏟아 부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41일 아우내 장터에서의 만세운동은 성공하였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였다. 부모님을 포함한 19명이 순국하였고 수많은 이들이 다쳤다.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다. 남겨진 이들의 대부분은 유관순을 탓했고, 어린 두 동생들은 걸인으로 떠돌았다.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에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하나님의 지상명령이었기 때문이다.

왜 평화적으로 아무런 무기를 갖지 않고 만세를 부르며 시가를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질을 해대어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하여 무고한 수많은 목숨을 저리도 무참하게 빼앗을 수 있느냐?”

죄가 있다면 불법적으로 남의 나라를 빼앗은 일본에 있는 것이 아니냐?"

자유는 하늘이 내려준 것이며, 누구도 이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 무슨 권리로 신성한 인간의 권리를 빼앗으려 하느냐?”

아우내 장터 시위 39일 뒤인 59일에 열렸던 공주 제1심 판결에서 유관순이 일본 재판장에게 주장한 말들이다. 이미 고문을 통해 고통과 두려움을 겪었을 텐데 어린 나이에 살벌한 침략자들의 법정이었지만, 유관순은 당당한 자세를 보여 주었다.

191941일 아우내 만세시위 이후 천안 일본헌병대로 갔다가 공주 지방법원을 거쳐 경성복심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학생으로는 엄청난 형량이었다. 19196월 서대문 형무소로 이감된 뒤 1920928일 옥중에서 순국하였다.

유관순은 고문으로 방광이 터져 얼굴은 부었고, 아우내 만세시위 때 다친 허리에서는 계속 고름이 흘러나왔다. 계속되는 취조와 고문으로 전신에 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치료를 해주지 않아 살이 썩어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처참하기 짝이 없는 수감생활에도 끝까지 옥중 만세시위를 주도하였다. 이는 신앙에서 시작된 애국심이었기 때문이다.

유관순의 애국심의 형성과정에는 가정과 고향의 역사적 흐름과 생생한 일제 침탈의 사건들이 외곽을 이룬다. 그렇지만 진정한 애국심의 정립과 발로는 기독교 신앙에 있었다. 성서는 자유과 해방을 향한 히브리민족의 역사이다. 기독교의 신앙은 진정한 구원과 평화에 있다.

유관순의 애국정신은 인간적인 분노나 욕망이나 명예욕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신앙에서 나왔다. 유관순의 신앙의 바탕이 되는 성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정의와 평화를 이루라고 외친다. 신앙을 배제한 유관순의 애국정신은 의미가 없다.

누구나 애국정신으로 무장한 유관순처럼 살 수 없을지 모른다. 그의 삶은 그 시대였기에 애국정신으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늘 우리들은 이 시대에 성서가 말하는 진정한 신앙의 자리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깨닫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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