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6년 성서와 문화

[문학에 비친 복음 (3)]

앙드레 지드좁은 문』Ⅰ

이상범 (원로목사, 칼럼니스트)

 

좁은 문은 애정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남녀의 청교도적 고민을 그린 작품. 가톨릭이 금서로 지정해서 오히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드는 좁은 문레시(recit)”로 분류하여 로망(roman)”과 구별한다. 등장인물이 적고 줄거리가 단순해서, 주인공 ”(제롬)가 아리사와의 사랑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는 주인공들의 갈등과 그들이 만나는 성서 구절을 다루어 보려한다.

제롬과 외사촌 누이 아리사는 어려서부터 청교도적인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다. 아리사는 제롬보다 두 살 위.

나에게는 나 자신을 억제하는 것이, 남들의 방종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나를 얽매고 있는 엄격한 규율조차도 반감을 일으키기는커녕 즐거움이었다. 내가 찾고자 한 것은 행복이라기보다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었다. 나는 행복과 덕행을 혼동하고 있었다.” 제롬의 독백인긴 하지만 아리사의 정서도 그와 다를 바 없었다.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강하게 서로를 의식하게 될 즈음, 아리사의 어머니가 젊은 애인인 중위와 놀아나는 것을 본 아리사가 크게 충격을 받는다. 절망한 아리사는 반동적으로 순결을 갈구하게 되는데, 제롬에게는 그러는 그녀의 모습이 종교적 미덕의 화신으로 다가서는 것이었다. 질세라 제롬도 퓨리턴적인 경건을 익혀가고.

어느 날 둘은 교회에서 목사가 읽는 마태복음 713절 이하의 말씀을 듣는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널찍하여서,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

목사가 넓은 길에 대해서 설교할 때, 제롬은 숙모 아리사의 어머니가 중위와 함께 웃고 있던 방안을 떠올렸다. 설교가 좁은 문으로 이어지자, 제롬의 눈에는 좁은 문이 압축기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고통을 무릅쓰고 그 문으로 들어가노라면, 거기에서 하늘의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윽고 그 문은 아리사의 방문으로 변한다. 그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몸을 움츠려 남아있는 에고이즘을 송두리째 버려야만 했다.

상대로 말미암아 미화된 자신의 상과 실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포개 보려는 소원은, 사랑을 의식하는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거치게 되는 과정일 수 있을 터. 그러나 제롬이 꿈꾸는 아리사에 대한 가상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었기에, 그들의 사랑은 그들을 비극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제롬은 날로 미덕의 의상을 두껍게 덧입어가고 있는 아리사에게 감탄하면서 연모의 정을 더해 간다. 스스로도 그녀의 높은 미덕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이를테면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아리사도 제롬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구체적인 애정에 대해서보다는 좁은 문"의 고통을 감내하려는 욕구에 자신을 내맡기려든다.

그러는 사이 아리사의 동생 줄리엣이 제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언니 아리사를 사랑하는 줄리엣은 자기희생을 결단하고 내키지 않는 결혼을 서두른다. 그러나 줄리엣은 일상적인 삶이 주는 행복을 맛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태어난 딸의 이름은 언니의 이름을 따라 아리사로 짓고.

입대한 제롬이 아리사에게 편지를 쓰고 아리사도 답장을 보낸다. 그러나 정작 만나서 결혼하자면, 아리사는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룩함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라 대답하는 것이었다. 3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 만나서도, 아리사는 '좁은 문'을 거쳐 행복에 이르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더 깊이 가공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아리사. 그녀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자기희생을 바치자고 수도원으로 달아나버린다.

아리사의 죽음을 알게 된 얼마 후, 공증인을 통해서 제롬이 받은 봉투에는 아리사의 일기가 들어있었다.

105, “나에게서 그 사람을 빼앗아간 질투의 하나님, 제발 나의 이 마음을 강하게 붙들어 주소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나의 재산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이제부터 나는 하나님만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고, 우리의 마음 구석구석까지 하나님의 사랑으로 점령되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은 더없이 좋은 것이 될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