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6년 성서와 문화

그리스도인과 나라사랑

전인영 (이화여대 명예교수, 동양사)

 

최근 우리나라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이러한 걱정과 근심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愛國心)’에 호소하여 오늘의 이 난국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적 현실은 이상하게도 어떤 문제에 대해 애국심을 얘기하면 보수주의자의 고루(固陋)한 표현으로 매도하고, 마치 진부한 국수주의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사정을 언론 매체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애국심을 거론하면 마치 특정 계층이나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풍토가 염려되나, 지금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애국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고루하고 식상한 개념으로 치부되는 애국심은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왜 필요한 것이고,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애국심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이 시대 우리에게 애국심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난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속해 있는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라 사정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은 세계적 경제 침체 속에서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적 지표와 통계가 국민들의 마음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국민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지 못하면서 공허한 수사(修辭)만 난무하는 정치적 현실과 정치 집단이 새로운 비전이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북핵의 위기 등 나라의 안보 문제도 걱정이다. 또한 이른바 흙수저, 헬조선 논란 등 젊은 세대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세대와 계층 간의 간극이 그 격차를 더해가고 있으며, 사회적 공동가치를 상실한 사회문제도 위기를 더하고 있다. 한편 교육의 문제 또한 비전과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교육에서는 애국심을 불어넣는 교육은 기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역사교육을 정상화하여 국민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내 나라 역사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둘째, 이 시대 우리에게 애국심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태어나고 성장한 이 땅을 파괴하려는 외부세력으로부터 내 나라를 지켜내려는 순수한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엄혹하기 이를 데 없다. 강대국 간의 각축은 한반도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나거나 힘의 공백이 생길 때 곧바로 우리의 생존문제를 위협할 것이다. 특히 나라의 안위와 관련해 까다롭고 험난하기만 한 북한문제대처의 어려움에도 위기의식이 있다. 이와 연관하여 중국과의 문제, 일본과의 문제, 러시아와의 문제까지 풀어가야 할 난제들이 중첩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를 둘러 싼 이웃 나라들은 끊임없이 한반도를 압박하고 있다. 외부세력으로부터 우리의 공동체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으로부터 나라에 대한 진정한 충성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맹목적인 애국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진정한 희생과 헌신의 마음가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자기가 태어난 땅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은 본능적 요소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조국을 가장 사랑하는 민족들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맞서 싸우다가도 외부세력으로부터 어려움에 직면하면 싸움을 멈추고 서로 힘을 보태던 역사의 전통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의 문제 해결을 호소해야 한다.

이렇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또한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직시하는 최소한의 현실인식이다. 이것의 발로가 바로 애국심이다. 애국심은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와 나라를 지키려는 진정한 마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 내가 사는 환경에 대한 책임, 긍지, 존경, 신뢰, 헌신의 국민적 감정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자신이 속한 국가나 민족을 사랑(애국애족)’하는 마음은 도리(道理)이다. 그러므로 국가나 민족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며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본분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영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나라와 이 나라에 세우신 지도자들, 그리고 그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해야 하며, 이는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애국심을 거론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한국 교회는 세상에 희망의 소식과 비전을 선포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오히려 많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하나님 중심과 비전의 거룩함보다는 인간의 탐욕과 지배욕을 드러내는 이기적 권력집단으로 비춰지며, 섬기기보다는 군림하려 한다는 오해도 받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과 소망에 있어 복음보다 물질이 소중하게 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감리교단은 교권과 이권 쟁취를 복음 전파보다 우선시하고 있는 듯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렇듯 오늘의 세태는 세상이 오히려 교회를 걱정해 주는 상처투성이 세태가 되었다. 그 결과 개신교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교회의 이기적인 모습과 행태가 계속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 한국교회의 현실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회개의 기도와 함께 성경에서 애국애족의 거룩한 기사들을 확인하며, 우리에게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황폐화를 목도한 예레미야 선지자의 눈물의 기도는 죄악으로 무디어진 자기 백성들을 회개하게 하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였다.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선택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33:12) 나라를 이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고 참된 충성이다. 그리스도인이 품은 애국심은 불신자와는 다르다.

우리 대한민국은 기독교가 만든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이 나라를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희생 ?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청지기로 택함을 받은 것은 궁극적으로 진정한 하나님의 일꾼이 되기 위함이다.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하나님의 의()를 실현시키는 사명을 잘 감당하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정의(正義)를 회복하는 일에 동참하여야 한다. 그것의 동력은 바로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도리와 본분인 애국애족의 마음, 곧 애국심인 것이다.

이제 곧 6월이 된다. 현충일이 있고, 6 ? 25 전쟁, 2002년 연평해전이 있었던 6월이다. 이 달은 진정한 호국보훈의 달이 되어야 한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겪어본 우리 민족, 6월이 되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마음은 더욱 숙연해 진다. 이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의 선배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나라와 민족을 지킬 것을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진정한 애국애족의 파수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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