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6년 성서와 문화

쌍무지개 떠오른 갈릴리 호수


한상완 (연세대 퇴임교수, 문헌정보학)


겨울비 오락가락
갈릴리 호수로 가는 길
갑자기
호수 위에 떠오른 쌍무지개
가득 가슴에 차오르는
경외

신비로운 흰색 눈 덮인
헤르몬 산 남쪽 자락에서
호수에 이르는
길게 남북으로 다리 놓은 쌍무지개

그 영롱함으로
주님은
팔복의 말씀 전해 주시는가

호수 북서편
아담한 언덕에
구름같이 밀려온
갈급한 심령의 어린 양들에게
조용 조용히
겸손한 사랑의 삶을
가르쳐 주셨던 주님

오늘은 멀고 먼 동방의 나라에서
주님 곁에 달려온 우리에게
참사랑의 울림으로
쌍무지개의 선물로
동행하여 주셨네

오 예수님
온유한 이는 복이 있다고
다정한 눈빛으로
속삭여 주시네

가슴 깊은 심연에서
복받쳐 오르는
주님 향한 기쁨의 너울
어느새
눈물로 뺨을 적셔오네

“쌍무지개 떠오르는 갈릴리 호수” 전문


갈릴리 호수에 가고 싶었다.
16년 전인 2000년 8월에 예루살렘에서 세계도서관정보대회(IFLA Congress)가 개최되었을 때, 나라의 대표로 아내와 함께 가서 대회의 중간 중간에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사렛으로 올라가 갈릴리 호수를 방문하는 기간에 빠질 수 없는 중요 회의가 열려 여행을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 너무나 아쉬운 일이었고 언제 다시 그곳을 방문하여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볼 수 있을까 하는 소망을 늘 지니고 있었다.


2015년은 연세대 신과, 문과, 이과와 상과가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모교 신과대학은 이를 기려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을 꾸렸다. 바로 이 때다 싶어 신청하여 44명의 순례단에 낄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순례기간은 2016년 1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의 단촐한 일정이었고, 순례는 주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서 시작하여, 맨 마지막 여정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골고다 언덕에서 끝나는 여정이었다.

우리 일행은 김상근 학장과 신약학 전공인 유상현 교수 외 구약학 교수인 홍국평 교수와 아침저녁 예배인도와 말씀간증을 들었고, 버스가 이동할 때면 히브리대학 출신 김성언 박사와 텔아비브 대학 신학박사과정의 이삭 동문의 썩 훌륭한 해설과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는 매우 아카데믹하고도 실감나는 순례일정이었다.


나사렛과 갈릴리 호수를 방문하는 날 저녁엔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다. 1월 25일 아침, 우리 일행은 나사렛을 거쳐 갈릴리 호수로 가는 오후에 접어들었다. 호숫가 아르벨산 언덕을 향하는 버스에서 우리는 쌍무지개와 갑자기 맞닥뜨렸다. 무지개는 북쪽의 헤르몬산과 갈릴리 호수 한 중간에 걸친 선연하고도 찬란한 쌍무지개였으니...


갈릴리 호수로 향하며 가슴 두근거리던 우리는 쌍무지개와 조우하고는 미쳐 탄성도 지르지 못한 채 순간 깊은 감동의 침묵에 빠졌다.

계절이 겨울이고 우기라서 가끔 비를 만날 순 있었지만 맑고 넓은 호수 위에 찬연한 무지개, 그것도 쌍무지개로 멀고 먼 동방의 나라에서 온 우리를 맞아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기에 감동은 그만큼 더 진하였다.


나는 순간 가슴이 막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기 어렵고, 또 일행 중 나이도 가장 많은 어른이고 체면도 있는데 눈물이라니... 엎드려 눈물을 감추며 기도하였다.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겨우 스스로를 수습하고, 수첩과 펜을 꺼내 묵상했던 내용을 시(詩)란 형식을 빌려 썼다. 쌍무지개로 우릴 맞아주신 예수님의 가없는 사랑과 환희를 노래한 것이 “쌍무지개 떠오른 갈릴리 호수”이다.


무지개도 지고 어둑어둑 땅거미 지는 시간에야 팔복교회 언덕에 도착하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비를 피할 생각도 없이 조용히 걷고 있는 내 곁에 주님이 함께 걷고 계심을 느끼며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그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손수건 꺼내 닦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가슴 뜨거운 주님과의 만남이었고, 영혼의 큰 울림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