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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한국교회 - 유동식

성서와문화 2016.08.27 20:41 조회 수 : 3632


추석과 한국교회


유동식 (연세대 퇴임교수, 문화신학)


1. 출애굽과 8?15 해방


  애굽의 노예였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출애굽의 은사가 없었다면, 유대교도 기독교도 오늘의 서구문화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백성이었던 우리민족에게 8?15 해방의 은사가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창씨개명을 한 사이비 일본인이 되어 그들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에게 8?15 해방은 유대민족의 출애굽 사건이었다.
  유대민족이 다시 바빌론의 포로가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방인인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로 하여금 바빌론을 치게 하심으로써 유대인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수립된 지 얼마 안 되어 공산군의 남침으로 말미암아 서울을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UN군으로 하여금 그들을 치게 하심으로써 우리는 다시 서울로 수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군이 있었다. 실은 8?15 해방의 주역을 담당한 것도 그들이었다. 그들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함으로써 비로소 일본이 항복하고, 우리가 그들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하나님의 역사 경륜의 한 틀과 공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2. 초막절과 추석명절
  유대 민족의 3대 명절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과 봄의 보리 수확을 감사하는 맥추절인 오순절과 가을의 추수가 끝나면 추수와 역사적 출애굽을 함께 기념하는 대 축제 초막절이 있다.
  추수가 끝나는 달 보름부터 이레 동안 하나님께 감사의 축제를 올려야 한다. 종려나무와 갯버들을 꺾어 들고 한 주간 동안 감사의 축제를 드려야 한다. 그런데 그 기간에는 일상생업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처까지도 임시로 머물 초막을 만들고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애굽에서 구출하실 때에 광야에서 40년간 초막 생활한 사실을 기억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레 23:33~43).
  초막절은 추수감사와 함께 출애굽의 역사적 구원을 상기하며 올리는 일대 감사의 축제이다.
  우리도 고대로부터 항상 추수가 끝난 시월에는 하나님에게 감사의 축제를 올려왔다(위지, 동이전). 이것이 삼국시대에 와서는 첫 곡식을 거둔 8월 대 보름날 달맞이와 함께 대축제를 올리는 추석명절로 정착하게 되었다.
  추석에는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함께 모여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가족잔치를 벌인다.
  마을 공동체로서는 남정네들의 줄다리기나 씨름판 등이 있고, 여성들은 연중 가장 밝은 달빛 아래에 모여 강강술래의 군무를 추는 등 일대 축제를 벌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게 해 달라”는 말처럼 가장 즐거운 명절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전통적인 추수감사절이다. 생산을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축제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대민족이 겪은 출애굽이나 우리의 8?15 해방과 같은 하나님의 역사적 구원에 대한 역사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3. 추석과 추수감사절
  민족마다 가을에 곡식을 거두게 되면 하나님과 조상들에게 감사의 축제를 올린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는 그들이 사는 지역의 계절과 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체험에 따라 그 특색을 달리한다.
  우리에게 개신교 신앙을 전해준 미국인들은, 그들의 조상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미국 북부지방으로 이주해 와서 정착한 이주민들이었다. 그들은 뉴잉글랜드에서 얻은 첫 가을 수확을 기념하여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축제를 올렸다. 이것은 미국 개신교인들의 역사적 체험을 통해 정한 교회적 명절이다.
  이들의 후손들이 선교사가 되어 한국에 개신교를 전해왔다. 교회 절기로서는 성탄절과 부활절 그리고 가을의 추수감사절이 우리 교회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3대 명절이다.
  성탄절과 부활절은 하나의 우주적 사건이기 때문에 동서를 막론하고 다 같이 축제를 올린다. 다만 동방교회의 교회력은 그들의 전통에 따라 날짜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은 그들이 처해있는 자연환경과 역사에 따라 제각기 그 날짜와 양식이 다른 축제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우리와는 역사적 관련이 없고 체험이 다른 미국 개신교의 추수감사절을 그대로 따라 지켜온 셈이다.
  특히 이스라엘 사람들의 초막절에서 보았듯이 추수감사절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깔려있어 진정한 감사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추수감사절은 육신의 양식을 주신 데 대한 감사와 함께 우리를 노예로부터 구원해주신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감사의 축제인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이 두 사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는 수식이 있다. 곧 “8?15”가 그것이다. 양력 8월 15일은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구원의 날이요, 음력 8월 15일은 연중 가장 밝고 큰 달이 뜨는 추석명절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추수감사절은 미국을 따라 11월에 지킬 것이 아니라 추석이 들어 있는 주일로 옮겨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우리의 전통적인 추석을 추수감사절과 연결해야 하는 데에는 거기에 복음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 한국인이 명절로 지키는 이날이 바로 기독교가 믿는 하나님의 축복과 구원에 대한 감사의 축제날이라고 믿게 될 때, 한국인 전체가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나신 구원의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백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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