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6년 성서와 문화

일본 기독교 문학 (3)

엔도 슈사쿠와 함께 읽는 성서 이야기

 

 

김승철 (일본 난잔대 교수, 종교철학)

 

 

엔도 슈사쿠에게는 역사소설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역사소설은 일본이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각 세력 간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던 전국시대”(戰國時代, 15-16세기)를 살아갔던 기리시단 다이묘”(切支丹大名), 즉 기독교 신앙을 지녔던 전국시대의 무장(武將)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엔도가 이들 기리시단 무장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그들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신앙 사이에서 번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과 직결됩니다. 엔도는 자신의 작품 <숙적>(宿敵)이 출간되고 난 후의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숙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를 섬기던 기리시단 무장 코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인용해 보겠습니다.

 

저는 전쟁 중에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탄압에 대해서 신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서 처음부터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떳떳하게 사는 강자들은 의연한 자세로 순교도 할 수 있습니다만, 약자[弱蟲]는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침묵> 이후 줄곧 그것을 생각해 왔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제자들도 약자들인지라 스승이 살해되었을 때는 뿔뿔이 흩어져 도망갔지만, 나중에 강자[强蟲]로 변하지요.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만들었을까? 이것은 제가 성서를 읽을 때 지녔던 숙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리시단 무장들을 살펴보면, 의연한 자세로 신앙을 지켰던 다카야마 우콘을 강자라고 한다면, 유키나가는 약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텐쇼(天正)15(1587) 히데요시가 처음으로 기리시단 금지령을 내리자마자 유키나가는 안절부절 못하게 됩니다. 그것이 평생 그에게는 짐이 되었고, 그런 짐을 걸머진 채 그는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유약한 인텔리이고 자유주의자의 일면을 지녔던 유키나가에게서 저는 저 자신을 겹쳐서 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포교를 허용하던 히데요시는 어느 날 갑자기 선교사추방령을 내립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자신에게 더 이상 정치적으로 쓸모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무장들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대들은 데우스를 섬길 것인가? 나 히데요시를 따를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다카야마 우콘(高山右近)은 하나님을 따르기로 선언하였고, 그 결과 그는 섬으로 유배되고 나중에는 국외로 추방됩니다. (올해 2016년 우콘은 바티칸에 의해서 복자(福者, Beatus)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유키나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는 히데요시를 섬기겠노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약자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유키나가는 자기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울었다고 엔도는 썼습니다.

 

엔도는 이 약자에게서 자기 자신을 겹쳐서 볼 수 있었고나아가서는 성서에 등장하는 약자들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유키나가의 울음은 자신의 스승을 버렸던 베드로의 울음이었던 것입니다.

 

그 동안 베드로는 바깥뜰에 앉아 있었는데 여종 하나가 그에게 다가 와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무슨 소린지 나는 모르겠소" 하고 부인하였다. 그리고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는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나자렛의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다시 부인하였다. 조금 뒤에 거기 섰던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 오며 "틀림없이 당신도 그들과 한 패요. 당신의 말씨만 들어도 알 수 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베드로는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고 맹세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잡아떼었다. 바로 그 때에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의 말씀이 떠올라 밖으로 나가 몹시 울었다. (마태오의 복음서 26:69-75)

 

엔도는 묻습니다. “약자였던 제자들이 어떻게 그리스도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신앙의 강자가 될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만들었을까?” <예수의 생애>(イエスの生涯)라는 작품에서 엔도는 이 물음이야말로 성서의 비밀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런데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 맛보는 감정으로서의 굴욕과 부끄러움과 자기모멸감에 빠져있던 이 신앙의 약자들을 강자로 부활시켰던 것은 예수가 남기신 마지막 말씀,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에서 제자들은 신의 말씀을 읽어냈다고 엔도는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비열한 배신에 노여움이나 원한을 품지 않고 반대로 사랑으로 이에 응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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