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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대륙의 교감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6.11.29 10:16 조회 수 : 3708

영국과 대륙의 교감

 

김순배 (한세대 겸임교수, 음악)

 

영국의 음악은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대륙의 음악적 주류 국가들에 비해 대체로 가볍고 밝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은 섬나라이다. 유럽이면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륙과 떨어져있다. 이 같은 지정학적 조건은 영국의 독특한 음악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륙의 음악적 대세가 논리적 짜임새의 다성 음악이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중세 즉 14,15세기의 영국 음악은 모든 파트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화성적 성향을 일찌감치 보여준다. 지나친 단순화일 수도 있지만 서양음악은 각 성부가 독립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대위법과 다수의 성부가 연합하여 하나의 화음을 형성하는 화성법이 날줄과 씨줄을 이루며 발전해 온 음악이다.

 

이 중 화성적인 음악의 짜임새를 일찌감치 구사해 왔던 고장이 영국이다. 역사 전반을 통해 정치, 경제적으로 만만치 않은 힘을 구사해오던 이 나라는 15세기 초반까지는 이렇다 할 대륙과의 교류가 없이 독자적인 음악 전통을 이어갔었다. 각 지역의 민요와 춤에 뿌리를 둔 음악재료들이 중세 영국 음악의 내용을 만들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가 캐롤(carol)이다. 캐롤은 오늘날 마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노래처럼 이해되고 있지만 원래 영국의 춤곡 혹은 춤과 함께 부르는 노래를 지칭한다. 더불어 독창과 합창, 혹은 몇 개의 성부가 함께 부르는 종교적 내용을 다룬 시에 붙은 노래의 명칭이기도 하다. 연중 내내 불렸지만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가사를 담아 성탄 시즌에도 불렸고 양적으로 풍성했던 성탄 캐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캐롤의 의미를 전적으로 대표하게 된 것이다. 영국 중세 캐롤은 오늘날 우리의 귀에 매우 친숙한 장조와 단조의 울림과 유사해서 유럽대륙의 복잡한 다성 음악과는 사뭇 달랐다.

 

존 던스터블(John Dunstable 1385~1453)은 이 시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그는 15세기 전반 영국과 유럽대륙이 상호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전쟁이었다. 14세기 전반부터 15세기에 걸쳐 지속된 백년전쟁은 대륙과 영국의 음악적 교류를 만들어냈다. 던스터블은 모시던 공작의 프랑스 원정에 동반한다. 참전 영주와 그 휘하 군대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음악 참모였던 셈이다. 그는 프랑스에 수년 간 주둔하는 동안 대륙의 정교한 음악조직 방식을 배우고 또 자국의 조화롭고 간결한 성격의 음악 어법을 소개하는 일도 했다. 모테트와 같이 구조가 중시되던 다성 음악 이외의 가능성에는 소홀했던 프랑스의 작곡가들은 던스터블의 영국 음악에 크게 고무된다. 대륙인의 귀에 그것은 유쾌하고 기쁨에 가득 찬 음악이었다. 던스터블 역시 보다 체계적인 음악 구성방식을 익혀 영국음악의 즉각성에 대륙풍의 진지함을 덧입힌다. 던스터블의 대표작이며 15세기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노래는 성서의 아가서 7장의 내용을 텍스트로 한 사랑아 네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Quam Pulcra es)이다. 세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이 곡의 유연한 흐름과 가사의 분위기에 맞춘 적절한 선율 굴곡,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성부들은 중세 영국 음악의 빼어난 성과로 전해져 온다.

 

영국과 대륙 사이 상호 교류는 르네상스 시대를 앞둔 음악사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15세기 중반이 되면 대륙의 음악적 주도권은 지금의 프랑스 북부와 네덜란드, 벨기에 지역을 포함하는 브루고뉴 또는 버건디 지방의 작곡가들에게 그 주도권이 넘어간다. 프랑스 국왕의 통치하에 있었지만 브루고뉴 지방의 영주들은 상당한 자율권과 독립성을 보유하여 독자적인 문화 예술 정책을 구사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역량과 수준에 따라 그 지역, 그 나라의 예술적 기상도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브루고뉴 지역의 역사적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당시 그 지역은 착한 필립’ (Philip the Good)이라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영주 치하에 있었다. 그의 배려와 후원 덕으로 기라성 같은 유럽지역의 작곡가들이 몰려들어 브루고뉴 악파의 파워를 형성한다. 영국의 던스터블은 이 지역에까지 들어와 이 악파의 대표자인 기욤 뒤파이(Dufay)와 긴밀한 음악적 유대관계를 맺었고 향후 음악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드는 르네상스 음악의 기반을 탄탄히 닦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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