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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평화론 ? 한반도 평화의 맥락에서

 

 

유경동 (감신대 교수, 기독교윤리)

 

 

평화와 전쟁이 누가 더 잔인한가 경쟁하다가 평화가 이겼다. 왜냐하면 전쟁은 무장한 군사들만 거꾸러뜨렸지만, 평화는 비무장한 사람들마저 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은 공격당한 사람에게 가능한 한 반격의 기회를 주었지만, 평화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생명이 아니라 저항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죽음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이다. 평화와 전쟁 둘 중에 누가 더 잔인하겠는가? 전쟁의 참상을 떠올려 볼 때 그 답은 당연히 전쟁일 것이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전쟁의 잔인함보다도 평화의 잔인함(?)에 대하여 꼬집는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잔혹함, 평화라는 미사여구 뒤에 있는 보복, 평화라는 제스처 뒤에 숨겨져 있는 칼, 그리고 평화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자는 구호 뒤에 같은 편이 되지 않으면 처절하게 복수하는 집단이기주의, 바로 그것이 인간의 역사임을 어거스틴은 현실적으로 간파한 것이다.

 

개신교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자면 어거스틴의 관점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본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조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 휴전의 상태이다. 다른 말로 하면, 평화와 휴전 중 누가 더 잔인한가 경쟁하다가 휴전이 이겼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휴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쉬고 있는 상태이다. 휴전의 이름으로 우리는 끝도 모르는 군비경쟁에 시달리고 있으며, 휴전의 이름으로 북한은 체제를 수호하는 일당 독재국가를 정당화하며, 휴전의 이름으로 우리는 평화를 유보하고 그냥 막연한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닌지 반성하여 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의 평화는 이중적인 과제를 가진다. 하나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휴전의 상태를 직시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는 영적으로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휴전의 상태에서 이상주의에 치우쳐서 맹목적인 평화를 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가 없이 종교의 자유는 허락될 수 없다. 국가의 안보와 국위가 뒷받침 될 때, 개신교의 종교 활동은 보장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하여 시민으로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약속하여 주신 선물이다. 우리는 저 하나님의 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천국백성이기에 이 땅에서 그 평화의 선물을 세상에 선포하여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이 평화의 원천이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복음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현재 한반도의 휴전이 이 땅의 분단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중간과정이 되려면 우리는 평화를 위하여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폭력의 대안은 참된 평화가 맞다. 그러나 그 전에 짚어야 할 것은 올바른 권력이 세워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권력과 체계, 평화를 수호하는 지도자와 정부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주신 시민의 권리를 올바르게 수행하여야 한다. 그것은 기독교인의 건강한 정치참여를 의미한다. 휴전과 평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 위하여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하나님의 사명임을 깨닫고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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