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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의 평화론 - 한반도 평화의 맥락에서

 

김용휘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 동학)

 

최근 한반도는 사드 배치 결정과 북한의 핵실험, 미국의 선제타격론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 간의 경색국면은 풀릴 줄을 모르고 있다. 현 정부는 남북문제를 당사자 간의 대화로 풀려고 하는 노력을 포기하고 있다. 대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체제로 편입되는 길로 치달아 가고 있다. 우리는 122년 전 청일 양국이 이권을 놓고 우리 땅을 유린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또한 해방 후, 일본을 대신해 우리가 분단된 어이없는 역사적 굴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도자의 판단 착오와 권력에의 집착은 종종 국민들을 몇십 년에 걸쳐 엄청난 고통에 빠뜨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 남북한 지도자가 또다시 그 과오를 되풀이하려 하는 매우 엄중한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분단으로 인해 입은 피해와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도 분단체제로 인해 비롯된 것이 적지 않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은 물론, 세대갈등도 일정부분 분단으로 야기된 측면이 있다. 정치도 종종 정책대결보단 이념대결로 가버린다. 심지어 경제적 평등의 주장, 양극화 해소 같은 의제들조차 종북적 사고로 매도된다. 분단은 우리의 정신도 반쪽으로 만들어 사고의 경직성을 초래해 왔다. 배제와 이분법적 사고를 무의식적으로 강요당함으로써 다양한 상상력, 창의적이고 통합적 사고를 차단해 왔다. 분단 전의 지식인들이 오히려 더 국제적이었고 사고가 웅혼했다. 종종 공간의 차단은 사고의 차단을 가져오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상식과 보편적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은 필요불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분단은 민족내부의 문제임과 동시에 국제문제이기도 하다.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체를 통한 평화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아시아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독일통일이 유럽통합과정의 일부이었으며, 유럽역사발전 과정의 한부분이었듯이 한국통일은 아시아 역사발전 과정의 한부분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지금의 신냉전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공생하는 신문명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매우 상징적인 세계사적 사건일 수 있다.

천도교는 분단으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종단이기도 하다. 분단으로 90% 가까운 북쪽의 천도교인을 잃어버렸다. 해방공간에서 천도교는 남북한 모두 청우당이라는 정당을 통해 통일국가 수립을 위한 고투를 전개했다. 한때 북한 청우당은 28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한 가장 큰 정당이었다. 하지만 남쪽에선 이승만 정권의 탄압으로 1949년 해체되고, 북한은 통일운동이 발각되면서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한 뒤, 존속은 시켰지만 사실상 노동당의 2중대로 전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은 청우당이 실체로서 존재한다. 그만큼 북한에서 천도교 세력과 그 역사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천도교는 북한과 직접 팩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식채널을 가지고 있다. 두 차례의 천도교 교령의 월북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만큼 북한의 천도교세력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지금 천도교는 동학민족통일회를 중심으로 청우당의 강령을 계승하여 나름의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학·천도교의 통일방안은 정신개벽과 인격의 함양에 바탕한 제도적 실천을 중시함으로써 도덕문명의 민주국가를 이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역할을 중시하고, 경쟁보다는 조화와 협동의 원리를 강조하는 경제체제, 토지공개념을 적용하여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과 같은 미국에만 편승하는 정책에서 탈피하여 남북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또한 개성공단을 다시 복원해서 남북경협을 늘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안보 위기를 오히려 가중시킬 사드 배치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한국의 비전과 설계도를 준비하는 일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사회경제모델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경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분권적 정치, 노동과 복지 문제, 생태와 여성, 산업과 개발, 농업과 공동체, 에너지와 먹거리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생태적인 철학에 바탕한 구체적 정책 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경제체제에 의해 점진적 통합이 될 때에만 한반도의 통합과정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 모든 사람과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 공생하는 신문명운동의 한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동학·천도교가 꿈꾸는 개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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