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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평화론 - 한반도 평화의 맥락에서

 

윤남진 (신대승 네트워크 트렌드&리서치센터 소장, 불교학)

 

 

한국의 모든 사찰에서, 모든 법회(불교집회)와 행사에서 불교인들이 빠뜨리지 않고 봉독하는 경전이 있다. 경전명은 줄여서 <반야심경>, 완전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이다. 이 경전의 첫 구절이자 전체 경전의 핵심 구절이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이다. 뜻을 간략히 풀이하자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五蘊) 고정된 실체가 없다(皆空)라는 것을 거울에 사물이 비추듯이 왜곡이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照見), 중생을 모든 고통과 멍에(一切苦厄)의 언덕에서 자유의 언덕으로 건네느니라()’라고 풀이 된다. 이 문장의 핵심사상은 모든 존재와 현상들이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대목이다. 왜 그런가 하면, 모든 존재와 현상들은 관계 지어 짐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호의존하여 일어나고 사라지므로 항상 그러한 어떤 것이란 없다는 것이다.

 

불교의 평화론의 근간이 되는 교리적 바탕도 이런 사상 위에 서있다. 상호의존하여,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관계지어 지느냐에 따라 존재와 현상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항상된 적(의 실체)가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평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항상되고 고정된 적이 있다면 그것은 타도해야 할 실체적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즉 어떠어떠한 조건의 결합되어서 적이란 관념이나 현상이 생겨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런저런 조건이 해소되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상을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여실지견, 如實知見)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찾고, 그 계기를 만들어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 평화의 길은 열린다.

 

근본교리로서의 평화론이 이러하다면 그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붓다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사전에 전쟁과 다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 사회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 다툼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힘의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점, 전쟁과 다툼을 피하기 위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등 온갖 방법을 써야 한다는 점 등을 가르치고 있다. 붓다는 강대국의 폭력 앞에 약소국인 밧지국이 멸망하느냐 번영하느냐 하는 것은 밧지국이 무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아니라 밧지국 사람들이 자주모여서 진리와 정의에 대해서 논의하는가, 전통적인 관례나 연장자의 지혜를 존중하는가, 여성과 타종족 등의 약자에 대한 보호정신이 있는가등에 있다며 7가지 기준을 예시하였는데, 이를 칠불퇴법(七不退法-일곱가지 쇠퇴하지 않는 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거나 일어났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마경>에 따르면 다툼이 있는 곳에서는 너의 온갖 능력을 발휘하여 두 편의 힘이 같아지도록 한 후 갈등을 화해시키도록 하여라라고 하고 있으며, <대반야경>에서는 보살은 평형이 깨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툼을 잘 화합시킨다고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평화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에서 적용하자면 불교는 사회적 약자의 편이 되어서 힘의 균형을 갖추게 하여 갈등과 다툼을 일방이 타방을 강압하지 않을 상태에서 최대한 평화롭게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득이하게 적군과 아군의 처지가 되어서 전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경우에는 어찌할 것인가? <대살차이건자소설경>에는 적군과 아군의 힘을 판단하여 적왕의 친한 벗이나 선지식(스승, 조언자)에게 청해 분쟁을 해결하거나, 적왕이 요구하는 물건을 주어 분쟁을 없도록 하거나, 아군이 많은 것처럼 술책을 써서 경외의 마음을 일으켜분쟁을 없앤다고 하였다.

 

끝으로 이처럼 온갖 노력을 하였음에도 부득이 전쟁을 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럴 경우에는 되도록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하며, 어떤 방편을 쓰든지 적왕을 항복시켜 군대를 싸우지 않게 하며, 방편을 써서 적군을 생포해서 살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의 이러한 평화론을 한반도와 그 주변 상황에 대입하여 본다면, 먼저 현재와 같은 갈등과 대립이 항상 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조건과 관계에 따라 일어난 것이므로 이를 바르게 살펴서 지혜를 발휘한다면 현실은 반드시 변화될 수 있다는 것,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나 상대방에 부족한 것을 주어서 갈등을 완화시키고 전쟁으로 가는 극단의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우리사회 내부의 민주주의를 공고화하여 다른 나라에게 위엄 있는 국가, 사회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등이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평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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