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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출발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6.05.20 19:39 조회 수 : 1444

음악의 출발

 

김순배 ? 한세대 겸임교수음악

 

음악은 아는 만큼 들린다. 들어서 그냥 좋은 음악도 많지만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알고 이해하면 음악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시대를 거쳐 19세기 낭만과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훌쩍 들어선 지금, 음악사의 시작과 향후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들을 조망해 보는 일은 흥미롭다. 역사 일반이 도전과 응전또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견해를 음악사에 그대로 대입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종교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읽히는 것이 역사 그리고 음악사이기도 하다.

석기시대에 그려졌다는 동굴의 벽화를 오늘날 생생하게 볼 수 있음은 그것이 그림이기 때문이다. 매우 오래된 건축물도 보고 만질 수 있는 공간 구조물로 우리 눈앞에 실존한다. 음악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시간 속에 사라지는 을 재료로 삼는 예술이기에 아주 오래된 음악을 그 상태 그대로 복원하기는 불가능이다. 결정적 자료인 악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악보가 필요한 바 기보법이 등장한 것은 기원후 약 600년경이니 늦어도 꽤 늦은 편이다. 악보가 존재하기 이전 음악은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알려지고 퍼졌다. 세대와 세대 사이에서도 입으로 전수되고 이어지는 것이 관행이었다. 대부분의 음악은 즉석에서 자유롭게 불리거나 연주되는 즉흥적 형태를 갖는 것이 보통이었으니 더더욱 악보의 필요성은 적었다.

음악은 일찍부터 인간과 함께였을 것이다. 비록 악보로는 남아있지 않지만 여러 형태의 자료들 속에 그 근거는 풍성하다. 기원전 500년 경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물이나 그들의 활동을 묘사한 회화나 공예품 속에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 목동 다윗이 수금연주로 사울 왕을 괴롭히던 악령을 쫒아낸 일은 명백한 음악치료의 선례이고, 여호수아의 여리고성 함락이라는 기적의 순간은 나팔소리와 함께였기에 더욱 드라마틱하다. 신약으로 오면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골로새서 316)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에베소서 518)라고 가르치면서 초대교회에서의 적극적 음악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그 시절 지하 카타콤에서 드리던 예배에서는 시편을 가사로 삼은 노래들, 누군가가 새롭게 만든 찬송가들 그리고 세속 노래 선율을 빌려와 가사만 바꾼 노래들이 은밀하게 그러나 열렬히 불려진다.

한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도 음악의 초기 상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성을 관장하는 아폴론을 향한 제사에서는 시를 읊거나 노래하며 하프와 같은 현악기를 뜯었고 도취의 신인 디오니소스 제사에는 보다 강렬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관악기를 주로 썼다. 자연히 아폴로 제사의 음악은 시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디오니소스는 춤과 함께하는 음악이 주를 이룬다. 이는 서양 음악의 양대 축을 형성하는 두 가지 경향을 상징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후로도 시와 춤은 음악과 뗄 수 없이 깊은 관계를 맺어가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로부터 시작하는 헬레니즘 전통의 음악관습은 기독교적 헤브라이즘과 더불어 서양음악사의 밑바탕을 이루는 정신적인 동시에 실질적인 재료가 된다. 이 두 경향은 때로는 긴장관계로 때로는 상호침투의 모양새로 음악사의 풍경을 다채롭게 그려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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