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5년 성서와 문화

바통을 잇는 <성서와 문화>호의 방향타

 

김경재 ? 한신대 명예교수신학

 

우리 사회의 작은 옹달샘 계간 <성서와 문화>가 새로운 편집팀을 꾸리고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편집팀 교체는 바통터치요, 이어 달리기의 성격이 강하지만, 사회문화의 상황변화와 기독교의 오늘 모습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헌신이 요청될 것이다. 계간 <성서와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주문해 보련다.

 

경계선상에 서서 현실을 통째로 보여주는 일

20세기 개신교를 대표할 만한 신학적 지성인 중 한사람으로서 폴 틸리히(1886-1965)를 꼽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틸리히는 자기의 신학적 특징을 경계선상에 선 신학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말은 성서의 영원한 진리를 문화라고 총칭하는 인간상황에 의미 있도록, 알아듣도록, 새로운 해석을 통하여 전달한다는 뜻이다. 복음진리는 영원하지만, 그것의 해석과 이해는 매시대마다 새롭고 심화 확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리히는 기독교와 아시아의 종교, 기독교와 맑시즘, 기독교와 심층심리학, 기독교와 실존철학, 창조신앙과 진화론, 기독교와 현대미술사이를 대화로서 풀어나갔다. 기독자의 실존적 자리를 경계선상에 둔다는 말은 양다리 걸친다는 말이 아니라, 실재와 삶과 생명현실을 부분이 아닌 통째로 파지하려는 자세이다.

 

종교는 문화의 알짬, 문화는 종교의 표현형태

틸리히가 경계선상에 서서, 현대 인간상황 안에 기독교의 복음진리를 새롭게 해명하고 적극적으로 변증하려 했지만, 그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17-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이후, 현대인들의 삶의 상황이 중세기적 종교문화 시대가 아니고, 탈종교시대요, 세속화시대요, 과학시대요, 무신론적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이나 학문세계에서 종교는 공적영역에서 퇴거시켜 개인의 사적 일거리로 다루자.”는 생각이 파다하게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틸리히가 종교는 문화의 알짬이요, 문화는 종교의 표현형태이다.”라는 고전적 명언을 제시했을 때, 그는 또다시 삶의 전체영역을 기독교가 세력을 가지고 군림하는 새로운 종교문화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는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서 종교를 이해하는 발상법이 실로 새롭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틸리히는 종교는 인간의 궁극적 관심이다.”라고 갈파했다.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란 자기의 마음과 뜻과 성품을 다하여 추구하고 사랑하고 헌신하는 관심과 대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인과 집단에게 그 궁극적 관심의 자리엔 국가이념, 정치이념, 돈과 경제발전, 과학의 능률성, 가문의 명예, 민족의 번영, 단순히 미모와 연애 대상일 수도 있다. 틸리히는 앞에서 예시한 관심들이 개인과 집단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관심일 수는 있지만, 과연 인간의 전 존재를 투여하고 추구하고 성취할만한 궁극적 관심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것들은 준 궁극적 관심이요 궁극이전의 관심일 뿐이다. 그것을 절대화하면 우상이 되고, 인간은 그것의 노예가 된다. 여하튼, 한 시대에 인간 공동체가 추구하는 준 궁극적 관심’, 혹은 궁극적 관심은 정치 법률 경제제도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문화장르를 통해서 구체화 되고 표현된다. ‘문화속에 형태와 형식을 입고 나타난 삶의 구조와 권세들이 과연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더 풍성하게 하는 것인가?”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삶, 곧 복음의 빛으로 조명해내는 일이 문화신학 과제다. 또한, 복음의 진리를 당대의 다양한 문화장르를 통해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성서와 문화>21세기 한국문화 속 비전

우리들이 사랑하는 계간지 <성서와 문화>가 가져야 할 비전도 틸리히의 문화신학의 통찰과 지혜를 깊이 참고해야 하리라 본다. <성서와 문화>21세기 한반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크리스천들이, 우리들의 삶의 형식을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각종 문화적 형태들을 복음의 빛과 능력으로써 비판적으로 검증하여 세상풍조와 교훈에 밀려 요동하지 않고”(4:14), 자유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능력과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나는 <성서와 문화>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상에 굳건히 자리하여 세상과 성서를 대화시키고 만나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룰 주제는 (i) 지구를 뒤덮고 사람을 경제동물로 만들고 맘을 피폐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과연 인간적인 삶의 틀이고 예수정신에 걸맞는 정치경제 제도인가? (ii) 천문학, 뇌과학, 분자생물학이 밝혀가는 우주와 인간과 생명의 실상에 대면하는 기독교 신앙의 성숙한 모습은 무엇인가? (iii) 진리, 선함,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꺼 버릴 수 없는 열정은 어디서 연원하며, ‘창조적 새로움을 열망하는 것은 성령의 일하심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iv) 외국과 한국의 기념비적 예술작품 속에 담긴 귀중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v) 일상 속에 햇빛처럼 현존하는 은총과 신비를 다시 감지할 수 있는 감수성을 어떻게 다시 회복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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