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5년 성서와 문화

속간(續刊)에 부치는 글

 

이계준  목사|발행인 겸 편집인신학

 

지난 15년 간 우리 사회와 교회의 극심한 변동과 우여곡절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성서와 문화>는 어떤 흔들림도 없이 제 갈 길을 꾸준히 걸어 왔다. 그것은 세속적 가치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성서와 문화의 상호관계와 양자가 지향하는 궁극적이고 숭고한 것을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시현(示顯)하려고 힘썼기 때문일 것이다.

신학자 P. 틸리히는 정신으로서의 생명이 창조한 것이 문화이고 그 생명이 초월한 것이 종교이다.’고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박영배 박사와 김효숙 교수 내외분은 문화 창조와 자기초월의 융합과정을 통해 <성서와 문화>라는 작품을 주조했다고 말해 좋을 것이다. 이분들은 계간지의 간행을 주어진 시대적 사명으로 받아 삶 전체를 투자하므로 놀라운 결실을 얻게 되었다. 실로 두 분의 남다른 노고와 헌신에 진심어린 감사와 찬사를 드리고 싶다.

초기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과 함께 서구문화라는 값진 유산을 이어받았다. 생태적으로 복음은 문화와 불가분리적이므로 이것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일제강점기란 참혹한 시기를 거쳐 경제발전에 의한 물질만능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오로지 그 자체의 가시적 현상유지와 물량적 성장만을 유일한 가치로 삼는 소아병에 걸리게 되었다. 이제 자기 초월적 정체성을 상실한 교회는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전락하여 문화 일반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갈등을 일삼는 자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성서와 문화>는 이렇듯 21세기 문화시대에 중세기적 암흑시대를 재현한 교회의 현실 속에서 기독교와 문화 사이의 가교역할을 통해 생명의 절정에 함께 근접하려는 선구적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수많은 필자들은 자신들의 지성과 성서를 음으로 양으로 연계 및 합성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공유하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독자들은 <성서와 문화>를 대하면서 모자이크처럼 투영된 복음 이해를 통해 새로운 감동과 지향해야 할 삶의 지표를 희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영배 박사가 근년에 건강을 비롯한 자신의 한계를 거론하면서 종간 의사를 수차 밝힌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필자는 계간지의 중요성과 경륜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인수할 마땅한 개인이나 단체가 없음을 들어 만류하곤 하였다. 그는 1년 전에 필자가 원로 목사로 있는 신반포감리교회가 속간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교회는 그 제안을 수용할 만 한 여건이 무르익지 않아 아쉽게도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금년에 들어 그 중임을 감당할 만 한 카이로스(kairos)가 다가오는 듯 보이기에 교회임원들 간의 의견교환과 교회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속간을 수용하는 특전을 안게 된 것이다.

교회가 <성서와 문화>를 이어가면 전도지나 홍보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이 계간지가 오늘날까지 쌓아올린 기독교 문화의 탑을 보존 및 창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비록 작은 공동체이나 지난 33년 동안 21세기 문화시대에 걸 맞는 복음 선포와 신앙의 생활화를 표방(標榜)해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복음에 걸 맞는 단장으로 현대인들의 삶이 더욱 심원해지고 더욱 풍요로워지는데 일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무거운 과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성서와 문화>는 앞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21세기 문화시대에 창조적 삶을 지향하는 모든 지성인들에게 기쁜 소식을 참신하게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 특화되고 포괄적인 여러 문화의 장르를 발굴 및 동원하는 동시에 지면은 물론 전자 매체들을 활용할 예정이다. 존경하는 필자와 후원자 및 독자 여러분의 기탄없는 협력과 고언(苦言)을 힘입어 본지가 일치 월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속간의 글을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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