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5년 성서와 문화

동지(冬至)와 성탄과 새해

 

유동식 (연세대 은퇴교수, 신학)

 

동지와 유월절

해마다 1222일에는 동지(冬至)를 맞이한다. 일 년 중 어두운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따라서 해 나는 낮이 가장 짧아진다. 햇빛이 생명의 원천이라면 어두운 밤은 죽음을 의미한다. 동지란 모든 생명을 얼어붙게 하는 겨울의 극치, 곧 죽음의 그림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 먹는 전통이 있어 왔다. 붉은색은 생명의 피를 상징한다. 따라서 생명을 해치는 모든 악귀를 추방한다는 뜻에서 팥죽을 쑤어 먹고 또한 그 죽물을 문설주에 바르기도 했다. 이는 인류에게 주어진 공통된 지혜라 하겠다.

애굽의 노예였던 유대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완악한 지배자 애굽을 징벌하시기로 했다. 곧 죽음의 사자를 보내 애굽의 모든 첫 생명체와 장자들을 죽이기로 하신 것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는 그날 숫양을 잡아먹고 그 피를 그들의 문설주에 바르도록 했다. 이것을 본 죽음의 사자들이 그 집을 뛰어넘어 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애굽은 굴복하고 유대 민족은 애굽의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을 기념하여 올리는 축제가 그들의 3대 명절의 하나인 유월절이다. 유월이란 뛰어넘는다는 뜻이다(12:1-14).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드신 것은 유월절 행사의 하나였고,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먹고 마시는 성찬 예식을 설정하신 것이다(14:22-26).

십자가에 달려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는 죽음을 초래하는 세상의 죄를 한 몸에 지고 가신 유월절의 어린양이었다(1:29). 우리는 성찬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먹고 마심으로써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된다.

 

2. 성탄과 제3 우주

동지가 지난 제3일에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곧 성탄절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인 로고스가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날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신 예수님을 불러 임마누엘이라 했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1:23). 이로 인해 어두운 죽음의 밤은 지나가고, 밝은 생명의 새 세계가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의 영원한 영적인 로고스가 인간이 되어 오신 역사적 예수로 말미암아 영과 육이 하나가 된 것이며, 영원과 시간이 하나가 된 제3의 우주가 창조되었다.

3 우주 안에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가로막는 담이 없어진다. 둘이면서 하나요, 하나이면서 둘인 원융무애(不一不二 圓融無碍)의 제3 우주가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2천 년 전 유대 민족 안에서 일어난 그리스도의 복음 사건이 지금 우리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안에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다고 했다(1:14). 은혜란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의 자비요 사랑이며, 진리란 하나님의 뜻인 아름다움이다. 여기에 성탄절의 의미가 있고, 크리스마스는 드디어 인류 전체의 보편적인 명절로 자리잡게 되었다.

 

3. 새해와 새로운 존재

성탄절이 지난 제7일에 신년 곧 새해가 시작된다. 우리는 새해 첫날을 신선한 설날이라 하고, 첫 해가 뜨는 원단(元旦)이라고도 한다. 이날 전통적으로는 차례를 지내고 세배한 다음 조상들의 성묘 길에 나선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에게 제7일이란 금요일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가 3일 만에 부활하신 주의 날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전통적인 행사에 앞서 하나님에게 감사의 예배를 드린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를 새로운 존재가 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존재가 된다. 옛것은 지나가고 새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후 5:17)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2:20)

우리들이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단순히 달력에 따른 시간적으로 새로운 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다시 또 낡은 옛날이 되어 버리고 만다. 우리들이 맞이하는 새해란 옛 사람에 대하여는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새로운 존재가 된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말미암아 영원한 새로운 존재가 된 그리스도인에 대해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금 있으면, 세상이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날에 너희는, 내가 내 아버지 안에 있고,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또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14:19,20)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모심으로써 우리가 하나님 안에 있게 되는 3태극적 존재가 됨을 말씀하셨다. 그리스도를 매개로 하나님과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복음적 실존이라고 한다.

복음적 실존은 하나님의 자녀 된 특권을 누리게 된다. 곧 자유와 평화와 사랑의 기쁨을 누리며, 하나님이 뜻하신 아름다운 인생과 아름다운 문화와 역사를 창조해가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새해란 복음적 실존으로서의 새사람 됨을 되새기게 하는 새로운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은 매일을 새해로 살아가는 영원한 새로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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