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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암 속에서

성서와 문화 2014.06.25 17:09 조회 수 : 2565

[이 문 균 ·신학]


지난 4월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어느 청취자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설거지를 하고 잠시 식탁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차갑고 캄캄한 바다 속에서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생각하면 커피 향을 맡으며 느긋하게 지내는 것이 죄스럽다는 것입니다. 그 청취자의 마음이 그렇다면 캄캄한 바다 속에서 죽어가는 자식을 둔 엄마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슬픔에 잠겨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결코 예전과 같은 일상은 맞이할 수 없습니다. 자식이 앉아 있던 의자와 책상을 보면 눈물이 왈칵 솟아오를 것입니다. 컴퓨터를 보는 순간 아들에게 게임만 한다고 역정 냈던 일을 생각하며 또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지나가는 또래 학생들을 보면 자식이 생각나서 가슴이 아파올 것입니다. 자식을 가슴에 뭍은 채 슬픔을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선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다스리는 세상에 왜 악과 고통이 있느냐는 문제를 신학에서는 신정론神正論이란 주제로 다룹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신정론도 만족할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참담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신정론은 욥 앞에서 아는 척 하는 욥의 친구들의 어줍잖은 충고일 뿐입니다.
출애굽기 20장 21절에 보면 “하나님이 계신 흑암”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빛 가운데 계시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흑암 중에 계신 하나님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때로 흑암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주목하는 삶>이란 책을 쓴 레이튼 포드는 스물네 살 난 아들을 심장 수술 도중 잃고 흑암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붙들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라는 작은 불빛이 흑암 속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은 불빛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불빛을 내려놓고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신비를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의 작은 불빛을 내려놓는 것은 절망 가운데서 그분을 더 깊이 믿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흑암 속에서 하나님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을 더 많이 신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스코트랜드의 한 목사님이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잃었습니다. 목사님은 아내의 장례를 치른 후 어김없이 주일은 다가왔습니다. 목사님은 말씀을 전하기 위해 강대상 앞에 섰습니다. 교인들은 목사님이 도대체 무엇을 설교하실까 궁금했습니다.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한참 입을 다물고 계시던 목사님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솔직하게 토로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산다는 것, 사랑하는 아내 없이 산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고백했습니다. 고통으로 얼룩진 이 땅에서의 삶이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은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을 잃고 믿음까지 버리는 이유를 더더욱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믿음을 버리는 것입니까? 밝은 태양 아래 있는 사람들은 믿음을 선택적으로 가질 수 있지만 저와 같이 슬픔의 그늘 아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믿어야 합니다. 믿음마저 없다면 정망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삶은 어렵습니다. 세상은 부조리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이런 세상에서 믿음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떻게 믿음 없이 살 수 있습니까? 믿음을 갖지 않고 어떻게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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