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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個性과 손맛

성서와 문화 2014.06.25 17:08 조회 수 : 2528

[허 영 수·소설가]


우리 어머니는 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음식 맛을 내는 마법사 같은 어머니셨다.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모두 자기 어머니가 최고의 솜씨를 가진 어머니라고 말하며 옛날 먹었던 음식 맛을 잊지 못한다. 나는 이것을 개성이라 본다. 손맛이 빚어내는 특별한 개성은,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따뜻한 정서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 밖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달라 같은 인간은 없다. 얼굴 모양을 비롯해서 목소리와 성격도 다르다. 우리는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구별해내고, 이 사람의 성격을 이것저것 묘사해 내기도 하며, 화제의 대상으로도 삼는다. 인간은 생김새만으로도 개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은 개성을 갖고 싶어 하며, 개성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이미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개성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만, 이 모순 속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개성적인 인간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을 때가 있다. 사람은 오히려 개성이 강한 인간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는 교장직에 있을 때, 직원회의를 하면 자기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교사를 자주 보았다. 학교에서의 일반적인 상식은 무엇이며,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아,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과 일치되는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 소신껏 말하면 엉뚱한 사람이란 말을 들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선생님 한 분이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며, 복장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수업에 임하여 나에게 심한 질책을 듣기도 했다. 교안도 쓰지 않고, 교재 연구도 하지 않았다. 시간만 나면 책을 열심히 읽는데, 주로 신화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선생님 사이에서도 평이 좋지 않았다. 눈에 띄기 위해 일부러 하는 짓이라니, 고의적으로 남과 다른 행동을 한다느니, 머리가 살짝 돌았다느니 하는 평이 돌았다. 그러나 학급운영은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다. 학급성적도 학년 최고, 환경심사에서도 일등, 무지각 무결석의 모범반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최고였다. 교사로서 최고의 스승이었다.
그가 나에게 “재수를 하는 일년 동안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개성을 발휘하려면 먼저 용기가 필요하다. 이 선생님도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평하든 바보소리를 듣든, 자기가 정한 방향으로 옳다고 생각한대로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고 견디어 자기 개성을 살릴 수 있었다.
사람은 원래 개성을 갖고 있으나, 그것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잘 모른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은 말을 잘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모두 감복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의 말이 궤변일 때가 많다. 자신을 높게 견적해 남 앞에서 으스대는 사람도 많다. 먼저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요사이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개성’에는 자기 것이 아닌 남에게서 얻은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도 개성을 팔기 위해 남과 다른 물건을 만들어 팔려고 애쓴다. ‘개성적인’ 제품을 사고는, 개성을 내 손에 넣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것-최고급품. 최고가품-을 사 모으며, 자신을 개성이 뚜렷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세계 일류 의상을 입고 치장하는 사람이 있다. 천만원이 넘는 고급 시계를 수 십점 가진 사람, 최고급 안경과 넥타이, 값비싼 브렌드만 몸에 걸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몇명 안 되니, 자기들은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겉치레로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은 자기 속에 있는 개성을 잃고, 무턱대고 외면만 추구하는 데 있다. 세계 일류품이라는 정평은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획일화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행도 그렇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그것을 입고, 부츠가 유행하면 그것을 신는다. 다른 사람이 어떤 복장을 하는가를 주목하여 자기의 복장을 정한다. 여자들은 유행에 뒤지는 것을 싫어해 유행을 위해서는 개성은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울 번화가에 나가면 파리의 일류품만 몸에 걸친 여성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개성을 살린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며 자기 돈을 아낌없이 쓰고 있지만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우리들은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개성적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남과 닮아 가기를 원하고, 유행을 좇고, 현대적이 되기를 원하나, 맘 속 밑바닥에서는 남과 다른 개성적이기를 욕망한다. 가장 쉬운 방법인 외면을 꾸미는 것, 남이 준비한 ‘개성’을 모으는 것에 분주해지기 일쑤다.
참된 개성은 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차분하게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찾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듯,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난 개성은 누구에게나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그런 개성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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