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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天 윤성범의 삶과 신학

성서와 문화 2014.06.25 17:06 조회 수 : 2359

[이 한 영 ·감신대 외래교수]


윤성범(1916-1980)선생은 토착화 신학, 한국적 신학의 선구자입니다.
선생은 경상북도 울진에서 가난한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선생이 신학을 공부하게 된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평양 광성보통고등학교 재학중 폐병 3기의 중병을 앓다가 치유되는 체험도 했고, 원산 베네딕트 수도원 수도사들과 교류도 했다고 합니다.
감신대에 입학하려 했으나 폐병을 앓은 전력이 있었기에 신체검사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지요. 선생은 눈길을 돌려 일본 동지사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1938). 여기서 선생은 자유로운 학풍을 배웠고, 칸트·바르트·브루너·고가르텐 등의 철학과 신학을 배웠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귀국길에 올라 목사 안수도 받고 감신대 교수로 임용도 되었습니다(1946). 그리고 한국전쟁을 겪은 후, 그는 다시 유학길에 올라 스위스 바젤에서 바르트, 야스퍼스, 쿨만 등 신학과 철학의 거장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바르트 신학과 야스퍼스 철학에서 받은 영향은 큽니다. 이후 국제종교사학회 실행위원, 한국종교사학회 회장, 감신대 학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적 신학을 수립하기 위해 평생 헌신하였습니다.

윤성범은 일본과 스위스 유학 생활을 통해 서양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대의 신학이 서구의 신학을 단지 소개하고 답습하던 번역신학의 수준을 넘고자 했습니다. 한국적 토양 속에서 한국적인 풍미를 통해 신학을 하고자 하는 주체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우리 문화, 우리 사상, 우리 종교에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 시발점은 “한국신학방법서설”(1961)이라는 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한국신학의 방법론을 ‘감, 솜씨, 멋’이라는 우리말로 감칠맛나게 풀어놓았지요. 쉽게 풀어 말하면, 말씀을 ‘감’이라는 우리문화의 자리에서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솜씨’ 있게 조화시켜, 창조적으로 ‘멋’지게 표현하자고 하는 제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많은 논문들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토착화신학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신관, 율곡사상, 화랑정신, 한국 샤머니즘, 천도교 등 한국의 전통사상들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를 신학과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구성해 나갔습니다. 특히, 단군신화 연구에 집중했는데, 이는 당시에 소위 ‘토착화 논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윤성범 선생의 신학의 핵심은 70년대에 본격적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 ‘성(誠)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선생은 ‘한국적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성의 해석학’ 또는 ‘성의 신학’과 관련된 일련의 논문들과 저서를 발표하고 출판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은 도대체 이 ‘성(誠)’이 무엇이길래 이것을 핵심주제로 삼고 성(誠)의 신학을 과제로 삼았던 것일까요? 또한 ‘성(誠)’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선생이 ‘성’을 핵심주제로 삼은 것은 신학을 우리말로 표현하고 우리 사상으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말과 뜻으로 표현된 이 말이 기독교신학의 핵심인 ‘말씀’과 상통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선생은 기독교 신학의 핵심을 ‘말씀’에서 찾았던 것이지요. 그것은 칼 바르트의 ‘말씀의 신학’의 영향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선생은 신유학(율곡)의 ‘성(誠)’이 이것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우리 사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는 ‘말씀’이 서양 땅에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도 이미 선재하고 있었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겠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성(誠)이란 말에는 ‘참’, ‘참됨’, ‘진리’ 등의 뜻이 있습니다. 참 진리란 무엇일까요? 참 진리란 ‘말씀’인 것이지요.
『중용中庸』에 “誠者天之道也”란 말이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성(誠)’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성(誠)’이란 ‘하늘의 도’란 뜻입니다. 그래서 선생은 이에 비추어 ‘성(誠)은 하느님이며 하느님의 말씀이며 계시이며 복음’이라고도 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선생은 성(誠)이란 한자를 파자破字하여, ‘言+成 말씀이 이루어짐’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이는 곧 ‘말씀은 하나님이며 말씀은 그리스도’라고 선언하고 있는 요한복음 1장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요컨대, 서구신학이 ‘말씀’을 그리스적 표현인 ‘로고스’로 표현한 것처럼, 선생의 한국신학은 말씀을 한국적 또는 동양적 표현인 ‘성(誠)’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생은 ‘효(孝)’를 대단히 중시하였습니다. 그것은 ‘효의 신학’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것입니다. 선생은 ‘효’를 최상의 윤리덕목이며 이성중심의 서양윤리를 뛰어넘는 동양의 윤리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유교의 오륜五倫 중 하나인 “부자유친父子有親”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윤리의 근거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선생이 효를 강조한 것은 철저히 기독교 신앙과 성서에 근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부자유친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하늘 아버지와 아들 예수의 관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야말로 하늘 아버지의 뜻에 가장 부합된 효자라는 것이지요.
이밖에도 선생은 로마서나 갈라디아서 등 성서연구, 에밀 부르너나 바르트 등 현대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연구,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대한 연구, 생명사상 연구에도 매진하였으나, 선생의 사상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토착화신학과 한국신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선생은 주체성을 지닌 신학자였습니다. 서양신학을 단순히 베끼거나 반복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선생이 추구했던 토착화신학과 한국적 신학은 우리의 것만을 추구한 또 다른 의미의 배타적인 신학도 아니었습니다. 선생의 신학 안에서 동양과 서양, 서양신학과 한국문화가 만나 함께 어우러지고 아름답게 꽃피웠습니다. 성서는 물론,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일본신학, 칸트, 하이데거, 야스퍼스 철학, 불트만, 바르트 신학 등을 그만의 한국적 솜씨로 새롭게 빚어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문화신학의 개척자였으며 또한 창조적 신학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선생의 신학을 한 마디로 말하면, 해천(海天) 신학이라고 하겠습니다.
해천(海天)은 선생의 호입니다. 관동팔경 중 하나였던 동해안을 바라보면서 바다와 하늘이 경계 없이 맞닿아 있는 모습을 보고 이 호를 지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신학여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동양과 서양! 서양신학과 한국문화! 복음과 상황! 선생에게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맞닿아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말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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