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4년 성서와 문화

세월世越과 단원檀園

성서와 문화 2014.06.25 17:04 조회 수 : 2408

[유 동 식 ·신학]


1. 세월과 세욕世慾

봄이 한창이던 지난 4월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전대미문의 참사가 일어났다. 희생자 300여명의 대부분이 꽃다운 고등학생들이었다.
이것은 흔히 보는 풍랑 등으로 일어난 자연재해가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인재였다.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진 선박회사가 무식한 싸구려 선장을 고용하고, 허가된 적재량의 몇 배가 넘는 화물을 싣고, 모든 안전규칙을 무시한 채 항해를 감행한데서 비롯된 참사였다.
이러한 운행은 그간 관행처럼 되어왔으며, 이것을 가능하게 한 배후에는 부패한 관리들, 이른바 “관피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무법천지를 만들어 온 실체가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집단이었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업체 세모그룹의 “세모”는 모세를 뒤집은 말이요, 세월호의 “세월”은 세상을 초월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기독교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한 대속으로 말미암아 죄의 세계로부터의 구원과 영적 초월을 믿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세상법을 무시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의 “세월”은 아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신앙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바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셔서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대신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갈 2:20)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는 자기의 세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신분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모든 죄악으로부터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신 분이요, 자비와 사랑의 화신이었다.

2. 단원과 바다

세월호의 침몰과 운명을 같이한 젊은이들 대부분이 경기도 안산에 있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다. 그들은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이었다.
안산은 18세기 조선의 한 대표적 화가였던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가 그림 수업을 하며 자라난 곳이다. 그의 스승 표암은 단원의 탁월한 그림솜씨에 대해 “무소불능의 신필”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예술가의 호를 따서 이름을 지은 것이 단원고등학교일 것이다.
단원의 그림 중에 “남해 관음도”가 있다. 어린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옷자락을 잡고 남해의 거친 물결을 타고 넘어가는 그림이다. 동자가 한 손으로 부여안고 있는 꽃병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버드나무 가지가 꽂혀 있다.
단원은 오늘의 세월호 참사를 이미 내다본 예언자와도 같이 느껴진다.
비록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남해의 거친 파도에 밀려 이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필경 그들의 영혼은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힘입어 하늘나라 극락세계로 갔으리라고 믿는다.
일찍이 단원은 흐르는 물속에서 영원한 하늘나라를 내다 본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그의 말년에 이러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봄물에 배를 띄워 가는대로 놓았으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가 물이로다.
이중에 늙은 눈에 뵈는 꽃은,
안개 속인가 하노라.

흐르는 물과 영원한 하늘은 둘이면서 하나이다. 물속에 하늘이 있고, 하늘 속에 물이 있다. 깨닫고 보면 색(형상)이 바로 공(영원)이요, 공이 곧 색이다. 예술이란 형상을 통해 영원한 실상을 그려내는 작업이다. 앞서간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지금 단원과 천사들과 함께 영원한 하늘나라를 노래하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으리라 믿는다.

3. 대속의 어린 양들

세례 요한은 그에게로 다가오는 예수님을 보고, “세상의 죄를 지고 가시는 어린양을 보라”고 외쳤다.(요 1:29)
죄 없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는 우리들의 죄를 대신 지고 돌아가신 것이다.
죄 없는 어린 양들이 왜 비운의 죽음을 당해야만 했을까?
그들의 죽음은 오늘의 한국이 지고 있는 총체적 죄악들을 대신 지고 간 회생의 어린양들의 거룩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욕심에 눈이 멀어, 영적 구원을 돈으로 팔아먹는 사이비 종교집단들, 오랜 세월을 두고 누적된 공무원들의 부패조직인 “관피아”라는 관리들, 거액의 세비를 받으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뇌물방지법 같은 것은 처리하지 않고 버려두는 국회의원들, 이 모든 한국의 어두운 세력들이 만들어낸 죄 짐들을 한 몸에 지고 떠나간 어린양들이었다.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행렬이 끝이지 않고, 노란 리본은 전국을 물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도 정치꾼들만은 참사의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 돌리며 비방을 일삼고 있다. 직업적인 데모꾼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신부복 뒤에 숨어 정권퇴진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제2의 광주사태 운운하며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무리들이 있다.
진정한 조문은 진정한 자기반성부터 있어야한다. 진정한 자기반성은 자기 개혁을 초래하는 것이다.
자기개혁이란 그리스도의 복음에 동참하는 일이다. 곧 그리스도와 함께 사욕과 이 세상에 대해서는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함으로써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존재란 그리스도와 함께 이웃을 사랑하며, 새로운 한국을 세우기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사람이다.
이것만이 어린양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진정한 추모의 길이 될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 흑암 속에서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565
26 개성個性과 손맛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528
25 <음악 片紙 ⅣⅩⅨ> 반드시 깨어나야 할 꿈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633
24 히틀러와 바그너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566
23 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 루오의 “미제레레”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549
22 마지막 편지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322
21 海天 윤성범의 삶과 신학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359
20 두 포오즈, 반가사유상과 피에타상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476
19 5월의 푸른 아침에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289
» 세월世越과 단원檀園 file 성서와 문화 2014.06.25 2408
17 확신과 회의의 오솔길 성서와 문화 2014.06.25 2334
16 창간 15주년을 축하하며 성서와 문화 2014.06.25 2266
15 영혼의 풍족과 행복을 주는 계간지 성서와 문화 2014.06.25 2291
14 크리스천 지성인들이 사랑하는 계간지 성서와 문화 2014.06.25 2318
13 사막에 나무심기 15년 성서와 문화 2014.06.25 2305
12 진리의 오솔길, 길고 끝없는 이야기 성서와 문화 2014.06.25 2293
11 항가리 선교지에서 함께 했던 성서와 문화 성서와 문화 2014.06.25 2290
10 계간 “성서와 문화” 창간 15주년을 축하하며 영혼의 무늬 성서와 문화 2014.06.25 2309
9 파리의 한국화가들 성서와 문화 2014.06.25 2500
8 사랑과 꿈의 화가 마르크 샤갈과 성서 성서와 문화 2014.06.25 2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