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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화和의 미소

성서와 문화 2013.12.18 21:11 조회 수 : 2359

[박 영 배 ·본지 편집인]


대전에서 서울로 향하는 열차에서 잠시나마 무료함을 덜기 위해 신문을 펼쳐 보았다. 늘 그러하듯 정치면과 사회면을 보노라니, 정치인들의 뻔뻔스러움과 공기업들의 무책임한 행태와 탐욕, 그리고 사회 각 분야의 갈등이 여과 없이 들어나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 “1000년의 한결같은 미소, 뉴욕이 술렁이다.”라는 머리기사와 함께 금동미륵반가사유상金銅彌勒半跏思惟像의 사진을 보는 순간, 마치 진흙탕 같은 연못에서 맑고 깨끗한 연꽃을 보는듯했다. 앗! 하는 탄성과 함께, 어쩌면 이렇게도 조용하고 평화로울까! 더함도 덜함도 없이 그 자체로서 충익하고, 이렇게 충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얼핏 머리에 떠 오른 것은 오래 전 일본 여행에서 본 일본의 국보 1호인 ‘고류지(廣隆寺)의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이었다. -‘일본의 국보급 고대 유물들의 거의가 한반도에서 전래된 것’(야나기 무네요시)인 것처럼 ‘고류지에 있는 반가사유상도 여러 역사적 정황과 조형기법으로 보아 백제나 신라로 부터 온 것이기도 하다.’ (日本書記)-
20세기의 저명한 독일의 실존 철학자로서 일찍이 동서의 문명과 종교는 서로가 불가결의 보충관계임을 주장한 칼 야스퍼스 K. Jaspers는 일본 여행에서 이 고류지의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을 보면서 아주 인상 깊은 헌사를 남기고 있다. 그 내용의 골자를 요약하면 ...,
“나는 철학자로써 인간존재의 최고조로 완성된 모습의 표증인 여러 모델을 보아왔다 ...... 그러나 그 어느 것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지상적인 감정의 때가 남아 있는 인간 표현이며, 진실한 실존의 깊은 곳까지 도달한 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류지의 이 반가사유상은 실로 완성된 인간 실존의 최고도의 이념이 남김없이 표현되어 있었다. 그것은 지상에 있어서의 모든 시간의 속박을 넘어서 도달한 인간 존재의 가장 맑고 깨끗한 그리고 가장 원만하고 영원한 모습의 심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십 년 간의 철학자로서의 생애 가운데 이것만큼 인간실존의 참된 평화의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을 아직 본 적이 없었다. 이 사유상은 우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영원한 평화의 이념을 남김없이 표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유상에 대한 야스퍼스의 헌사는 인간의 언어로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만약 야스퍼스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경주의 석굴암 불상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는 다만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며 인간정신이 도달한 극점極點을 바라볼 뿐이었을 것이다.
실로 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불상이 인도에서 시작하여 중국을 거쳐, 백제와 신라에서 최고도로 승화되며 완성을 성취한 한 금자탑이다. 균형미均衡美와 조화미調和美 그리고 세련미 넘치는 이 반가사유상, 이 영원한 미소는 어떠한 쟁론爭論도 화和하게 하는 평화의지와 희망 지향적인 한민족성韓民族性의 자기표출이라 하겠다.
나는 이러한 귀중한 보화가 우리 조상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생각하면 이 청정한 영원의 미소, 평화와 통찰이 우리 민족이 지향해 온 이상理想의 발로요, 우리의 근원적인 사람됨의 원형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의 현실에서 볼 때 우리는 이러한 원형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나와 있음을 본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 전체가 지니고 있는 크나큰 과제는 우리의 참된 인간 회복을 위하여 모든 국가적인 지혜와 역량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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