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3년 성서와 문화

[김 경 재 ·신학]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바램도 많았던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가 지난 가을 부산항도에서 열흘간(10.30-11.8)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폐막되었다. 한국 그리스도교계 만이 아니라, 종교계와 한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일간신문에서도 적지 않는 관심과 보도를 해주었다. 관심을 갖고서 이번 세계대회를 지켜본 <성서와 문화> 독자들이 많았겠지만, 앞으로 70년 안에는 다시 올수 없는 세계적 뜻 깊은 대회인지라 <성서와 문화> 속에 그 대회의 낙수를 남기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낙수落穗란 가을걷이 후에 논밭에 떨어져 있는 곡식의 이삭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은유적으로는 어떤 일의 뒷이야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고 쉽게 말해서 여담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글은 본격적인 세계교회협의회 신학정신이나 이번 부산 총회대회의 총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가한 방담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의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솔직한 유감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필자는 이번 부산대회가 내건 주제가 너무나 시의적절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였다. 21세기 초 우리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핵심주제가 생명과 정의와 평화 문제임을 적시한 까닭이다.
과학지식의 발전에 힘입어 생명공학, 생명의학기술, 생명체 본질규명, 생명장수시대를 열었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시대처럼 생명이 비생명화 되고, 소외되고, 때론 기계처럼 심지어 물질 쓰레기처럼 천대받고 가치하락이 된 시대가 인류사에 별로 없었다. 단순히 생태환경 위기만이 아니다. 멀쩡한 선진국 사회현실 안에서와 지구촌 곳곳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그 가치가 손상되고 위기에 처해 있음을 목도한다.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일가? 하나님 신앙을 버렸고, 물질주의자와 물신숭배자가 되었으며, 정의를 짓밟고 평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고백한 것이다.
둘째, 필자는 이번 제10차 WCC 부산대회를 계기로 하여, 너무나 보수적 정통신앙에 칩거한 체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르는 한국 개신교가 계몽되고 보다 열린 신앙공동체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고 커다란 수치심과 가슴을 찢는 슬픔을 안게 되었다.
흔히 WCC를 갈라진 개신교(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의 연합운동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이해이다. WCC 대표단을 구성하는 큰 부분은 동방정교회도 있고, 성공회(앵글리칸 처치)도 있고, 개신교와는 전혀 역사와 전통이 다른 아프리카 곱틱교회도 있다. 심지어 로마가톨릭 교황청 산하 ‘그리스도인 일치촉진 평의회’ 대표도 참여와 지지를 보내는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축제’이자 신앙 다짐의 범세계적 집회이다.
색깔과 전통을 달리하는 300여 교파들과 다양한 교회전통의 작은 물줄기들이 합류하여 큰 강의 흐름을 이루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공식대표만도 2500 여명이요, 그 뒤에는 6억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소위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 산하 보수교회들과 한국 장로교 보수정통교단임을 자부한다는 ‘예수교장로교 합동측 교단’이 합세하여 제10차 부산대회 전후로 극심한 반대운동을 벌렸다.
총신대학교 학생들을 동원하고 교인들을 총회장소 부산 벡스코 건물 주위에 모이게 하여 ‘WCC 규탄대회’를 열고, 확성기를 통해 대회기간 중 내내 비난과 방해를 했고, 심지어 마지막 폐회식 예배식장에 일부 극단적 보수교단 신도가 불법 난입하여 예배를 방해하는 난동을 부렸다. 종교가 교리주의로 굳어지면 얼마나 무서운 광신적 집단이 되고 폭력적 집단이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교회로서는 슬프고 수치스럽고 절망스럽다. 그들의 주장은 성경 절대주의, 정통교리 절대주의, 기독교 절대주의를 표방하면서, WCC에 참여하는 6억명의 그리스도 형제자매들은 반신앙단체, 적그리스도, 구원받지 못하는 이단들이라고 맹공한다.
셋째, 이번 제10차 WCC 부산총회를 손님맞이 격으로 일해야 하는 한국교회 지도력과 에큐메니칼 신학지향성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것은 결국 교회란 무엇인가? 복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는 방식과 목적은 무엇인가 등등에서 감출 수 없는 견해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번 큰 대회에서 세계교회 대표들을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두개의 초점을 가진 ‘타원형 리더십’을 구성하였다. 하나는 제10차 세계교회 협의총회 준비위원회(대표 김삼환 명성교회 담임목사)요, 다른 하나는 한국교회협의회(KNCC, 총무 김영주 목사)였다. 우여곡절과 상호간 긴장갈등도 있었지만, 타원의 두 초점으로서 두 기구조직의 협력과 수고를 우리는 인정하고 감사하며 평가하는 바이다. 두 기구의 협력적 갈등구조가 발생한 바탕엔 대회를 치루는 재정경비동원, 한국교회 참여의 실력, 그리고 돈과 사람동원 문제와 다른 신학적 담론의 이론적 제시, 세계교회 지도자들의 열린 성숙한 신앙에 걸맞는 한국기독교의 지성적 메시지 전달 등 문제에서, 두 기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보완관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솔직하게 필자의 견해를 피력한다면 두 기구의 기능적 역할분담의 문제라면 하등 걱정할 일은 아닌데, 복음의 본질과 교회의 시대적 사명 이해 그리고 선교초점을 어디에 두어야하는가 하는 견해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앞의 준비위원회 조직의 리더십집단(대표 김삼환)은 ‘십자군적 선교신학’을 가진 것이며, 뒤의 KNCC 리더십집단(대표 김영주 총무)은 ‘십자가의 선교신학’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십자군적 선교신학’은 힘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비기독교 세계를 복음으로 정복하자는 입장이다. 그렇게 선교임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는 양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정신과 신학사상보다 현실적 돈과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에 비하여 ‘십자가의 선교신학’은 세상을 정복대상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 속에 성육화聖肉化하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봉사와 자기희생으로 속량하여 내자는 입장이다. 특히 사회정치적 약자들의 신음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않된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 입장이 옳은가는 독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넷째, 이번 WCC총회의 마지막 소감은 복음을 간직한 교회의 선교사명 중 새의 두 날개처럼,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뤄야 할 ‘정치사회적 관심’과 ‘종교문화적 관심’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너무 한쪽에 기울어졌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지막 폐회식의 성명서 채택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 내용과 같은 시의적절한 성명서 채택으로서 세계교회의 예언자적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베를린에서 출발하여 모스크바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북경과 평양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려던 <평화열차> 프로그램은 북한 땅 통과를 실현 못해 그 의미가 반감되었지만 참으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종 종교문화정류지’로서 한국이 지닌 종교문화적 중요성과 ‘종교문화적 선교과제’는 많이 강조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개막식에 ‘한국 종교인 평화회의’(KCRP) 대표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대표로 참석하여 축하의 뜻을 표했지만, WCC 역대 개회식에서 의례히 개최국 원수(대통령 혹은 총리)가 축하연설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장관을 대신 보냈다.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이 있었겠지만, G20 회의보다도 WCC총회가 그 중요성에 있어서나 국익 관점에서도 더 크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한국 정치집단의 세계문화 지형에 대한 무지에 근거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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