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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태극기

성서와 문화 2013.10.10 16:31 조회 수 : 2428

[박 영 배 ·본지 편집인]

 


옛 신라의 천년 고도古都인 경주 여행에서 박물관을 찾을 때마다 늘 설래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은 1935년 경주 석장동에서 발굴된 유물인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이다. 이 유물은 15세를 전후한 신라의 화랑 두 사람이 나라의 충성을 맹세한 내용을 손바닥보다 작은 돌에다 새긴 것이다.
그 내용인 즉, “하늘 앞에 맹세하여 지금으로부터 3년 이후에 충도忠道를 위하여 허물이 없기를 맹세한다. 만약 이 서약을 어기면 하늘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만일 나라가 불안하고 세상이 크게 어려워지면 모름지기 충도를 행할 것을 맹세한다. 앞서 신미년辛未年 22일에도 크게 맹세했다. 시詩 상서, 예기, 춘추전을 차례로 습득하기를 맹세하되 3년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유물이 진흥왕 13년, 또는 33년 이라고 할 때, 통일신라의 기원인 676년을 약 6,70년 앞둔 시점이다. 마땅히 온 국민이 국론을 하나로 하여 통일을 향해 나라의 모든 역량을 모아가는 시기였다.
남북통일이라는 큰 과제에 직면한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도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삼복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렵, 68번째 광복절을 며칠 앞둔 주일이었다. 이날 교회에서는 십자가 앞에 태극기를 세운 채 예배를 드렸다. 숙연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흔히 말하기를 신앙은 국경을 초월한 것이나 신앙인은 국적을 갖는다고 한다.
그날 이후 한 계절이 지나가는 데도 그 날의 십자가와 태극기를 통해, 신앙과 애국심, 하느님의 사랑과 나라 사랑은 어떤 관계일가 하는 여러 상념이 잊혀지지 않고 내 마음 속에 살아 있었다.
종교적 신앙세계란 초월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사랑은 곧 이웃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러기에 예수께서도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셨다. 예수께서는 또한 당신의 가르침 중에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그 첫째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둘째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신앙과 나라 사랑의 문제를 바울의 신앙과 삶의 기록 속에서도 보게 된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만일 사람들이 세상적인 무엇을 가지고 자랑을 한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못하지 않으며, 종교적 규례나 율법을 갖고 따진다 해도 나는 조금도 흠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고백하기를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기 위한 것이라면 지난날 나에게 있어서 그렇게도 유익한 모든 것들을 장애물로 여길 뿐 아니라 그 모두를 쓰레기로 여긴다고 했다.
바울의 이 고백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중하게 생각한 세상의 모든 명예와 특권을 오직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헌 신짝처럼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울이 로마에 보낸 편지에서는 위에서 말한 삶의 고백과는 전혀 상반되는 듯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말하기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걷히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증언하노니 나와 혈육을 같이하는 내 동족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다.(로마서 9: 2-3)”라고 했다. 즉 내 사랑하는 형제와 동족을 위한 것이라면 목숨처럼 소중한 그리스도와의 하나 됨이 단절되는 한이 있을 지라도 그것을 원하노라 하는 이 고백은 바울의 이웃 사랑과 동족 사랑이 깊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바울의 이상과 같은 삶에서 십자가와 태극기, 신앙과 나라사랑, 하느님의 사랑과 민족 공동체의 사랑의 문제는 구별은 되지만 하나임을 보게 된다.

이 같은 성서적 증언은 오늘 우리 시대의 역사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즉 5,60년대 미국의 남부 민권 운동의 지도자였던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과 백인의 차별을 극복하고 서로가 평등하게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이 곧 하느님의 뜻이며 복음의 명령이라 했다. 그러기에 킹 목사에게 있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르는 신앙행위와 인권을 위한 모든 활동은 같은 목표를 향한 것이 었다.
실로 복음의 진리는 구체적이며 인간의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며 각성케 한다. 따라서 십자가와 태극기, 신앙과 나라 사랑, 하느님의 사랑과 민족 공동체에 대한 사랑의 문제는 한 수레의 두 바퀴와 같으며 새의 두 날개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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