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3년 성서와 문화

삼존석불

성서와 문화 2013.10.10 16:31 조회 수 : 2604

[허 영 수 ·소설가]

 


    북 군위군은 나의 처가가 있는 곳이다. 처가가 있는 군위를 가려면 대구에서 칠곡군을 지나 한티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갯마루에 잠시 멈춰 신선한 바람을 마시며 숨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한없이 낮은 자세로 잦아들다가도 대들듯이 솟구치는 뭇 산과, 아스라이 멀어지는 유유한 낙동강과, 언제나 공장과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으로 흐릿한 대기아래 엎드려 있는 대구를 조망하면서 차를 달리면, 평소에는 맛볼 수 없는 깨끗한 청량감을 무한정 즐길 수 있는 행복감에 젖는다.
초여름 아침이면 이 길을 따라 줄지어 선 미루나무 잎사귀들과 이슬이 걷혀가는 온갖 초목이 상쾌한 대기 속에 싱싱한 몸부림을 친다. 이 고개에서 부개면 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왼쪽에 삼존석굴의 입구가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삼존석굴을 ‘제2석굴암’이라고 부른다. 그 말에는 석굴암에 뒤이어 두 번째로 알려진 석굴사원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석굴암에 버금간다는 자부심이 담겨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 삼존불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통일신라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석굴암의 형님’이라야 맞지 않을까? 시대적으로 앞섰다고 반드시 예술적 품격까지 높지는 않을 것이다.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지식인들 사이에서 고전시대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이 퍼져나갔다. 그때 르네상스 인들이 말하는 고전시대란 바로 그리스-로마시대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고전시대는 통일신라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전시대가 낳은 대표적 석굴예술이 석굴암이라는데 이이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토함산 ‘석굴암’의 전 시대 작품으로 ‘삼존석불’이 석굴암의 선행양식으로서 뒤에 지어진 완벽한 ‘석굴암’ 제작을 위한 연습작 내지는 지침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을 작품으로 보고 있다. 사실은 그 이상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삼존석굴’은 수십 미터가 넘는 천연 바위벼랑의 3분의1 쯤 되는 지점에 안치되어 있다. 입구는 밑면을 잘라낸 둥그스름한 형태이고 내부는 궁륭형 천장에 바닥은 평평하다. 석굴의 안쪽에 자리한 본존상은 무뚝뚝하며 두 손은 항마촉지인을 짓고 있다. 본존불 좌우로 광배를 갖춘 왼쪽 협시보살과 광배를 잃은 오른쪽 협시보살은 등신대의 키로 늘씬하다.
깍아지른 듯한 자연 석굴 안에 모신 삼존은 이 석벽의 돌이 아닌 화강암으로 삼존석불을 다른 곳에서 제작하여 이 석굴로 옮겨온 것이다. 그 어려운 난공사를 해낸 당시 인들의 불심에 감읍하는 순간, 무한 감개에 젖어 몇 마디 짧은 가락이 절로 흘러나왔다.

 

삼존석불

 

어깨에 닿아 있는 길고 크신 본존의 귀
소발한 머리 위로 육계가 솟았으며
벌어진 어깨 가슴에 서렸도다. 위엄이
 
구름을 잡으며 흘러내린 법의는
무릎 지나 대좌 아래 상현 좌를 이루시다.
두 손은 항마촉지인 고졸한 맛 지니셨다.

삼면보관 쓰시고 감로병을 드신 손
퉁퉁한 오른 손은 영락을 가리키고
두광의 불꽃무늬가 고담하게 타오른다.

오른 쪽 협시보살 삼곡자세 삼면보관
불룩 내민 배위에 올려놓은 오른 손
낮은 코 퉁퉁한 두 볼 아름다운 자태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영원한 화和의 미소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359
37 실 종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298
36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인생을 생각하다 (Ⅰ)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371
35 노년일지老年日誌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279
34 <음악 片紙 ⅣⅩⅦ> ‘날아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 베르디 ‘나부코Nabucco’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475
33 고흐를 다시 생각하다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572
32 공존이라는 자유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344
31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 낙수落穗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460
30 多夕 유영모 선생의 자속적구원自贖的救援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521
29 우주와 그리스도인 file 성서와 문화 2013.12.18 2332
28 십자가와 태극기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429
» 삼존석불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604
26 하 얀 사 발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655
25 스승의 은덕을 기리며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774
24 계산하지 않는 계산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667
23 <음악 片紙 ⅣⅩⅥ> 물 위를 걷다 - 리스트 ‘두 개의 전설’ -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615
22 주님은 나의 목자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570
21 구절초九節草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585
20 우리의 국적 file 성서와 문화 2013.10.10 2614
19 오늘의 구원의 문제를 생각한다 -한 평신도의 소리- file 성서와 문화 2013.07.03 2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