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3년 성서와 문화

[조 후 종 ·명지대 명예교수]

 


계사년인 금년이 이남규씨가 떠난 지 이십년이 되는 해입니다. 같이 사는 삼십년 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혼자 남아 살아온 이십년 동안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옆에서 친구가 ‘우리 영감은 떠나고 이년 만에 친구들이 잊어버리던데 이남규씨는 이십년이나 지났는데도 서울에서, 대전에서 저렇게 손님이 많이 오시니 살아서 여기 있네’ 라고 했습니다. 정말 이십년 만에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이었습니다. 생전에 그림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 하던 그대로 자기를 만나려고 오신 손님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는 것 같았습니다.
대전은 이남규씨가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녔던 고향입니다. 그리고 이남규씨의 기질을 만들고 작품의 모태가 된 곳입니다. 방문객이 뜸한 오전시간에 혼자 와서 한참을 그림을 들여다보며 울먹이는 제자를 만났습니다. 학교 다닐 때 너무나 사랑해주셨는데 그림을 계속 그리지 못해 죄송해서 연락도 못 드렸다며 너무나 그립다고 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교수연구실에 모여 저녁 늦게까지 밥도 먹고,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수요음악회에 초대장을 받고 성당에 갔다가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남규씨가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으로 고향인 대전 곳곳에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를 자랑하고 싶어 친구들을 끌고 열 번도 넘게 왔다는 조카, 친구가 그리워, 이선생을 만나고 싶어 시간 날 때마다 들렸다는 지인들... 제가 서울에서 다니느라 매일 전시장을 지킬 수 없었지만 전시하는 한 달 내내 이남규씨는 하루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모두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것이 또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평소에 쓰던 문체와는 사뭇 다르게 쓰여진 이 자료는 1982년 서울 역촌동 성당 십자가의 길을 유리화로 작업할 때의 기록입니다. 성당이 신축되면서 실물이 남아있지 않지만 사진으로 남아있는 역촌동 성당의 유리화는 구약부터 신약에 이르는 방대한 성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십자가의 길 열네 작품의 작업에 임하는 기도와 묵상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남규씨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남규씨의 작품이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제 <“사랑”에 의한 연작>
오늘 인간이 극도로 그 본연의 모습이 무디어 그 참모습을 찾아보기 힘듦에 이르러 사랑이란 말과 또한 그 사랑의 실천이 요구되는 때는 없다. 사랑이란 이 짧은 단어의 폭넓고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볼 때 이것이야 말로 골짜기로 치닫는 인간을 구원해 주는 근원적 정신임을 새삼 느낀다.
이 사랑이란 말이 기독교의 종교적 의미이긴 하나 종교를 떠나서도 인간이 걸어야 할 궁극의 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 다른 길이 아니다. 창작 활동을 통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며 그 실천이 모든 이에게 미쳐 잃었던 우리 자신을 되찾게 하고 그들이 나와 더불어 정신적 풍요를 누리자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성경을 통해 본 예수의 생애 마지막 부분에서 죄인으로 심판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까지의 모습은 사랑을 웅변적으로 대변해 주는 장면이다.
이번에 그 열네 장면을 그리고 또한 묵상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나 그에 비해 작품의 졸렬함을 한편 탄식한다.

 

시작기도
주여, 주님을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나이다. 나도 이제 주님의 발자국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주님이 나를 위해 수난하신 사실을 내 마음에 생생하게 되새기게 하소서. 내 눈을 열어 주시고 또 내 마음을 깨우쳐 주시어, 주님이 얼마나 큰 사랑을 나에게 베푸셨는지를 알고 깊이 묵상하게 하소서. 나의 구세주여, 내가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서고, 주님으로 하여금 그렇듯 가혹한 고통을 겪게 하신 죄악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주여, 내가 죄지은 바를 진심으로 뉘우치게 하소서. 나는 이제 진지하게 새로운 출발을 하며 성실히 주님을 따르고자 하오니, 나를 도와주소서.
또한 내가 주님과 함께 나의 십자가를 지고 가도록 도와주소서. 주님 수난의 길은 이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디어 극복하게 하나이다. 내가 내 자신의 고난을 알고,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바로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소서. 그리고 이 깨달음을 깊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여, 앞으로도 내가 주님을 본받아 신자답게 성실하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끝기도
주여, 이제 내가 주님의 성역에서 물러나게 하소서. 나는 다시 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나이다.
주님은 우리가 현세 생활에서 당하는 고난을 피하려고 몸부림쳐도 소용없는 시련, 그저 당하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숙명적 고역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셨나이다. 그것은 가혹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안배된 길이라는 것을 나는 아나이다.
주님은 내가 나의 십자가를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셨나이다. 또한 주님은 내가 다른 이를 위해 사랑으로 희생해야 내 십자가의 무거움을 견디어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셨나이다.
내가 이 성스러운 진리를 잊지 않도록 내 마음에 새겨주소서. 특히 괴로운 일에 부닥쳤을 때에, 이 진리를 생생하게 되살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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