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2년 성서와 문화

[유 동 식 ·신학]

 


1. 한국인의 세계 지배

일찍이 알렉산더 대왕은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무장한 말을 타고 동진해 왔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문턱인 인도 북부 간다라까지 와서 좌절되고 말았다.
그 후 몽골의 징기스칸 역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무장한 말들을 타고 서진해 갔다. 그러나 유럽의 문턱인 항가리 까지 가서 좌절되고 말았다.
21세기를 맞이한 오늘날 한국인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장식된 말춤을 타고 세계정복의 길에 올랐다.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유투브”클릭 회수 6억을 넘어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드디어는 UN사무총장과 더불어 말 춤을 추는 모습이 신문에 보도 되었다. (조선일보)
때마침 한국이, UN 위에 UN이라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이 되는가 하면, 190개국이 모여서 신설한 녹색기후기금(GCF)의 사무국을 인천 송도로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얼마 전 뉴욕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총재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이것을 본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한국인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오바마 대통령 역시 같은 죠크를 했다는 소식이다.(조선일보)
예술, 정치, 금융, 자연관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문화 전체의 중심에 한국인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단군 이래 처음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다.

 

2. 풍류도와 한류


말춤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고구려의 고분벽화와 신라의 천마도天馬圖이다. 고구려 무용총에는 말을 타고 짐승을 사냥하는 수렵도가 있고, 또한 여인들이 춤추는 무용도가 벽에 그려져 있다. 경주에 있는 신라 고분에서 발굴된 말다래에는 하늘을 힘차게 나르는 천마도가 그려져 있다.
이것은 한국인의 조상들이 북방 기마민족임을 입증하는 그림들이다. 그들의 생활풍속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 전해오고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바지를 입고 대님을 묶는 기마인의 한복이나, 쇠로 만든 수저를 사용하는 것 등이다. 아시아의 모든 농경민들의 식사 풍속이 맨손 아니면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그런데 한국인만은 육식에 필요한 철제 수저를 사용한다.
북방 기마민족은 서방의 유목민들과 함께 하느님을 신봉 하는 천신족天神族이다. 한국의 조상들은 “항상 10월이면 하느님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온 국민이 모여 며칠씩 밤낮으로 먹고, 마시며, 노래와 춤을 추었다.(<위지> 동이전東夷傳) 이것을 우리는 무교巫敎라고 한다. 그 특성은 가무강신歌舞降神, 소원성취所願成就라는 예술성에 있다. 무교가 고대에는 국가적 종교였지만, 근세로 오면서 민속종교로 전락했다.
그 중요한 원인은 한인들이 한반도에 정착 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농경문화와 함께 유·불·선 삼교를 도입하게 된 데 있다.
그러나 무교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삼교를 수렴함으로써 한국 고유의 종교·예술적 풍류도風流道로 승화하게 된 것이다. ‘풍류’란 종교와 예술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된 미의식을 뜻하며, ‘도’란 종교적 진리를 뜻한다. 따라서 풍류도는 종교·예술적 영성이다. 이것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인이 되게 하는 우리의 얼이다.
이 사실을 규명한 이는 9세기 신라의 석학 최치원이었다.
그는 한 화랑의 비문을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깊고 오묘한 도가 있는데 이것을 불러 풍류라고 한다.(國有玄妙之道 曰風流)
이는 실로 유·불·선 삼교를 수렴한 것이며,(實乃包含三敎)
묻 사람들로 하여금 참 사람이 되게 한다.(接化群生)”

이 풍류도의 대중문화적 표출이 오늘의 한류와 K-팝을 만들어냈다.

 

3. 한류와 우리의 사명

중세기에 일어난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십자군전쟁은, 21세기가 된 오늘날에도 중동지역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이슬람과 불교도 사이에 불화가 있고, 동북아시아에서는 종교화된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종교간의 갈등에 있는 것이다. 종교란 자기의 신앙체계를 절대시함으로써 다른 절대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여기에 충돌과 전쟁의 뿌리가 있다.
인류역사의 이러한 갈등에 해결의 빛을 던져주는 것이 한국인의 영성인 풍류도 이다. 풍류도는 실로 모든 종교를 수렴하고 내포함으로써 참된 인간화를 초래하는 예술적 영성이기 때문이다. 갈등, 대립, 전쟁으로 가득 찬 오늘의 인류사회를 자유와 평화와 사랑으로 구성된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길은, 실로 풍류도에 의한 예술적 승화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할 주역이 오늘의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은 풍류도의 현대적 표출의 한 상징이다. 이제 이 말 춤은 동서양에 퍼져 나가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는 중국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는가하면, 일전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대학총장회의에 참석한 17개국에서 온 68명의 총장들이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말춤을 추었다는 보도였다.
“한국인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농담이 대중예술문화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하다.
종교적 대립을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풍류도를 선양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의 종교인들과 예술인들에게 주어진 가장 고귀한 사명이다. 그리고 이것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근자에 나타난 사례 몇을 들어 본다.
하나는 서울, 길상사에 건립된 보살상이다. 이것은 평생 마리아상을 조각해 온 가톨릭의 예술가 최종태 교수의 작품이다. 부처님의 자비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서로 수렴된 예술작품이다.
또 하나는 지난 봄 부처님 오신날을 기해 비구니 성악가 정율 스님이 명동성당에서 찬불가와 함께 “아베 마리아”를 부른 연주회 이다.
이것은 모두 기마민족의 후예인 한국 풍류도인들을 통해 전개될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전망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