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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과 더불어

성서와 문화 2011.09.27 19:58 조회 수 : 3208

김 숙 자 ·조각가

 


제주 중산간 시골마을 자연의 은혜로 사시사철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당 넓은 집에 두 사람, 멍멍이 한 마리, 세 존재가 깃들어 산지 어느새 11년째가 되었습니다. 카메라와 놀고, 흙과 노는 거의 반 백수 두 사람과 별명이 ‘천하태평 마루’인 작은 멍멍이 셋이서 아웅 다웅 살아갑니다.
‘제주에 왜 왔어요? 어떻게 살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흔히 받았던 질문입니다.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그것도 젊지 않은 나이에, 더구나 제주하면 바다건너 저 멀리 낯설고 물 설은 곳...., 상당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 다들 생각하지요.
저도 오고 나서야 번듯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겁도 없이 이리 덜컥 와버렸지? 나름 호되게 신고식을 치르고..... 몸, 마음 어느 정도 시달리고 이곳이 내 집이다 하기까진 한 3년쯤 걸린거 같습니다. 나무도 옮겨져 다시 뿌리를 내리기까지 몸살을 앓는다 하잖아요.
왜 여기에? 글쎄요...., 우연히? 아마도 제주 땅이 불렀나 봐요. 우연처럼 다가왔던 수많은 만남들이 ‘아! 필연이었구나.’ 어느 순간 머리를 끄덕이게 되듯이 제주와의 인연 또한 운명적인 만남이었구나 여겨질 뿐, 딱히 이래서라 할말이 없으니 “그냥이요.” “글쎄요....”. 이렇게 희미한 대답이 됩니다.
이곳에 살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많은 만남들을 통해 제 삶은 점차 변화되고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도 거치장스럽던.....두려움? 때문에 벗어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손에서 놓아버릴 수 있게 해준 제주살이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의 깊은 만남과 소통은 제 삶을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관광지라는 특성상 여러 분야의 손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외딴집(저희 집 이름입니다.)에 오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이렇습니다.
“정말 좋으시겠어요. 이런 곳에 살면 아무 근심걱정 없겠네.”
“아 참 부럽다.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께 없겠네.”
“행복하시죠?” 등등......
어찌 좋을 수만 있겠습니까? 살다보면 거세게 바람 불어 마음 시린 날도 있고, 한없이 물속에 가라앉고 싶은 날도 있고, 과연 끝이 보일까 싶게 고단한 날도 있고....., 어디에 살건 어떤 처지에 있건 삶의 무게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부러워요”에 대한 제 대답은 물론 “네” 입니다.
자연의 크나큰 선물을 두 팔 벌려 마음껏 받아 누릴 수 있는 땅에 살 수 있으므로 도시에서 누렸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아무 미련이 없으니까요.
땅기운이 참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제주,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이 땅에 그럭저럭 뿌리를 내리고 하루 하루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하늘의 은혜입니다.

제주살이 10여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저도 제 작업도 조금씩 변해 가는 걸 느낍니다. “좋은 작업을 해야지...해야지...” 스스로를 다독이고,
큰 치유자였던 작업이 때론 족쇄가 되어 더욱 힘들게 했었던 지난날,
“좋은 작업해야지”에서 벗어나게 해 준건 큰 스승 자연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저절로’ 잔에 물이 차야 흘러 넘치듯이 그렇게 저절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지. ‘순리대로 흘러가야지....’ 대 생명 자연은 그렇게 매일 매일 저를 가르쳤습니다.

이제 모퉁이 돌아 다시 걸어야 할 길 초입에 저는 서있습니다. 이 길이 얼마나 먼 길인지,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참 보기 좋은 마무리가 될꺼라 믿습니다.
소멸의 아름다움을 꿈꾸는 한 가족이 제주 중산간 마을 외딴집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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