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1년 성서와 문화

[박 영 배 ·본지 편집인]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이 단순한 기술이나 손끝의 작업이 아니라 정신과 혼의 작업이며 활동이라고 생각할 때 ‘하이데카Heidegger’의 말처럼 예술작품이란 단순히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진리’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창작예술이란 종교적인 신앙의 길과 많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양자는 마음의 문을 열고 겸허한 마음의 자세로 생명의 근원을 찾으려는 점에서 그러하며 특별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획일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개성과 독자성을 존중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또한 이 양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자발적인 만남과 공감共感을 갖게 하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종교적 신앙이란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며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희구하는 절대적 가치와 궁극적 아름다움의 세계를 표현하고 이해하기 위한 언어나 논리는 너무나도 제한되고 유한하다. 
그러기에 옛 부터 인간이 궁극적이고도 초월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데는 인간의 말이나 논리보다는 상징적인 수단인 음표와 몸짓으로, 혹은 회화繪畵와 시가詩歌와 신화神話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예술을 통한 종교적 신앙의 표현이나 이해는 물론 신앙의 세계를 예술적 상징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경험이다.
성서는 하늘나라를 밭에 묻혀 있는 보물로 상징하거나 장사꾼이 좋은 진주를 찾아 해매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마 13: 45-46)
고대사회에서 보물이나 진주는 대단히 귀하고 특별한 것으로 취급됐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보물이나 진주를 경제적 가치로서 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지닌 미적 가치나 희귀성 때문에 그것을 소유하기를 원했다. 우리가 이 대목을 예술가들의 현실적인 말로 바꾸어 말한다면 하늘나라는 참된 아름다움의 세계와 같은 것이며 예술가가 온 몸으로 탐색하고 찾아나서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있는 세계는 아니다. 세상의 보물과 진주는 많으나 최고의 보물이나 진주는 하나 밖에 없다. 얼핏 보아서 아름답고, 일시적인 쾌락과 쾌감을 주는 아름다움은 많으나 참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지고至高의 미를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자유대학의 미술사가美術史家였던 로크마크Rookmaaker는 <현대미술과 문화의 사멸>이란 저서에서 “인간이 절대자를 거부할 때 그것은 아무 것도 믿지 않고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무엇이나 믿고 따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우리가 무엇이 값지고 귀한 것인가 알지 못할 때 가짜를 잡고 그것이 지고의 것인 것같이 살아간다. 현대는 모든 분야에서 심지어 예술과 신앙의 세계에서도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내 인생과 예술세계에 지고의 아름다움과 진眞과 선善을 담아내는 궁극적인 실재를 바로 보아내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서는 말하기를 값진 보물을 발견하면 기뻐하며 돌아가서 있는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산다고 했다. 즉 궁극적인 지고의 가치를 발견하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그것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의 길이나 신앙의 길이나 지극한 것을 추구하고 탐색해 간다는 것은 이것저것 적당히 처리하면서 그 남은 여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지고한 세계란 우리의 혼신을 기우려 헌신하고 애쓰며 희생을 통하여 맛볼 수 있는 세계이다. 
그러기에 신학자 폴 틸리히P.Tillich는 종교적 신앙의 세계란 인간의 모든 정신 활동에 깊이의 차원이라 했다. 우리가 이 말을 좀 더 확대해서 생각하면 예술과 신앙이란 다 함께 인간의 궁극적 관심의 표현과 활동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은 객관적 고찰에 고심하지 않기에 과학이나 철학보다 한층 더 한 시대의 정신적 상황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고난과 기쁨 속에서 살아간다. 
특별히 예술가는 이 고된 삶의 여정에서 아름다움과 진실을 추구하고 탐색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삼는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가들은 이 아름다움과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 길에 가장 첨단에 선 선구자先驅者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 예술가의 보람과 소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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