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1년 성서와 문화

[장 기 홍·지질학]

 

 

오늘날 세계는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테러라는 괴상한 전쟁의 등장은 인류의 가는 길이 잘못 되어 있다는 증좌이다. 동물도 싸움은 있지만 본능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적 전쟁은 없다. 전쟁은 인간만이 하는 죄악이다.
요즘의 환경문제는 인간이 제각기 자아自我와 욕망을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기 때문에 생겨난 파탄이다. 자기를 위해 어머니 환경을 수탈한 데서 오는 것이다. 각국은 인류의 어머니 지구를 약탈하는 경쟁에 나서 있다. 인류는 잘못 든 ‘경제의 길’에서 돌이켜야 한다. 유엔의 차원에서 혹은 세계정부의 차원에서, 세계 체재를 바꾸어야만 해결될 문제이다. 인류의 노선路線에 대한 대대적인 반성이 요청된다.
자기 개인, 국가, 민족, 자기네 종교 등등, 저 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인류 전체로서 살 길이 열릴 것이다. 원시인들은 일찍 이것을 깨닫고 자기희생이 종교의 핵심임을 가르쳤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의 뜻을 받들기 위해 자아를 이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국강병과 무한경쟁의 국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날 독일의 히틀러는 터무니없이 빗나간 길에 들어서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곳곳에 강제수용소를 차려놓고 유대인 600만을 이유 없이 학살했다. 가스실에서 질식시키는 등 차례차례로 살해하던 죽음의 수용소에는 빅터 프랭클이라는 정신과 의사도 수용되어 있었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정신적 고문의 피해자들을 관찰하여 만일 삶의 의미와 삶에 따르는 책임감이 있으면 그 지옥 속에서라도 비교적 오래 살아남더라 하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는 수용소 안의 환자들에게 “왜 당신은 자살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자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기 재능을 포기하기가 아까워서’ 혹은 ‘잊기가 아쉬운 추억에 머물러 있고 싶어서’ 등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는 해방 후의 치료경험도 보태어 환자들로부터 의미와 책임을 끌어냄으로써 치료하는 정신요법精神療法 곧 로고 테라피Logo-therapy를 개발했다.

 

우리는 일생동안 길을 걷는다. 이렇게 물리적인 길을 걸으면서 그 ‘길’을 화두로 하여 길의 뜻을 깨닫는 일에 나아갈 수 있다. 인도人道 곧 사람이 마땅히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 인생과 역사의 행보行步는 시지포스의 신화가 잘 표현하듯 고생스런 반복이다. 시지포스는 (저승 왕을 속인 죄로) 산꼭대기로 바위를 굴려 올려야 했다. 그러나 산꼭대기에 오른 바위는 다시 굴러 내려오기 때문에 시지포스는 영원히 그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한다. 건설과 파괴의 반복은 생명을 순환시키기 때문에 탓할 수 없다. 미로와도 같고 시지포스의 신세와도 같은 인생과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여 해방을 얻는가?
그리스 신화의 미로迷路, labyrinth 이야기는 이렇다. 섬나라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왕비는 황소와 간통하여 ‘미노스의 황소’라는 괴물을 낳았다. 사람 고기를 먹고 사는 이 괴물은 몸은 사람이지만 머리는 소였다. 왕은 이 괴물왕자를 감금하기 위해 미궁迷宮, labyrinth을 만들고 이 괴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당시의 약소국弱小國이던 아테네 왕에게 해마다 12명의 남녀를 바치라고 했다. 아테네 왕자 테세우스는 괴물을 죽이기 위해 12명의 남녀 속에 끼어들어 크레타로 갔다. 그런데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영웅 테세우스에게 첫눈에 반해서 가만히 찾아가 실타래를 쥐어 주었다. 미궁에 끌려가던 테세우스는 미궁의 문설주에 실을 묶었다. 실을 풀면서 한나절을 끌려 들어가 미궁 복판에 있는 ‘미노스의 황소’를 때려죽인 후 실을 잡고 되돌아 나왔다. 미궁을 만든 장인들도 미궁에 투옥되지만 그들은 새의 깃털을 묶어서 만든 날개로 날아서 탈출했다. 사랑의 실타래와 상상력의 날개가 그들을 구원했다는 이야기다.
사랑과 상상력의 날개 그리고 ‘깨달음’은 다 같은 것이다. 길이라는 화두를 딛고 길의 뜻을 깨달음으로써 우리는 해방된다. 이는 빅토르 프랑클이 개발한 로고테라피와 같은 것이다. 공부도 억지로 하면 독이 되지만 배움을 사랑하게 되면 몸에서 힘이 나고 마음에서 기가 솟는다. 행복이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길의 뜻’을 깨달아 미로에서 해방된다. 사랑, 진리, 깨달음이 주는 구원救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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