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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의 미소

성서와 문화 2010.03.29 16:14 조회 수 : 2836

유 동 식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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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륵선화와 풍류도

7세기 초 신라 흥륜사의 스님 진자는 매일 미륵불 앞에 간절히 서원기도를 올렸다.

“대성께서 화랑으로 화신하시어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저로 하여금 시중들게 하시옵소서.”

어느 날 밤 꿈에 한 중이 나타나 이르기를 “네가 웅천 수원사에 가면 미륵선화를 보게 되리라”고 했다. 이에 진자는 드디어 미륵선화 미시랑을 만났고, 미시랑은 국선이 되어 7년간 화랑들을 교육했다고 한다.(삼국유사)
부처님의 제자인 미륵은 성불하지 아니하고, 도솔천에 머물러 있는 보살이다. 도솔천은 하늘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상경이다. 미륵은 장차 이 세상에 하생하여 용화수 아래에서 세 번 법회를 열므로써 모든 중생을 빠짐없이 구원할 메시아이다. 이 메시아가 미시랑으로 나타난 국선 미륵선화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가르친 화랑정신이 바로 풍류도였다. 풍류도가 말하자면 한국인의 메시아사상이다.
풍류도는 종교-예술적 영성을 뜻한다. ‘풍류’는 예술적 미의식의 표현인 동시에, 우리의 고대어 불, 환, 하늘 등을 뜻하는 ‘부루’ 의 이두식 표기라고 생각된다. 알타이어에서도 ‘부르칸’은 하느님을 뜻한다. 풍류를 우리들의 일상적인 말로 표현하면 ‘멋’이 될 것이다.
이것은 실로 유, 불, 선, 삼교의 종지를 포함한 것이라 했다. 삼교의 종지를 요약한다면, 나와 이 세상에 집착한 자기를 극복하고, 하늘이 내린 천성으로 돌아가는데 있다.(克己復禮-유교, 歸一心源-불교, 無爲自然-도교) 다시 말하면 자기를 부정하고 초월적인 절대자와 내가 하나가 되는데 있다. 이것을 우리는 ‘한’이라고 한다. ‘한’이란 하나인 동시에 전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때에 비로써 인간은 자신의 존재근거인 초월자와 하나가 됨으로써 인간 본연의 실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삶’이라고 한다. 풍류도란 실로 “멋진 한 삶” 또는 “한 멋진 삶”의 영성이며, 이것이 화랑과 한국인의 인격을 통어하는 얼이요, 인간화의 도리이다.

 

2. 삼국통일과 나라의 틀

6, 7세기의 한반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경쟁하며 다투던 삼국시대였다. 고구려는 만주를 포함한 북방을 지배한 군사대국이었고, 백제는 중국의 문물을 흡수한 문화선진국이었다. 그러나 신라는 백두대간에 가로막힌 후진국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예로부터 노래와 춤으로써 하늘에 제사지내던 종교-예술적 전통정신이 살아있는 정체성이 강한 나라였다. 곧 풍류도를 지닌 화랑의 나라였던 것이다.
서로 전쟁을 일삼던 삼국을 통일한 나라는 놀랍게도 후진국이었던 신라였다. 그리고 그 주역을 담당한 이들은 김유신을 비롯한 화랑의 무리들이었다. 그들을 용화향도라고도 한 것은 미륵신앙에 연원한 명칭이다.
이 통일의 의미는 자못 크다. 7세기에 이르러 삼국이 통일됨으로써 비로써 한민족의 민족국가로서의 기틀이 구축된 것이다. 이 통일이 없었더라면 삼국은 중국의 한 소수민족으로 전락 했을 런지도 모른다. 이 귀중한 역사적 사명을 담당한 이들이 바로 풍류도를 몸에 지닌 화랑집단이었다.
통일신라 안에는 문화의 꽃이 피었다. 종교사상으로는 원효와 의상이 있었고, 예술로는 불국사와 석불사가 조성되었다. 석굴암을 본 일본의 한 학자는 이것이야말로 “동양의 종교와 예술이 도달한 귀결점”이라고 했다. (야나기)
실로 화랑을 모르고 한국문화를 논하는 것은 골을 빼고 그 사람의 정신을 논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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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륵의 미소와 복음의 삼태극

화랑은 드디어 미륵선화로 추앙되었고, 삼국통일이 성취된 7세기 후반에 와서는 미륵초상들이 조소되기에 이르렀다. ‘미륵반가사유상’들이 그 전형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미륵 불상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미륵을 미소 짓게 한 미래는 풍류도의 성취 곧 풍류문화의 완성이었다. 한국인이 꿈꾸어 온 한 멋진 삶의 실현이었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데 있다. 이것을 그는 장차 한국에서 전개 될 기독교의 복음에서 보았던 것이다.
복음이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가 되게 하는 구원사건이다. 자기부정으로서의 십자가와 새로운 존재로서의 부활은 유, 불, 선 삼교의 종지를 역사화한 사건이며, 이로 인해 신인합일의 아름다운 세계가 형성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예수께서는 그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금 있으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너희는 나를 볼 것이다.
그것은 내가 다시 살겠고, 또한 너희가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너희는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되리라.“ (요한 14:19-20)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그의 부활로 말미암아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를 매개로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삼태극적 실존이 된 것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의 아버지가 된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된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곧 자유와 평화와 사랑의 기쁨 속에 아름다운 인생을 창조해 가는 새로운 존재들이다. 한 멋진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풍류도인이 된 것이다.
통일신라의 문화를 바라본 인도의 시성 타골은 한국을 불러 동방의 등불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등불은 오늘날 다시 점화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동방의 등불은 이제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다시 켜지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은 어둠에 잠겨있는 무능한 은둔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를 향해 평화와 사랑의 손길을 펴며, 아름다운 새 문화질서를 개척해 가는 풍류의 나라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받아들인 데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을 내다본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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