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0년 성서와 문화

박 영 배 ·본지 편집인

 

 

인도의 국부(國父)인 마하트마 간디의 기념묘소 앞에는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로서 7가지 사회악(社會惡)을 화강암 벽에 다음과 같이 새겨두고 있다.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富), 
3. 양심이 마비된 쾌락, 
4. 인격이 상실된 교육, 
5. 도덕적 가치를 상실한 경제, 
6.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 
7. 희생이 없는 종교  등이다.
1925년 <젊은 인도>라는 신문을 통하여 강조한 간디의 이 신념은 85년이 지난 오늘의 세계와 한국사회에도 여전히 그 생명력과 설득력을 갖는 명언이다. 특별히 우리 사회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한 인물에 대한 검색은 그의 삶의 원체험(原體驗)에서 더 분명하게 들어난다. 삶의 원체험이란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하여 기점(基點)이 되는 결정적인 체험을 말하며 평소에는 별로 중요하게 의식하지 않으나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언제나 거기에 돌아가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생각하면 간디의 원체험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첫째는 유소년시절에 받은 가정교육과 종교적 감화이며, 둘째는 남아프리카에서 단지 유색인 이라는 이유로 말할 수 없는 굴욕을 겪은 사건이다.
간디의 자서전에 나타나는 많은 사건들을 종합해 보면 유소년 시절의 간디는 다른 동료 유소년들에 비하여 그 외모나 성격이나 재능에 있어서 특별히 뛰어난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의 천성적인 성품은 부모에 대한 극진한 효심과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 성실함과 정직한 마음가짐, 남의 약점을 들추어내지 않는 성품 등은 특이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년시절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의 하나는 눈먼 양친을 포대기에 업고 순례에 나서는 효자 “슈라바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성품이 그의 가정교육과 종교적 감화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훗날 양친에 대한 효심은 조국 인도에 대한 사랑이 되고, 책임과 의무에 대한 헌신은 인류를 향한 봉사가 되고, 성실과 정직한 마음은 일생을 통한 진리 탐구로 이어졌다. 그리고 타인의 약점을 꼬집지 않는 성품은 적에 대한 관용의 태도가 되고, 눈 먼 양친을 인도하며 순례하는 “슈라바나”에 대한 깊은 감명은 눈 먼 인도 국민을 이끌고 자유를 향한 순례의 길에 나서게 하였다.
남아프리카에서의 그의 체험은 상륙 초부터 인도인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자기 자신 또한 유색인은 일등 찻간에 탈 수 없다며 백인 차장에게 창밖으로 짐짝과 같이 내쫓김을 당하는 사건이었다. 이 경험은 간디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남아프리카라고는 하나 고지(高地)의 겨울은 몹시 추웠다. 등불도 없는 대합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곤욕을 치루어야만 했다. 간디는 후일 이 체험을 가장 창조적인 체험으로 받아드리며 그것이 자신의 마음속에 ‘사티아 그라하’(진리파악)의 이념을 싹트게 하였다. 실로 간디는 개인의 경험을 보편화하며 개인적인 모욕과 굴욕을 전 인도인과 전 인류의 모독으로 전환시켰다.
로맹 롤랑은 간디를 가리켜 그는 천성적인 종교가이며 필요에 못이겨 나선 정치가라고 했다. 즉 사회적 요청과 강요에 의하여 정치가로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온갖 사건이 일어나도 다른 지도자가 없기에 그 태풍 속에서 배를 지켜갈 수 밖에  없는 과정에서 그의 정치적인 사회활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간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점은 간디는 신을 찾는 종교적 행위나, 자기완성의 길이나, 정치적 분야에 있어 모든 활동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디는 스스로 고백하기를 진실에 대한 나의 헌신이 나를 정치운동에 끌어 들이게 한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이 종교와 정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종교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롤랑은 또 말하기를 간디의 사상은 거대한 종교적 기초와 조국의 소망에 적용된 사회활동이라는 두 단계로 나누어 보아야하며 특히 종교적 기초를 명확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간디는 무엇보다도 그의 민족 종교인 힌두교를 사랑하고 그 신앙에 철저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경전에 메이는 신앙인이 아니었으며 어떤 종교적 전통도 맹목적으로 받아드리는 무비판적 신앙가는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양심과 이성의 빛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했다. 특별히 우리가 여기서 상기해야 하는 것은 그의 종교적 신앙은 예배의식을 통하여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동포들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신을 찾아가는 점이다.
그의 종교적 신념은 도덕적 가치를 종교의 본질로 보는 동시에 모든 종교는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것이다. 간디는 도덕률이 인간의 본성 속에 숨어 있는 항구불변의 법칙이라 했다. 그는 이러한 도덕률을 진리의 법이라고도 하고 진리, 진실 또는 ‘사티아’라고 했다.
‘사티아’라는 말은 그의 전 사상의 근본 원리이기도하다. 간디에게 있어서 진리추구는 ‘아힘사(비폭력)를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사랑과 ‘아힘사’는 간디 사상에서 진리와 진실에 다음 가는 강조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들은 진리실현의 ‘사티아 그라하’, 비폭력,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아힘사’, 자기억제의 ‘브라마차리아’, 신(神) 외에는 아무 것에도 공포심을 갖지 말라는 ‘아바야’ 등의 힌두교의 근본 교의를 대하게 된다.
이러한 가르침은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네 원수를 사랑하라”, “왼뺨을 치면 오른뺨을 대라”, “오직 하느님만을 두려워하라” 등의 말씀을 상기할 때 힌두교의 가르침은 복음서의 가르침과 일치한다는 것을 로맹 롤랑은 지적하고 있다. 간디는 일찍부터 이 근친(近親) 관계를 의식하고 있었다.
1920년 영국의 어느 목사가 그에게 가장 감명 받은 책에 관해 물었을 때 그는 서슴없이 신약성서라 했다. 그는 고백하기를 1893년 수동적 반항의 계시를 받은 것은 예수의 ‘산상수훈’이라 했다. 그는 그것을 읽고 내 마음이 기쁨에 넘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롤랑은 또 톨스토이와 간디에 관해 말하면서 간디는 톨스토이를 닮았지만 톨스토이보다 부드럽고 온유하며 보다 자연스러운 ‘넓은 의미의 크리스찬’이라 했다. 간디는 자기 종교인 힌두교의 철저한 신앙의 소유자이면서도 타종교에 대하여 관대함과 열린 자세를 늘 견지했다. 그러기에 그는 누군가가 스스로 힌두교로 개종하려 하더라도 그 사람을 설득하여 여기서 발견한 온갖 장점을 자신의 종교 속에서 성취하라고 권고했다.
간디의 삶과 사상을 이어받아 실천에 옮긴 크리스찬 중에는 미국 남부의 흑인 민권 운동의 지도자였던 말틴 루터 킹 목사를 들 수 있다. 그는 복음의 정신에다 간디의 사상을 접목시켜 민권운동을 전개해 갔다. 루터 킹은 간디에 대하여 “나는 간디의 삶과 철학을 접하면서 사랑의 힘에 대한 나의 회의론은 점차 없어지고 비폭력의 간디주의 방법이 기독교의 사랑의 계명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에 하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 기독교가 비폭력의 정신과 전통을 마련했다면 간디는 그 실천 방법을 마련한 것”이라 했다.

 

간디와 킹 목사로 이어지는 이 사랑의 저항정신은 70, 80년대 한국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함석헌 선생의 삶과 사상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기독교 신학계에서 논의되는 복음의 토착화와 종교간의 대화 그리고 종교 다원주의 등의 제 문제를 염두에 둘 때 간디의 사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빛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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