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0년 성서와 문화

박 영 배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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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머리에는 반나체 몸으로 마루에 앉아 물레를 돌리며 경전을 읽고 있는 간디의 사진 한 장이 걸려있다. 나는 때때로 이 사진 속에서 그의 겸허하고도 숭고한 삶을 생각하며 그의 온화한 모습에서 끝없는 ‘정신의 힘’을 감지(感知)하며 평화를 경험한다.
요즈음 뉴스를 보노라면 우리 사회 전체가 어디로 가야할지 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지팡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남북 간의 문제도 이전보다 훨씬 심한 대립상을 보이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치상태 또한 그 극한점이 어디인가 생각하게 한다. 실로 오늘을 둘러싼 역사적 상항은 깊은 안개 속에서 암중모색하는 것 같다. 이 막연하고 답답한 시점에서 밤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듯 역사의 사표(師表)를 기억하며, 거기에서 오늘을 헤치고 갈 지혜를 구해 볼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20세기 초엽 최첨단의 물질문명과 기독교의 정신문화를 자랑해 온 유럽 세계는 1차 대전으로 인해 천만명 이상의 인명의 손실과 전 유럽사회가 잿더미로 화하는 현실을 경험했다. 그리하여 전 유럽인들의 좌절감과 절망감 그리고 그 허탈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의 문호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은 이상과 같은 혼돈과 좌절 속에 있는 유럽인들에게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를 주목하게 하고 그에게서 새로운 생명의 공기를 마시며 그 인격과 종교와 정치에서 새로운 문명의 길을 찾으라고 권했다.
대전 후 5년이 지난 1923년에 출판 된 ‘마하트마 간디’는 프랑스의 지식인과 예술가는 물론 프랑스 전 사회에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 이 책은 출판 된지 3개월 만에 31쇄를 거듭 출판하며 그 명성은 곧 영국과 독일을 비롯하여 전 유럽으로 퍼져갔다. 로맹 롤랑은 이 책에서 비인도적인 물질문명의 포악성과 폭력성의 병마를 치유할 하나의 처방을 간디에게서 배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간디는 이 문명의 마성(魔性)을 분명하게 들어낸 것이 1차 대전이라고 했다. 그는 1914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서구문명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그가 남아프리카에서 활약한 20년 동안 그 마성은 아무 가면도 쓰지 않고 그에게 정체를 드러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간디는 “인도 자치”라는 저서에서 근대문명은 큰 악마라고 고발했다. 그 문명은 암흑시대와 같은 것으로써 물질적인 행복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 그것은 결국 유럽인들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평화를 잃게 할 것이라고 했다.
간디는 당시 인도 민중의 가장 밑바닥 사람들과 일체감을 가지고 살기를 원했으며 실질적인 생활에 있어서도 그들보다 더 나은 생활을 바라지 않았다. 실재로 그는 1년에 5천 내지 6천 파운드의 수입이 있었지만 한 달에 3파운드로 살았다. 그는 인도 사회에 하층계급인 ‘스드라’ 계급의 딸을 양녀로 삼기도 했다. 그는 또 실수와 과오에 대해 일반 민중들 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벌하고 책임을 감수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늘 무로 돌아가게 하며 자신의 자유의지로 자신을 동포들의 가장 후미(後尾)에 서도록 하지 않는 한 구원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맹 롤랑은 ‘마하트마 간디’의 그 첫머리에서 간디의 외모와 사람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스케치 하고 있다.
“조용하고 검은 눈, 연약해 보이는 몸집의 작은 사나이, 여윈 얼굴, 밖으로 튀어져 나온 큰 귀, 휜 두건을 쓰고 몸에는 초라한 백의를 두르고 맨발로 걸어 다니며, 마루 위에서 기거하고 잠간 수면을 취하고 끝임 없이 일을 계속하며 …… 어린아이 처럼 단순하고, 적에 대해서조차도 온화하고 정중하며 맑고 깨끗한 정성스러운 사람이다. 몸가짐은 겸손하고 신중하다. ‘내가 잘못 했어’라는 말을 서슴치 않으며 자기 과오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또한 권모술수를 일체 모르며 변설(辯舌)의 능력을 싫어한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려고도 않는다. 그는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며,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명하는 데 귀를 기우릴 때만이 행복하다.”
이것이 인종과 종교와 언어를 달리하는 3억의 국민을 분발하게 하며, 대영제국을 떨게 한 근 2000년 이래 인간 정치의 가장 강력한 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네루는 ‘인도의 발견’에서 간디는 무엇보다도 민중의 마음가짐을 변화시켜 침체와 무기력, 절망과 허탈의식 속에 헤매는 인도 민중을 각성시켜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전진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간디가 인도 독립운동에서 폭력을 배재한 것은 막대한 희생을 전재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전술로서는 대단히 졸렬할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폭력은 폭력에 의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간디의 신념이다 그러기에 간디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이끄는 ‘아힘사’ 운동이 폭력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온갖 치욕과 고문과 죽음까지도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비폭력 운동에서 거둔 승리는 현대사에서 유래가 없는 기념비적인 업적이며 그 정신적 유산은 인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내는 간디의 선물이다. 네루는 거듭 말하기를 개인에게도, 민족전체에게도 간디의 최대 공헌은 ‘아바야’ 즉 공포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S H. 루돌프도 인도에 대한 간디의 최대의 공헌은 인도민중의 가슴 속에서 공포심을 제거하고 새로운 용기를 가지고 민족자존을 위해 궐기한데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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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마하트마 간디’라는 이름은 인도의 민중이 간디에게 부여한 존칭으로써 ‘위대한 영혼’이란 뜻이다. 이 말은 월래 ‘우파니샤드’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혜와 사랑에 의해 합일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원 이름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이다. 그는 1869년 10월 2일 현 구자르트주의 카티아와르 반도에 자리한 작은 해안도시 포르반다르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 카람찬드 간디의 3남 1녀 중 막내둥이였다.
간디의 양친은 일체의 생명에 대해 해를 가하지 않는 ‘아힘사’ 즉 무해(無害)와 비폭력 정신을 강조하는 힌두교의 일파인 비슈나파에 귀의해 있었다. 비슈나파의 신자에 있어서 신에 이르는 길은 지식 보다는 사랑이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의 가정에서는 온 식구가 날마다 규칙적으로 인도의 고대 서사시의 하나인 ‘라마야나’를 읽었다. 간디의 최초의 교육은 어느 바라문의 도움을 받아 ‘비슈누’원전을 암송하는 것이었다. 그는 또 ‘람바’라는 유모의 가르침으로 10대부터 ‘라마나마’라는 기도문을 외웠다. 그는 후년에 자애하고도 성실한 유모를 회상하면서 ‘라마나마’는 나에게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라 하면서 어릴 때 뿌려진 좋은 씨앗은 헛되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서전에서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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