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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米壽와 미수美壽

성서와 문화 2010.10.03 10:50 조회 수 : 2458

유 동 식 ·신학

 

 

1. 미수(米壽)의 축복

 

미수란 남의 나이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내가 미수를 맞이했다고 후배들이 모여 감사예배를 드리는 등 행사들이 있었다. 나로서는 분에 넘는 축복이요, 영광이기도 했다.
쌀 미(米)자를 뜯어보면 八十八이 되기 때문에 88세를 가리켜 미수라 하고 장수의 축복에 감사드린다.
당나라의 시인은 “人生七十古來稀”라고 읊었다. 70까지 사는 것은 예로부터 희귀한 일이라 했다. 시편 기자도 “인생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시편 90:10)했으니, 88세를 뜻하는 미수는 축복임에 틀림이 없다.
생명은 본시 하나님이 주신 것이어서 장수는 분명 축복에 속한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아브라함은 175세, 이삭은 180세, 욥은 140세를 살았다. 말하자면 하나님이 주신 천수(天壽)를 다 누리다가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이다.
이사야가 전망한 새 하늘과 새 땅은 이러한 장수의 나라였다. 100세에 죽는 사람은 젊은이라 하고, 100세를 채우지 못한 사람은 저주받은 자로 여길 것이다.(이사 65:20)

 

 

2. 미수(美壽)의 과제

 

한편, 우리는 과연 장수하는 것만으로 복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미수가 과연 아름다울 미(美)자의 미수였던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쌀미(米)자의 미수가 밥 먹고 살아 온 육신의 나이였다고 한다면, 아름다울 미(美)자의 미수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뜻을 받들어 살아 온 인격적인 삶의 연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뜻은 진, 선, 미로써 집약되는 아름다움의 창조적 실현에 있다. 엿새에 걸쳐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보시기에 좋았다” 곧 아름답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그가 창조하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매우 아름답다”고 하신 것이다.(창세 1:31)
하나님께서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은 그의 뜻인 아름다움을 형상화하시는 데 있었다. 따라서 우주와 인간의 존재이유는 창조주 하나님의 뜻인 아름다움을 들어내는데 있다.
특히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은 하나님의 미적 창조 작업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장수를 뜻하는 미수(米壽)가 참된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이 아름다움을 뜻하는 미수(美壽)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3. 복음적 실존

 

창조주 하나님의 형상에 대해 요한은 이렇게 묘사했다. “하나님은 영이시다.”(요한 4:24) “하나님은 빛이시다.”(요일 1:5)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16) 이 영적인 자유와 생명의 빛, 그리고 사랑의 기쁨이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수(美壽)를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도 영적인 자유와 생명의 평화 그리고 창조적 사랑의 기쁨을 지닌 인격이 되어야 한다. 곧 하나님 안에 사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하나님을 떠난 탕자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사랑이신 하나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다시 그의 안에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다. 곧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부활 사건이 그것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가리켜 “내가 곧 참 생명으로 가는 길이다”(요한 14:6)라 하셨다.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부활이 있을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는 내 안에, 나는 너희 안에 있는 것을 일리라”(요한 14:20)고 하셨다. 그리스도를 매개로 우리가 하나님 안에 사는 존재, 곧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인간이 상호내재 하는 삼태극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복된 소식 곧 복음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이 복음을 믿고 받아들임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요한 1:12) 곧 자유와 평화와 사랑의 기쁨 속에 하나님과 함께 아름다운 우주 창조 작업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나는 “복음적 실존”이라고 한다. 복음적 실존은 시간과 공간의 범주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영원하신 영적 하나님 안에 사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복음적 실존인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베후 3:8)
복음적 실존이 됨으로써 비로서 우리는 아름다운 인생 곧 미수(美壽)를 사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도상 그림 이야기>

미수와 복음적 실존을 상징할 그림을 그려 보았다.
위의 동그라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성우주이고, 아래 동그라미는 시간과 공간의 범주 안에 있는 시공우주이다. 이 두 우주를 품고 넘어서 있는 이가 하나님이시다.
네모꼴은 땅이고, 그 안에 있는 세모꼴은 인간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각선은 역사이고, 이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큰 십자가는 시공우주의 유한성을 말한다.
위 아래의 큰 두 동그라미가 겹쳐진 곳에 복음과 복음적 실존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스도의 복음사건은 역사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초역사적 사건이다.
한가운데에 있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죽음을 향한 시공우주의 큰 십자가를 죽인 사건이다. 이것이 곧 부활의 삼태극 세계를 초래했다.
큰 십자가와 역사를 뜻하는 대각선이 쌀 미(米)자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에 있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받아들인 복음적 실존인 그리스도인에게는 삼태극의 새로운 아름다운 세계가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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