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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마음 (11) 시나이 반도를 지나며

성서와문화 2009.12.28 16:42 조회 수 : 1715

 
[ 작성자 : 임 인 진 - 시인 ]


시나이 반도 사막의
협곡 지나는 차창 밖으로
어깃거리는 염소 떼 앞세운 사람들이
가시풀 성성한 모래 벌을 지나가고 있었다.

 

인류문명의 기적을
피라미드만큼 쌓아올린 나일강
저만치 모래바람 너머로 길게 누웠는데

 

영생불멸을 꾀하고
황금만능 우러러
세상사람 모두 스핑크스처럼 눈 부릅뜨는데

 

오롱조롱 아이들 데린
검은 옷자락 둘러쓴 한 가족이
노을빛 불타는 바위산 험한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 졸시 「시나이 반도를 지나며」 -

 

크나큰 불덩어리가 드넓은 사막 저 쪽에서 한껏 불을 뿜고 있었다. 해가 지평선으로 가라앉아 저 바위산의 붉은 노을이 비껴가면 차츰 어둠이 밀려오겠지, 일몰의 그 시간, 가끔씩 알 수 없는 설움이 복받치기도 하는 시간, 그날도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벌판과 메마른 바위산을 가로질러 한없이 가고 있을 때, 차창 밖 줄지어 늘어선 대추야자나무 사이로 염소 떼를 몰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검은 옷자락 둘러쓴 초라한 행렬이었다. 가시풀 성성한 모래벌판을 지난 일행이 멀리 바위산 골짜기로 접어들 때까지 나는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풀이 자라는 곳을 찾아다니며 목축으로 생계를 잇는다는 아랍계 베드윈족이다.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 밤에는 기온의 급강하로 추위가 엄습한다는데 저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바야흐로 어둠에 휩싸이게 될 저 바위산, 저들의 안식처는 그 어디일까, 가축의 털과 야자수 잎 등으로 엮은 보금자리가 멀리 있다면 저 험한 바위산 기슭 어딘가에 잠자리를 틀겠지, 까만 눈동자의 아이들이 오늘밤 하늘의 별 바라보며 오들오들 떨고 있겠지,

 

북으로 지중해, 동으로는 아카바만, 남에는 홍해가 둘러있어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역, 일찍이 모세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민족을 이끌고 나와 40년 동안 유랑하던 땅이다. 중동전의 전흔이 모래둔덕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 옛날, 수로를 이용한 무역과 농경의 발달로 이집트문명을 일으킨 나일강물이 저만치 흘러가는데, 명석한 두뇌로 상형문자를 만들고, 수학적 계산법으로 피라미드를 쌓을 만큼 발달한 문명을 지척에 두고도 저들은 왜 모든 것을 외면하고 살아왔을까?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멸망하고, 쉼 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가 남긴 말이다. 울란바트로에 있는 그의 비문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개인소유의식이 강한 민족은 정착해 살며 환경을 파괴하고, 공동소유의식이 강한 민족은 떠돌이(유목민)로 살며 환경을 지킨다는 얘기다. 닫힌사회와 열린사회를 비교한 말이다. 문명이 산업화, 정보화, 생명공학시대를 열어, 환경파괴의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고 보니, 그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풀이 자라는 곳을 찾아다니며 가축의 젖을 주식으로, 똥을 땔감으로, 그 털로 추위와 더위를 이기는 사람들, 다양한 세상의 체험들을 본체만체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단다.
누가 감히 그들의 삶을 구차스럽다거나 미개하다고 말할 수 있으랴. 사막의 밤하늘,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어린왕자’처럼 한껏 자유로운 삶, 천만금을 안고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삶보다 안으로 편안하고 더 좋게 느끼는 자족(自足)의 삶이라면 말이다.
성을 쌓고 사는 자, 문명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망가뜨리는 우리들,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해악이 얼마나 엄청난지 깊이 헤아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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