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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치인(修己治人)

성서와문화 2010.01.19 18:33 조회 수 : 1473

 
[ 작성자 : 유 동 식 - 신학 ]


1. 변한 세상
어떤 어린이가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 “이 녀석이 대통령이 되려나보다”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선거철이고 보니 이런 말들이 오고간다.
세상이 변했다.
예전에는 자기가 자신을 자랑하면 모자라는 사람으로 여겼다. 무르익은 벼이삭은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기를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내놓는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이것은 모두 대통령 병이 가져온 병폐인 것 같다.
모든 정객들은 자기가 나서면 국가발전은 물론이고 세상에 평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부정부패를 없이하고, 경제를 살리며, 교육과 문화를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정권만 잡으면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제 몫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진다. 우선 자기와 닮은 이른바 코드가 맞는 측근을 모아들인다. 그런데 이들이 정권말기가 되면 권력형 비리 등으로 법의 심판 앞에 서게 된다.
사회주의적 이상을 표방한 정권일수록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국민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갈라놓고, 평준화의 이념을 내세운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자기들만이 가진 자 측으로 상승하게 되어갔다. 대통령의 자식이 미국에서 호화주택을 거느리고 사는가 하면, 임기 중에 자기가 살 아방궁부터 짓는 것이 예사이다.
국가발전의 앞날을 가늠할 교육정책 역시 평준화라는 대못을 박아놓는다. 하지만 자기의 자식은 자유경쟁 발전의 종주국인 미국 대학에 유학시키고, 국민들만 평준화된 교육을 받으라고 한다.
세계는 자유경쟁 속에서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만은 평준화라는 신화 속에 잡아매 놓겠다는 것이다. 뜻은 상향평준화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하향평준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2. 대학의 길
새삼스럽게 사서의 <대학>이 떠오른다.
하늘이 주신 인간의 본성은 맑고 밝은 덕을 지닌 것이다. 그러므로 대인군자가 되기 위한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는 데 있다.”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新民, 在止於至善.)
요컨대 자신의 본성인 하늘의 밝은 덕을 먼저 밝히고(修己) 그 덕을 세상 사람들에게 펴는 다스림(治人)에 유교의 본질이 있다. 그리고 그 수기치인의 방법을 논한 것이 대학의 팔조목이다.


“사물의 이치를 규명한 다음에야 지식이 넓어지고, 지식이 넓어진 다음에야 생각이 성실해지고, 그 다음에야 마음이 바르게 되고, 그 다음에야 몸이 수양된다. 몸이 닦아진 다음에야 집안이 바로잡히고, 그 다음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다음에야 천하가 평화로워진다.” (格物, 治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격물치지하는 궁리(窮理)와 성의 정심의 거경(居敬)이 곧 하늘의 밝은 덕을 밝히는 수신의 길이요, 몸을 세우는 입신의 길이다. 출세하기 전에 먼저 제 몸이 서야한다. 그 후에 비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도리를 모르면 국민을 다 살린다고 하면서 순리를 역주행하게 된다.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평화선언 부터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좋은 나무라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엉겅퀴에서 무화과의 열매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학의 근본 사상은 먼저 자신의 인격을 닦고 나서 사람을 다 살리는 다스림(修己治人)에 있으며, 그 길은 자신의 욕심을 극복하고 천리를 따라 예로 돌아가는 데 있다. (克己復禮爲仁-논어)
<대학>을 거치지 못한 대통령으로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것이 우리가 경험한 역사적 교훈인 것 같다.


3. 복음의 길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고 보면, 실은 탓할 것이 없을런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한국정치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자화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낸 근본책임은 교육을 담당해 온 우리들에게도 있다고 해야 마땅할 것 같다. 대학입시 전쟁에서 보듯 우리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데 힘쓰고 있을 뿐이고, 사람됨에 대한 덕성 교육은 등한시해 오고 있다.
어느 외국 교육평론가가 “한국 교육에는 컴퓨터는 있는데 시가 없다.”고 한 말을 되새겨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라는 한자(詩)는 말씀언(言)변에 모실시(寺)로 구성되어 있다. 말씀이란 ‘로고스’요 하늘의 도리이다.
기독교에서는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다. 자고로 글은 사람이라 했다. 그리스도를 모신 글이 시요, 그리스도인이다. 기독교 교육이란 바로 이러한 시인을 양성하는 일이다.
나는 대학에서 기독교 도리를 가르치다가 은퇴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 자신을 되돌아 볼 때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서 평생을 살아 온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한편,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능력이 갖는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힘만으로 수기치인이 가능한 것일까? 조선왕조 500년은 인(仁)과 의(義)에 입각한 수기치인의 왕도정치를 이상으로하고 걸어 온 역사였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은 끊임없는 패도에 시달려 왔고, 드디어는 망국의 비운을 맞이했었다.
사람은 누구나 선하기를 갈구하지만 우리 속에는 또한 어두운 세력이 있어 이것을 가로 막는다. 이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하면서 그 해결책을 발견한 이가 사도 바울이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아,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구해 주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를 구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로마 7: 19-25)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기치인을 완성할 수 있는 길은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에 절대 의존하는 믿음뿐이다. 이것이 복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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