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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명상>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성서와문화 2010.01.19 18:13 조회 수 : 1719

 
[ 작성자 : 박 영 배 - 신학 ]

 
옛사람들은 사람을 소우주로 이해하며 대우주인 자연의 순리를 거슬리지 않고 자연과의 조화된 삶을 강조함으로 자연과 인생의 깊은 관계를 가르쳤다.


신학의 용어 가운데 일반계시(一般啓示) 또는 자연계시(自然啓示)라는 말이 있다. 자연계시란 자연의 오묘한 질서와 변화무쌍한 조화 속에서, 그리고 인간의 이성과 문화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들어내 보여 주신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바울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창조물을 통하여 당신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과 같은 보이지 않는 특성을 나타내 보이셔서 인간이 보고 깨달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롬 1:20)


실로 우리가 겸허하고도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이 전해주는 음성에 귀기우린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진리의 말씀을 전해 줄 것이다.
이제 또 다시 늦가을 빈 들녁에서 가을이 남기고 간 내밀한 여운을 음미하며 마른 잎들이 떨어져 간 풍경과 낙엽이 딩구는 소리에 겹쳐 들려오는 영의 음성에 귀기우려 보고자 한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인간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하다.”(벧전 1:24)


사람이란 그 누구라 할지라도 지극히 유한하고도 시간적인 존재이며 그 사람이 누리는 영화라는 것도 풀과 같이 속절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무한하고 영원하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세월과 더불어 말라가는 육체를 부둥켜안고 깊어가는 가을 끝자락에 외로이 서있다. 깊어가는 가을은 계속 우리에게 속삭인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진다고…….
이 가을은 우리가 바라보기만 하는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머물지 않고 인생의 한 부분으로써 우리 앞에 펼쳐져있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허무와 무상 그리고 인간의 모든 영화란 물거품과 같은 것임을 전하는 것이다. 육체가 마르고 인간의 영화가 물거품 같은 것임을 몰랐던 것은 인간의 미련함이요 어리석음이다. 그러나 성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약함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를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에 대조시키고 있다.
인간이 인간 자체로서는 무상함과 허무에 감싸여 있지만 하나님의 은총으로 영원한 생명과 희망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시편의 한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당신의 작품 손수 만드신 저 하늘과
달아놓으신 달과 별을 우러러 보면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


그를 하나님 다음가는 자리에 앉으시고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 주셨습니다.”(시편 8:3-5)


사람은 비록 티끌과 같은 허망한 존재이지만 하나님께서 그에게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 주셨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물의 영장”이란 말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로 가을은 한 구루의 나무와 가랑잎 속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지혜의 마음으로 이르게 하는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