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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마음 (2)

성서와문화 2010.01.19 18:13 조회 수 : 1314

 
[ 작성자 : 임 인 진 - 시인 ]


무성한 여름을 달구어낸
피 끓던 언어들이
저음의 피리 소리로 울다가
비실비실 내려와
발 아래 눕는다.


줄달음쳐 온 시간을 벗어놓고
들끓던 속내를 털어
한 줄기 바람의 파장에도
파르르 떤다.


어느 새
바람 거스를 기력마저 접고
안으로 잠근 가벼움만으로
빈 뜨락을 떠돌다가


소멸로도 다 하지못할
깊은 숨결
길게 들이쉬고 있다.


- 졸시 「낙엽」 -
노을지는 저녁나절에 홀로 뜰에 앉아 있었습니다.
바람 실린 단풍잎이 가냘픈 피리소리를 내며 울었습니다. 먹먹히 청각을 울리는 그 소리는 흔히 듣던 바람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누가 마지막 이별, 떠나는 슬픔을 저토록 가슴저리게 노래한 적이 있었던가. 누가 겹겹이 쌓은 그리움을 저토록 온 몸 흐느끼며 풀어 놓던가. 사위지 않는 응어리가 목울대를 타고 울컥울컥 치미는 것을 참는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는 이명(耳鳴)처럼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짓푸른 정열로 싱그러움 뽐내던 나뭇잎들이 노을 빛 물들어 가벼운 바람결에 아스스 떨다가 혈혈단신(孑孑單身) 빈 손으로 내려 앉습니다. 현란하도록 눈부신 하늘과 흰 구름, 고운 옷 입은 나무들과 함께 어울릴 존재가치를 떨쳐버리나 봅니다.
낙엽은 스스로의 퇴출로 그 아름다움의 진가를 높입니다. 그리고 긴 여운을 남깁니다.
가도 가도 머물 곳 없는 빈털털이 나그네처럼 굴러 갑니다. 저 만치 바람 잠자는 담벽 아래 시든 꽃대궁 밑에 쓸쓸히 누워 먼 하늘 쳐다봅니다.
때가 오면 한 줌 흙으로 바스라져 긴 침묵으로 잠들겠지요. 침묵의 시간 안에서 싹 틔운 새 생명의 잉태가 자연의 순리이며 우주의 섭리이니까요.


바람이 붑니다. 사람의 한 생이 긴 것도 아닌데 지나고 보니 번민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한 줌의 빛과 한 줌의 어둠 사이를 오가며 허겁지겁 달려온 지난날이 부끄럽습니다.
낙엽처럼 가벼운 몸, 빈 손 훌훌 털고 사뿐사뿐 떠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입을 맞추듯 살아 있는 내 가슴이 달관(達觀)의 몸짓으로 바람 실린 꽃잎 되어 향기 풀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공(時空)의 궤도를 초월한 섭리대로 빈 가슴 어루만지며 바스락 소리로 떠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