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05년 성서와 문화

 
[ 작성자 : 장 기 홍 - 지질학 ]


2005년의 만종이 울리려 하는 달이다. 젊었을
때는 한 해를 뒤돌아보며 지나온 열두 달을 떠올렸는데 지금은 내 지나온 모든
연월이 엄청난 회한(悔恨)의 보따리를 내 앞에 풀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의 ‘세상 구경꾼’으로서 살아온 내 인생을 뉘우치게 된다. 특히, 최근
버트란트 럿셀의 자서전을 읽은 것이 나 자신을 부끄럽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문자 그대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거기 비하면 이 사람은 너무나
구경꾼으로서 살아왔다.
기왕 그렇게 살았을 바에는 구경꾼임에 철저할 수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 어제는 새벽에 너무 일찍 잠이 깨었는데 라디오를
틀어보니 자살한 어느 농민의 삶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모두가 자는
시간이니 딱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과연 몇 사람이 들었을 것인가! 요즘 우리
주위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 지하철에 떨어져 죽으면 뉴스거리가
되고 명문 자녀라면 화제에 오르지만 이제는 한강에 투신하는 정도로는
신문이나 화면에 올라보기도 어렵다. 그만치 자살이 많다는 말인데 흔히 빚과
생활고가 동기임은 주지하는 대로다.
죽은 책임을 본인들에게 돌리고 산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편타니, 많이 잘못된 것 아닌가! 전에는 WTO(세계무역기구)
회의장에서 우리 농민 대표가 심장에 칼을 꽂고 피를 뿜으며 항의했고, 며칠
전에는 쌀 개방 반대 시위로 농민과 경찰 양쪽에서 많은 사상자가 났지만
속수무책이요 모두가 구경꾼이다. 국회는 넉넉히 통과시키고 말았다. 목숨을
걸고 시위를 하지만 문제 자체는 그들을 비웃고 있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합세하여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아직 때가 멀었다. WTO를 주도하는 세력은 제
나라만 살겠다고 마수를 놀리며 장기를 둔다. 악한 장기판이 아닌가! 경제의
세계화는 옳은 세계화가 아니다. 각국 농촌들을 쑥대밭을 만들면 지구가
끝장인 줄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옛날에는 백성이라 하면 농민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좋았다. 이제는 그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새 직종을
찾아야 한다. 농(農)이란 모두를 껴안는 넉넉한 품이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낙원에서 쫓겨났다. 공무원 시험에 수십 대 일의 경쟁자가 몰려들고 회계사
시험에 6수, 7수가 예사다. 청년 백수가 날로 늘고 40, 50대 정년(停年)이
수두룩하다. 실업자가 양 떼 같이 불어나고 있다. 지능이 높고 운이 좋으면
직장을 구할 수 있어도 그런 사람은 소수이고 쳐지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옛날에는 농업이나 어업 같은 것이 그들을 수용하여, 노래에도 있듯이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길 어머니 같은 품이 없다.
며칠
전 나는 골목에 세워둔 차의 유리문이 박살이 났음을 보고 그 순간 도둑임을
알았다. 예사로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요즘 도둑이 많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누가 당해도 당하게 마련인데 어찌 요행만을 바라겠는가! 방화범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 저기 기승을 부린다. 이 사회에 대한 저주요 사회적
자살행위이다. 이 세상이 지금 아주 잘못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벽에
나타난 글씨 같은 것이다.
가끔 화면에는 여자들이 권투로 얼굴에 피투성이가
된 꼴들이 보인다. 권투는 요즘은 좀 심심한 것이 되었고 발로 차서 예사로
실신을 시키는 격투장은 구름 같은 군중으로 꽉 찼다. 선수들은 옛날 로마의
검노(劍奴)만큼이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돈의 노예가 되어 있는 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으리라. 텔레비전이 생겨나 나쁜 것들을 많이 가르치는
세상이 되었다. 범인들은 흔히 텔레비전에서 배웠다고 고백한다. 조폭
영화가 판을 치고 실제로 일본의 야쿠자, 중국 러시아의 깡패들이 남한 여러
업체에 마수를 뻗었다 한다.
컴퓨터와 비디오, 휴대폰 등 정보의 홍수 속에는
선보다 악이 먼저 날뛴다. 가공할 신천지가 펼쳐져 옛 좋던 풍속은 까맣게
잊어가고 있다. 성인들이 가르치던 것과는 정반대로 가면서 새 인종, 새
변종들이 되어가니 세상은 이 이상 더 말세일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예사요
귀신들려 얼빠져 있다.
환경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입에 어떤 독소가
들어오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늙은 사람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오염물질로 정액이 묽어지면 어찌 인류가 자손을 기대하겠는가. 6.25
사변을 겪던 세대들까지만 해도 2세를 두는 일을 끔찍이 대견한 보람으로
알았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 낳기를 외면한다. 망할 세상임을 은연중 알고
실천하고 있음이다.
온 세계가 구원(救援)을 청하고 있다. 경제에 혼이 다 빠지는
그런 체재가 아니라 돈 위주가 아닌 바람직한 세계화를 향해 세계적으로
체재가 바뀌어야 살 길이 트이게 되었다. 지금의 문제는 모든 나라들이 함께
체재를 바꾸어야, 즉 새로운 세계체재를 마련해야 해결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누가 그 일에 나서겠는가? 나서야 할 만한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
지능이 높고 똑똑하여 현 체재에서 재미를 보고 기득권자가 되어
안주(安住)하고 있으니, 잠을 깨어야 한다. 그들이 고민을 좀 해 주어야 한다.
불초 이
구경꾼은 세상 되어 가는 것을 관찰하고 나름으로 숙고하여 얻은 결론이
이것이다. 앞으로의 세계구원은 세계전체의 살 길을 의식적으로 모색하는 양심
있는 영혼들의 소임이라는 이 당연한 결론이 그것이다. 앞으로의 구세주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다. 세계적으로 여론이 조성되어야 하겠고, 늘
그래왔듯이 몰리고 몰려서 피할 수 없이 요나의 길을 가게 되리라. 고래 배속에서
숨이 막혀 죽는 고비를 넘겨야 제 길을 가게 될 것이므로 세계고난이 앞으로
많이 남아 있음을 예상하게 된다. 지구인 모두가 죽을 고비를 맞고서야 눈에
길이 보일 것이니 한참 칠흑 같은 어둠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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