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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회의 패러다임

성서와문화 2010.01.19 17:50 조회 수 : 1149

 
[ 작성자 : 이 계 준 - 연세대 명예교수, 신학 ]


한국교회는 지난 세기 후반부터 국가의 경제발전과
부흥운동에 힘입어 괄목할 만 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교인 수가 전체 인구의
25%에 육박하였고 세계 50개 대형교회 가운데 그 절반이 한국에 존립하고
있다. 농어촌마다 예배당이 없는 곳이 없고 도시의 밤하늘은 십자가로 붉게
물들어져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 기독교 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생동적인 교회에 대해 교회 안 밖에서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목사의 도덕적 해이, 교회의 내분 및 사회적 무책임 등 온갖 부덕한
소식들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비록 진리 위에 섰다고 할지라도
인간이 개입하는 한 항시 문제의 소지는 있게 마련이다. 개혁운동이 그치지 않은
소이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고사하고 갈등과 분열만을
조장한 것을 보면 복음은 교권주의를 타파할 만한 힘이 없는 모양이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복음 선포와 역사적 사명을
다 할 수 있기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갱신의 가능성에 관한 한,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매우 회의적이다. 한국교회가 복음을 통한 인격의 변화,
생활의 변화, 역사의 변화를 이룩할 만한 의지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교회가 내적 각성과 변화를 통해서 세상에 그
존재의미를 드러내려면 아래 요소들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첫째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려면 낡은 신학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지난 세기 후반부터 소위 보수주의 또는 복음주의라는 명분 아래 크게
성장하였다. 대형교회 뿐만 아니라 무수한 중, 소형 교회들도 성장주의를
지향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의 물량주의, 교권주의, 세습제 등의 세속주의를
배태하였고 19세기의 서구 교회처럼 세계의 기독교화란 종교적 패권주의를
행사하게 하였다. 그러나 성장신화에 사로잡힌 교회는 복음의 본질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명까지 저버렸다. 군사정권하에서 대다수의 보수적 교회들은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권력을 축복 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교회성장이란 보상을 받았다. 이것은 국민과 사회의 비난과 교회의 괴리현상을
자초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소수의 교회와 목사들은 군사정권에 항거하고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희생적으로 투쟁하였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망각한
교회갱신과 역사의식을 되살렸고 사회와 세계교회의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나아가서
이 나라의 민주화와 인권회복에 크게 기여한 바를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군사독재 하에서 투쟁하던 예언자들은 대부분 민주화 과정에서 특정한
이념에 편향되거나 권력에 유착되고 말았다. 예언자들의 개혁의지의 포기와
정체성 상실은 실로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 큰 손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금 한국교회는 보수주의 및 진보주의 신학으로는 스스로의 개혁과 역사적
사명을 수행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하느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새로운 신학의 패러다임과 자기 부정적 결단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둘째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려면 인재양성에 진력해야 한다. 성서와 교회의
역사는 하느님의 섭리가 선택받은 자들에 의하여 실현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하려면 미래의 교회와 역사를 책임질 수 있는
인재양성에 물심양면으로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어떤 교단은 신학대학원
운영비의 50%를 지원한다. 한국의 교단들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회는 건축과 선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인재양성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교회는 우수한 목회자를 구하나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 신학 교육기관들은 자구책으로 학생수를 극대화하여 그 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 우수한 인재의 유치나 창조적 및 실천적 교육에
대한 여념이 있을 수 없다. 변화와 도전의 연속인 역사 속에서 교회에
주어진 과제를 십분 이행하려면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재양성에 무관심한 교회와 현상유지에 급급한
대학으로는 미래의 요청에 응할 수 없다. 교회가 새로워지려면 교단과 대학이
하나 되어 신앙심과 창의성을 겸비한 학생을 선발 및 교육하는데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셋째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려면 평신도 교육에 심혈을 기우려야
한다. 우리 교회처럼 다양한 집회와 성서연구 및 강의가 많은 교회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종래의 평신도 교육은 주로 개인구원과
교회생활중심에 초점을 두었다. 이것이 교회가 급성장하는 촉매제가 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또한 신앙과 생활의 분리, 기복신앙의 조장
및 교회와 사회의 괴리현상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평신도 교육은
그것이 성서연구이든 또는 신학강좌이든 간에 개인의 구원체험, 신앙과
생활의 일치 및 사회-역사변화에의 참여 등의 강조와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신자가 개인적 및 타계적 기복신앙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통해 통전적 인격을 형성하고 각자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복음의 사도직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것이다. 이것이 문화적 및 다원적 세기에 있어서 교회에 요청되는 막중한 책무인
동시에 평신도의 바람직한 이미지와 역할인 것이다.


끝으로 교회가
새로워지려면 다원선교의 모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주로 교인의 욕구충족과
교회중심적 활동에 온 힘을 집중하였다. 선교를 위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의
투자도 교회 자체의 발전과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 이렇듯 획일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교회는 오늘의 다양한 문화와 다원적인 이념 및 종교의 현실에서 더
이상 타당성이나 영향력을 나타낼 수 없다. 교회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개되는 선교활동과 함께 선교 가능영역에 대하여 신앙적으로 훈련된 전문인력을
지원 또는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특수한 상황과 요청에 대한 고려 없이
목사나 비전문가를 파견하는 것은 오히려 선교에 역기능을 자초할 뿐이다.


나아가서 교회는 오늘의 다종교적 상황에서 타종교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에
힘써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오래 전부터 여러 종교들이 병존하였으나 기독교의
역사는 매우 일천하다. 타종교가 이 사회의 종교와 문화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나 교회는 그것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정하였고 심지어는 그 종교의
상징을 파괴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이것은 기독교 신앙과는 전혀 무관한
인간의 오만에서 연유된 것이다. 모든 종교는 구원을 추구하고 그 길을
제시함으로만 존속할 수 있다. 다만 그 구원의 개념과 그것에 이르는 길이 서로
다를 뿐이다. 타종교의 구원관이 기독교의 것과 다르다고 하여 이단시할 수는
없다. 참 종교는 보편적 구원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 곧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화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하여 타종교와
대화와 협력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교회가 스스로
변신하는데 불가결한 요인들을 제시하였다. 이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의
철저한 반성, 자기 독선과 위선의 포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 열정적이고
성실한 추진 등이 요구될 것이다. 이것은 가시적이고 물량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다. 교회가 새로워지려면 이제 인간의 인위적,
과시적 패러다임에서 그리스도의 자기 부정적, 창조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과연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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