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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성서와문화 2010.01.12 20:57 조회 수 : 1053

 
[ 작성자 : 이상범 - 신학 ]

 
히다리(左)진고로 하면 일본 사람치고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일본의 옛 조각가이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도처에서 그의
것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작품을 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진품인지는
분명치 않다. 명성만큼 그에 대한 전설도 다채롭고 풍부하다.
그는 거지 모습을
하고 전국을 방랑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조각들이
각지에 산재하고 있는 것도 그의 방랑벽 때문이었다고.

어느 날 진고로가
센다이라는 고을에 왔을 때, 뜻밖의 풍문을 듣는다. 이미 진고로가 그 곳에서
뿌리를 내린지가 오래일 뿐만 아니라, 고을 성주에게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진 진고로는 곧장 성주를 찾아가 자기가 진짜
진고로 임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거지꼴을 하고 있는 그를 진고로로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성문에서 쫓겨나곤 했다. 그런 일을 되풀이 되던 어느
날, 성문에서의 소동이 성주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마침내 진고로는 성주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성주가 말했다. “어느 쪽이 진짜 진고로인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솜씨를 겨루게 하면 될 것이니라. 각각 같은
재료를 주고 같은 날까지 잉어를 조각해 오도록 하라. 물론 보다 훌륭한
조각을 완성한 편이 진고로일 것이야.”
그래서 두 사람은 이래 안에 잉어를
조각하도록 명령을 받는다. 가짜 진고로는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이런 미친
녀석과 솜씨를 겨루다니 말도 안 될 일이지만, 성주의 명령이시니 재미삼아
잉어를 새겨 볼 밖에” 하고, 집에 돌아가자 제자들을 재촉해서 잉어를 다듬기
시작했다.
한편, 진짜 진고로는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날마다 연못가에 죽치고 앉아서 멍하니 헤엄치고 있는 잉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머리가 돌아도 단단히 돌았다고 수군거렸다. 이럭저럭 이래가
지나 당일이 되었다. 두 사람은 각기 자기의 작품을 보자기에 싸들고 성주
앞으로 나아왔다. 가신들과 함께 자리한 성주 앞에서 먼저 보자기를 끌러 작품을
보인 것은 가짜 진고로였다. 작품을 내 놓자마자 모든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가짜 진고로의 잉어는 살아있는 잉어 그대로였다. 비늘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험 잡을 데가 없었다. 이번에는 진짜 진고로 차례.
보자기를 벗기자마자 미쳐 작품을 보기도 전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다다미 위에
벌렁 나자빠져 있는 작품은 얼핏 매기인지 붕어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몰골이었다. 그래도 하고 기대하고 있던 성주는 기가 찼다. “당장 저 녀석을
끌어내서 하옥하라”하고 명했다.
그 때, “잠간” 하고 진고로가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잉어라고 하는 것은 다다미 위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 속에 넣어 보아야 살아있는 잉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을 담은 대야에 집어넣어 본다면, 어느 쪽이 제대로 된 잉어인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딴은 그럴듯한 말에, 성주는 그렇게 하도록 명했다.
두 작품을 물 속에 집어넣는 순간, 성주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아!
“하는 탄성을 뱉었다. 그렇게도 늠름하게 보이던 가짜 진고로의 잉어는 벌렁
뒤집어져서 배를 들어냈지만, 볼품이 없던 진짜 진고로의 잉어는 진정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생생하게 살아서 헤엄을 치는 것 같았다나?

 

TV를
통해서 자천타천의 소위 명 설교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설교다운 설교를
생각해 보면서, 문득 떠올리게 된 이야기여서 소개해 본다.
설교에도 가짜와
진짜를 가리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겉만 번지르
해서 많은 사람을 긁어 모우는 설교가 반드시 살아 있는 설교가 아닐지도
모른다. 반대로 별로 말주변이 없어서이거나, 혹은 진실한 말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지 못하는 설교가 살아있는 설교일수도 있으리라.


바울이 설교를 듣는 청중의 작태에 대해 디모데에게 썼다. “때가
이르면, 사람들이 건전한 교훈을 받으려 하지 않고, 귀를 즐겁게 하는 말을
들으려고 자기네 욕심에 맞추어 스승을 모아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진리를 듣지
않고, 꾸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딤후 4:3-4)
바울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설교자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러나
그대는 모든 일에 정신을 차려서 고난을 참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그대의
직무를 완수하십시오.”(딤후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