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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명상 -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

성서와문화 2009.12.28 16:07 조회 수 : 1609

 
[ 작성자 : 박영배 - 신학 ]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마다 시간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이며 시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고....
그러나 시간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에 중세기의 어거스틴도 그가 쓴 고백서에서 시간이란 묻지 않으면 알 것 같은데, 누가 물어 설명하려면 모른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만큼 시간의 문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많은 물리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시간을 규명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도 시간의 문제를 시원스럽게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거기서 만유인력을 발견한 물리학자 뉴톤(Newton)은 절대시간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철학자 칸트(Kant)는 절대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시간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시간을 재는 법을 만들었다. 그것이 곧 시계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의 정체라기보다 인간들의 약속에 불과한 것이며, 상대적이고 평면적인 시간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어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즉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노로스란 뜻은 객관적인 시간,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시간의 과정을 측정하는 시계적 시간으로, 예를 들어 몇년 몇월 몇일 등의 년대적 시간개념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편 ‘카이로스’란 뜻은 절대적 시간개념으로서 시간이 갖는 내용과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영원이 시간 속에 개입해 오는 사건과 관련된, 하느님이 인간세계에 개입해 오시는 시간, 수직이 평면과 부딪치는 순간 그리하여 일체를 그 근저로부터 뒤흔들어 모든 구속과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자유하게 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약성서에는 이를 가리켜 ‘때가 찾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바울은 또 고린도 후서 4:16-17에서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낡아지지만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습니다.’고 고백하고 있다. 여기 겉사람이란 우리의 육체적 조건을 말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신체적 조건 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시간과 더불어 육체에 붙어 있는 모든 인간적 가능성이 육체의 쇠퇴와 함께 나날이 쇠퇴하고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울이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겉 사람이 아니라 나날이 새로워지는 내적 인간이다. ‘내적 인간’이란 인간의 참된 자아를 말하며, 하느님의 영을 받은 본래적 존재를 뜻하며, ‘카이로스’의 빛 속에 있는 자아이다. 바울은 이 경지를 말하여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지만 속 사람은 나날이 새로워진다’고 했다.
그러하여 우리는 시간 속에 살면서도, 그리고 제한된 생명의 마지막 길을 걷는다 할지라도, 영원 속에 새로운 발을 디디고 산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하느님의 힘찬 음성 앞에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 (계 21:5) 이 힘찬 말씀이야말로 옛 선지자들의 오랜 꿈이며 오늘을 사는 인류의 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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