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03년 성서와 문화

피카소와 히틀러

성서와문화 2009.12.28 16:06 조회 수 : 1333

 
[ 작성자 : 이상범 - 목사 ]
 
피카소가 큐비즘의 기념비적 작품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그린 것이 1907년, 그의 나이 26세 때였고, 같은 해, 18세의 히틀러는 빈의 미술학교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그러나 큐비즘에 대한 세상의 혹평은 피카소로 하여금 20년 동안이나 큐비즘을 멀리하게 했다.
1937년 4월 말, 파리의 자택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피카소가 흥분해서 아틀리에로 달려갔는데, 그것이 큐비즘이 부활하고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1937년 4월 26일,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고도 게르니카에서는 월요일 장이 서고 있었다. 도로와 광장은 인근 농민들이 날라 온 야채와 과실 유제품으로 북적댔다. 그러나 저녁 때, 생 마리아 교회의 종이 울렸는데, 그 종소리가 공습경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폭풍에 날려가는 참담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전 해에,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장군의 반란으로 시민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프랑코를 지원하는 독일 폭격기 30여기가 세 시간에 걸쳐 폭격과 기총소사를 되풀이한 것이다. 삽시간에, 인구 5000명의 작은 고을이 폐허가 되고, 이름이 알려진 사람만으로도 126명이나 죽임을 당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55세의 파브로 피카소는 파리 자택에서 고민 중이었다. 스페인 공화정부가 그 해 5월에 파리에서 열릴 만국박람회에서 스페인 관을 장식할 작품을 피카소에게 의뢰했었고, 쾌히 승낙한 피카소는 전시장의 크기에 맞추어 높이 3.5미터에 폭이 7.8미터의 큰 캠퍼스를 그의 아틀리에에 장만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그려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아침 그가 받아든 신문에서 게르니카의 참상을 본 피카소는 곧 화필을 잡았다. 울부짖는 여인, 죽어가는 병사, 배가 찢긴 말을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나갔다. 20년 동안 잠자고 있던 큐비즘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한 달이 걸려 완성한 작품이 “게르니카”였다.
피카소는 “게르니카”로 파시즘의 폭력에 대한 그의 분노를 토해냈다. 아이와 노인들의 생명마저 앗아 가는 부조리. 사랑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 파괴된 도시. 그 모든 것을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큐비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인간성을 파괴한 파시즘에 대한 고발은 전통적 회화를 파괴하는 수법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게르니카”가 1939년에는 미국에서 전시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터져서 뉴욕에 방치했던 것이 게르니카가 보존 되는 계기가 될 줄이야.
1940년, 히틀러의 독일 군이 파리를 점령했다. 한 때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는 미술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현대미술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권력을 장악하자 ‘광범위하게 미술 평론가와 미술관장들의 협력 아래’ 아리안 종 우월주의가 미술에도 적용되었다. 1938년 5월 31일, '퇴폐예술작품의 몰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피카소. 고갱, 코코슈카, 샤갈, 페히슈타인이 미술관에서 추방되었다.
검열 차 그의 아틀리에를 찾아온 점령군 나치스의 장교가 책상 위에 있는 “게르니카”의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을 그린 것은 당신이요?”
피카소가 대답했다.
“아니오. 틀렸소. 당신들이오.”
게르니카를 제작한 것은 피카소가 아니라 게르니카의 참상을 연출한 파시스트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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