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03년 성서와 문화

로댕과 조각

성서와문화 2009.12.28 16:03 조회 수 : 1417

 
[ 작성자 : 김효숙 - 조각가 ]

사람들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조각가 이름을 들어 보세요?” 하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 “로댕”을 먼저 들 것이다. 그 만큼 그의 명성은 어느 나라에서나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 문화재단에서 세운 로댕갤러리가 서울에 있어 그의 대표작인 ‘칼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작품이 그 곳에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그가 왜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가장 큰 업적은 ‘조각을 해방시킨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고대로부터 19세기 말에 까지 조각은 종교적인 또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는 그들의 신전을 신상조각들로 장식하였고, 중세에도 성당의 장식을 위해 조각은 이용되었다. 그리고 후대로 오면서는 왕권의 권위와 사용 목적들에 따라 그 시녀노릇을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조각은 건물의 벽이나 그에 딸린 부속 받침대에 의지해 만들어져 왔고, 조각 그 자체로서의 독립된 주체적 공간을 가지지 못했었다.

 

로댕에 와서 비로써 모든 부속품들은 제거되었다. 그는 그의 대표작인 “청동시대(1876년작)”를 통해 어떠한 한계나 제한 없이 조각이 공간을 지배하고 서 있는 인체를 만들어 보임으로서 조각 자체로서 독립된 그 기능과 역할을 갖게 했다.
아무 군더더기 없이 알몸으로 서 있는 이 실물 크기의 누드상은 당시 실제 인물을 그대로 떠낸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태초의 어둠으로부터 방금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한...., 두 팔을 들고 전신을 약간 기울여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움직이는 순간의 모습이다.
더 나아가 20세기를 여는 현대조각에 있어 로댕의 또 하나의 큰 업적은 부분적인 인체표현이라 하겠다.
그는 인체 전체를 만드는 것보다 인체의 부분들을 만듦으로서 더 완벽한 정신과 생명력을 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얼굴만을(頭像), 손만을, 팔 다리 얼굴을 떼어낸 몸통만을(Torso), 또는 상체(胸像, 半身像)등을 수없이 만들었다.
“단편(斷片)의 자율성(自律性)”이라고 부를 수 있는 원칙을 발견함으로서 로댕은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해오던 것들로부터 조각을 구출해 내었던 것이다.
마치 모네가 사진적인 리얼리즘에서 회화를 구출해내듯 말이다.

 

인체의 형태전체를 만들지 않음으로서 형태의 강조점은 그 공간과의 관계에서 더욱 집중된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그의 혁신적인 형태추구는 1900년 이후 그의 조각에 대한 비전과 함께 더욱 확대되어 갔다. 더군다나 생략되어진 형태들은 비문학적(非文學的)이었기 때문에 조각의 조형의 폭을 넓혀 줄 뿐 아니라 정치, 종교적 타 목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특별히 그는 인체의 어떤 부분보다도 얼굴과 손이 가장 표정의 풍부함을 준다는 생각에서 많은 두상과 손 작품을 만들었다.
로댕 이후의 많은 조각가들이 이런 저런 모양으로 많은 두상들을 만들었으나, 로댕만큼 손을 소재로 해 많은 작품을 만든 사람은 없다.
그의 작고 독립된 손들은 어떤 몸에도 속해 있음 없이 그 자체로 살아 있다. 다섯 개의 곤두선 손가락들은 뛰어 오르기도 하고, 지옥의 사냥개 모양 울부짖고 있기도 하다. 걷는 듯 움직이는 손, 잠든 손, 그리고 깨어나는 손, 더 이상은 아무 것도 원치 않는 듯 놓여진 피곤에 지친 손, 유전적으로 저주 받은 듯한 범죄의 손...., 이들은 모두 인체로부터 떨어져 나온 부분들이 아니라 위대한 큰 움직임의 흐름 속에서 숨쉬기 위해 먼 기원으로부터 꽃 피워진 더욱 살아 있는 것들로 보인다.

 

손 작품 중 가장 나를 감동시킨 것은 두 손을 마주 세워 놓은 “대 성당(1908년작, 25?13?12.5in)”이라는 것이다. 처음 그 작품을 대했을 때 의아했던 점은 이 작은 작품에 로댕이 붙인 거창한 제목이었다. 그 작품이 정말 대 성당이구나 하는 메시지를 얻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무심히 발견한 두 손은 한 사람의 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의 오른손이었다. 포옹 하듯, 서로를 위로 하듯, 서로를 받아주며, 마치 기도하듯, 고딕적으로 위를 향해 마주하고 서 있는 하나가 된 두 손은 열개의 손가락이 함께 어울려 대 합창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가짐과 삶이 이와 같아질 때 이 세상은 하늘나라가 되는 것이라는 큰 깨우침을 나에게 주었다. 이 작품은 고정된 교회의 건물을 넘어 인류에게 던지는 삶의 원칙을 담고 있다. 로댕이 죽기 10년 전의 완숙된 그의 작업의 결정체이다.

 

그는 주문 받은 조각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부분조각들을 만들었다. 10년에 걸쳐 완성시킨 “칼레의 시민” 작품을 위해 그는 그 인물마다의 얼굴과 손들을, 그리고 옷 입히기 전의 누드 상들을 수없이 만들었다. 그 유명한 “발작 상”과 “유고 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에 대한 그의 성실성과 노력은 20세기 조각의 위대한 각성을 불러일으킨 그의 업적에 앞서 나를 숙연케 한다.
부분이건 전체이건 혹은 “지옥의 문”에서처럼 수많은 인체를 넣은 군상에서 이건 인체를 통해 인간에 대한 문제를 풀려한 로댕의 강한 집념은 나에게도 인체조각을 아직도 끝없는 탐색의 가능성을 갖는 주제로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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