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03년 성서와 문화

크리스마스 성서연구 - 처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

성서와문화 2009.12.28 16:02 조회 수 : 1378

 
[ 작성자 : 김윤옥 - 여성신학

대림절기도 끝나가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용인 에버랜드나 롯데 월드 같은 어린이 유원지에서는 이미 11월초부터 크리스마스이다. 인공 눈 속에서 둥둥 떠 있는 커다란 산타 크로스는 상업주의라는 주인의 밧줄 끝에서 재롱을 떨고 있는 슬픈 곰을 연상하게 한다.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는 이렇게 다가온다. 산타 크로스, 크리스마스 츄리, 선물들, 달콤한 케이크, 아름다운 촛불과 교회의 성가대, 말구유 속의 아기 예수.......... 그리고 예수를 잉태하여 탄생하게 한 어머니 마리아의 이미지는 청결한 처녀, 성모 마리아이다.
그런데 미국의 여성신학자 제인 쉐버그(Jane Schaberg)의 연구는 오늘날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어 있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 ‘위안부’할머니나 미혼모등 고통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쉐버그의 연구에 의하면 이 설화는 원래 처녀임신이라는 기적을 말한 것이 아니라 마리아의 비합법적 혼외임신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여성들의 구전(口傳), 즉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 중에 요셉 이외의 남성을 아버지로 임신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예수의 탄생은 성령에 이끌리어 이루어진 것입니다”라고 전해졌다는 것이다.
복음서 기자인 마태와 누가는 이 ‘혼외임신’에 대한 구전전승을 계승하면서도 각각 전승의 초점을 바꾸어서 스캔들을 축소시키려고 했다. 여기서 후기 기독교의 전승 삭제과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세기와 3세기의 교부들은 이 구절을 ‘처녀임신’의 기적이야기로 신학화 하여 이것이 기독교 교리로 뿌리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마태(1:18-25)는 미혼모의 임신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과제를 이 임신과 출산에는 성령의 역사가 있으며 이 모자에게는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임마누엘. 이사야서 8:10)는 희망을 선언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성령으로 잉태한다는 표현은 유대 전통에서는 인간적으로 곤란한 상황의 임신에 대한 신앙적 언어표현이었다. 관습적으로는 임신이 안 되던 여성이 겨우 임신을 했을 때의 감사의 표현으로 쓰였으며, 생물학적 아버지의 존재를 부인하는 의미는 없었다.
누가(1:20-56, 2:1-7)는 해결책으로 천사의 입을 빌린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천사의 고지는 히브리어 성서에 많다. 그것은 모두 여성의 고민, 천사의 고지, 임신과 출산의 성취라는 세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있는데 말하자면 천사의 고지는 여성의 고민이 전제로 되어있는 것이다. 나아가서 누가의 경우 큰 특징은 ‘마리아찬가’이다. “권세 있는 자를 그 자리에서 내리치셨으며 ......,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라고 선언하는 이 마리아찬가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희망과 신앙을 노래하는 민중의 해방가이다. 그런데 이것을 왜 마리아가 지금 노래하는 것일가.
여기서 ‘그 계집종의 비천함을 돌아보셨음이라’는 구절은 누가의 삽입구로 알려지고 있는데 비천함의 희랍어 ‘타페이노오신‘이라는 말의 의미는 여성의 성적인 수치를 의미한다. 저명한 여성신학자인 쉬슬러 피오렌자도 마태와 누가의 예수탄생설화, 특히 마리아찬가는 마리아가 성폭력에 의해서 고통 받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여성은 사회에서 있을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누가는 이런 마리아의 고민에 대한 하나님의 돌보심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에서 성령이 임하신다(에페르케스타이)와 너를 덮으신다(에피스키아조우)라는 두 개의 동사가 나란히 쓰이는 것은 마리아에 대한 성령의 큰 역사와 하나님의 보호가 약속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근래에는 마태와 누가의 예수탄생설화의 배후에는 공통된 구전전승이 있었다는 것, 그러므로 마태와 누가의 공통요소를 분석함으로서 복음서 이전의 전승의 윤곽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데 성서학자들은 합의하고 있다. 이 재구성의 결과 알려진 초기 구전전승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되었다. “고민의 묘사, 다윗 가계의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가 혼외임신을 했다. 천사의 계시, 마리아에게 성령이 임재하고 아들을 낳았고 아이의 이름은 예수이며 그 아이의 미래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언급”.
보통 구두전승은 자기의 경험으로 그 진실성을 실감한 사람들에 의해서, 또한 거기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전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폭력적이던 로마식민지 시대의 유대인공동체에서 마리아의 혼외임신의 고통을 배려하며 마리아의 신앙, 요셉의 결심, 예수의 출산을 성령의 도움으로 이해하고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던 여성들, 아마도 갈릴리부터 예수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초기의 전승을 담당한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 있다. 그녀들은 예수의 일생을 뒤돌아보며 어머니 마리아의 임신과 출산의 사건을 상기하여 긍정적인 신학적 의미를 발견하고 구두로 전승했을 것이다. 비록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종교적으로도 심판받는(신명기 22:23-27) 혼외임신의 아이였으나 우리가 만났던 예수는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었고 어머니 마리아는 죄인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성령으로 보호받고 이끌렸던 분이었다는 그녀들의 신앙고백의 표현으로 이러한 최초의 구두전승은 많은 고통 받던 여성들에게 사랑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후기 기독교의 처녀잉태의 기적이라는 교리적 해석이 아니라 이렇게 초대교회 여성들이 구두로 전승했던 혼외임신의 메시지를 회복할 때, 이것은 현재 사회문화적 편견과 종교적 율법주의로 차별받고 멸시받으면서 고투하고 있는 여성의 삶 한가운데에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희망과 존엄성이 부여된다. 기적적이거나 극적인 도움이 일어나지 않는 현실생활 한가운데서도 그래도 성령의 역사, 하나님의 사랑이 깊이 실감되는 그러한 신앙에로 인도될 것이다. 많은 성폭력의 피해자와 그 아이들, 미혼모와 그 아이들에게 이러한 메시지가 참 복음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처음의 구두전승이 설교 될 때, 거기에 임하시는 하나님은 제왕적 가부장적 하나님이 아니라 차별받고 고통 받는 자를 결코 버리시지 않는 함께 하시는 하나님인 것이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생명에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이다. 여성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어도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태여나드라도 상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다. 예수의 일생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모멸 받는 사람들 곁에서 친구로 만나시는 삶이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희망과 자존심을 되찾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악과 투쟁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제시한 삶이었다고 성서는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 예수를 사랑하며 따르던 여성들은 예수의 십자가 이후에 마리아의 임신의 사실을 상기하고는 하나님의 큰 사랑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이야기를 전하게 된 것이리라. 그 후에 이 전승은 얼마나 많은 마리아와 같은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위해서 사랑의 선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되어 왔을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눈물을 흡수하면서 전승 되었을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절망의 눈물을 거두고 희망의 미소를 회복했을가..........
그 동안 기독교의 체제화로 인한 교리적 처녀잉태의 기적설화 때문에 2000년 동안 배제되어 왔던 초대교회 여성들의 사랑과 신앙의 구두전승의 메시지를 우리는 오늘날 다시 살려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금년 크리스마스는 눈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절망 속의 미혼모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마리아에게 나타나셨던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하실 것을 선포하며 참된 선교적 사명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 성구명상 -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 성서와문화 2009.12.28 1608
31 피카소와 히틀러 성서와문화 2009.12.28 1333
30 로댕과 조각 성서와문화 2009.12.28 1417
29 음악 片紙 IX - ‘풍요로운 음악을 위하여’ 성서와문화 2009.12.28 1211
» 크리스마스 성서연구 - 처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 성서와문화 2009.12.28 1378
27 물 과 물 - 엔도 슈사꾸의 『깊은 강』에 대하여 성서와문화 2009.12.28 1363
26 동북아시아 기독작가회의의 의미와 평가 성서와문화 2009.12.28 1247
25 게티 센터에서 성서와문화 2009.12.28 1222
24 기독교에서 본 삶과 죽음 성서와문화 2009.12.28 1212
23 빈민이 벼랑 끝으로 밀리고 있다 성서와문화 2009.12.28 1261
22 신앙 없는 천재와 재능 없는 신자 성서와문화 2009.12.28 1299
21 ‘모차르트 처럼....’ - 음악 片紙 VIII 성서와문화 2009.12.28 1287
20 크리스타 파울에 대한 추억 성서와문화 2009.12.28 1227
19 현진건과 이상화 성서와문화 2009.12.28 1348
18 50년만의 시 한 구절 성서와문화 2009.12.28 1285
17 컴퓨터와 시인 성서와문화 2009.12.28 1203
16 권력 지향적 교회 성서와문화 2009.12.28 1212
15 무언(無言)의 실천자, 그 험난한 예술가의 길 성서와문화 2009.12.28 1270
14 음악 片紙 VII - 혼돈 속의 비젼 성서와문화 2009.12.28 1237
13 “명예의 문화”와 성서의 여성 성서와문화 2009.12.28 1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