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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처럼....’ - 음악 片紙 VIII

성서와문화 2009.12.28 15:58 조회 수 : 1287

 
[ 작성자 : 김순배 - 음악 ]

그러니까 고등학생 시절 내가 심취했던 팝 음악 중에는 샹송(chanson)이라는 것도 있었다. 미셀 뽈나레프, 조르쥬 무스타키, 자끄 브라상스들의 건조한 목소리 속에 감추인 깊고 뜨거운 감성들은 알쏭달쏭하게만 들리던 불어 발음과 더불어 길고 긴 여운을 남기곤 했다. 덩달아 레오나드 코헨이니 고든 라이트훗 같이 어딘지 샹송 분위기를 닮은 싱어 송 라이터들의 노래도 꽤나 좋아했었지.

 

실비 바르땅이라는 여가수도 있었다. 그녀의 노래 중 ‘사랑하는 모차르트(Caro Mozart)’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1악장이 흐르는 가운데 허스키 보이스로 천재 작곡가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절절이 풀어내고 있는 곡이다. 생각하면 70년대의 멋진 ‘크로스 오버’이자 유구한 문화적 전통의 배경에서 스며 나온 유럽인의 세련된 취향이 잘 담겨있는 매력적인 곡이다. 가사의 내용은 대략

 

‘그토록 혹독한 운명의 푸대접과 인간적인
외로움 속에서도
그대는 어쩌면 그리 맑고 청아한 세계를
지킬 수 있었는지요?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고통 속에 피어난
아름다움에
가슴 아픈 존경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모차르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10 A minor는 드물게 ‘단조’로 작곡되었다. 당시 파리에 머물러 있었던 모차르트에게는 어머니의 이른 죽음과 주변의 질시와 몰이해로 생계마저 위협받던 암울한 시기였다. 이 곡에는 바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깊숙이 드리운 슬픔과 절망을 숨길 수 없는 작곡자의 파토스(pathos)가 못내 소용돌이친다. 그러나 2악장은 그 모든 와중에서도 그에게 내재했던 맑은 품위가 우아하게 펼쳐진다.
극도의 내적 외적 고통에 지배당했던 말년의 곡들, K.545, K.570 그리고 K.576들은 한없이 천진하거나 초월적 경쾌함에 찬 그래서 아름다운 승화의 차원으로 훌쩍 올라서는 천재의 모습이 뚜렷하다. 모차르트는 흔히 하늘로부터 인간에게 내려온 작곡가로 일컬어지는데 고통 속의 아름다움도 신이 주신 선물임이 분명할 터이다.

 

얼마 전 잉그리드 헤블러가 연주한 모차르트 소나타 CD전집에 들어갈 해설을 쓰며 다시 훑어본 모차르트의 세계는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찾아온 감동을 새삼 되새겨 본 기회였다.

 

K교수님의 이순(耳順)잔치에 만사 젖히고 갔다. 그 분은 모차르트다.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맑고 천진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분. 그건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아니 그 분은 모차르트보다 훨씬 복 된 분이다. 비록 가족은 없지만 그를 사랑하는 선, 후배 그리고 친구들의 탐스러운 마음들이 그 분을 세상에서 드문 부자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3월 첫 주는 찬바람이 여전히 거세게 부는 매운 날씨하며 꽁꽁 언 추운 마음이 과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벌써 몇 년 째 3월이면 절로 되뇌어 지는 화두(話頭)이던가?. 우리가 속한 집단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어 더 어둡고 동시대인의 고통이 가슴을 짓누르는 가운데 모두에게 위선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시대정신이 가증하다. 개인적 자괴감은 오히려 사치스럽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하면서 산다. 내면이건 외적인 국면이건 작던 크던 말이다. 과연 정신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 언제까지나 가능할 것인가? 문득 모차르트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이제는 다시금 포커스(focus)를 뚜렷하게 맞추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엔 너무 흔들리고 너무 어지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맞추어야지. ‘빵’인가? ‘품격(dignity)’인가?
모차르트는 후자에 맞추었다. 그 결과는 현실적인 매장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대신 그에게 내면의 평화로 축복했다. 그리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영원한 존경과 애정의 대상으로 남았다. 아무도 살리에리는 기억하지 않는다.
모차르트의 발뒤꿈치 근처에도 못 가는 나이지만 내적인 품위와 평화, 하늘로부터 내리는 축복을 다른 무엇보다도 받아 누리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모차르트처럼..
(Caro Mozart)........................ ’

 

또 다른 내적인 싸움이 끊이지 않을 이 가을 다시금 모차르트의 선택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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