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01년 성서와 문화

동유럽에서 생각한 민족, 나라 그리고 종교

성서와문화 2009.12.23 19:57 조회 수 : 1841

 
[ 작성자 : 장기홍 - 지질학 ]

 

동유럽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그리고 폴란드. 이 나라들은 강대국 틈에 끼인 약소민족들이고 독립을 갈망하다가 20세기 초에 겨우 독립국가들로 새 출발을 했으나 다시 강대국에 의해 거듭 짓밟힌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 우리 민족과 공통된 점이 있어 특별한 감회가 있었고 실감이 났다. 공산체재에서 해방되어 십년 남짓한 세월 동안 지금 우리 남한이 걸어온 것과 흡사한 번영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았다.
대우 자동차는 체코에서는 회사가 아직 유지되고 있으나 가장 큰 공장이 있는 폴란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들었을 때 가슴이 아팠다. 체코에서는 합작을 한 현지 체코인이 부동산을 팔아서 공장을 유지시키고 있다 한다. 여러 나라를 돌며 대우 차가 보이고 대우 간판이 보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민족 전체로서 좀더 합리적인 경영, 합리적인 정치를 했더라면 그런 실패가 없었을 것이다. 이성은 국력임을 강조하고 싶다.
하늘은 민족을 만들었다. 개인에게 ‘나’ 라는 생각이 있듯이 민족마다 ‘우리’ 라는 자아의 관념이 있다. 신채호선생은 ‘역사는 나와 남의 투쟁의 역사이다’ 라 했다. 실로 민족의식, 민족 형성 그 자체가 타민족과의 투쟁의 결과로 이룩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역사는 민족간의 사랑을 강조해야 할 역사이다. 투쟁과 사랑을 조화시키자면 민족마다 훌륭한 민족이 되어야 한다고 볼 때 인류가 얼마나 고등한 존재로 탈바꿈해야 할 크나큰 과제를 안고 있나를 알 수 있다.
이웃 개인간에 미운 놈이 있으면 죽이고 싶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움이 극에 달했을 때 히틀러가 그 증오의 화신으로 등장했었다. 우선 이웃 약자인 폴란드인들을 말살하려 했고 가장 말살이 손쉬울 것 같이 보였던 나라 없는 떠돌이 유대인과 집시들을 절멸(멸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가 폴란드의 크라카오에 갔을 때는 아우슈비츠의 옛 수용소를 탐방했다. 나치스가 물러나면서 대개 파괴했지만 남아 있는 수용소동들을 수리 복원해서 희생자들의 유물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탐방자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기는 조의를 표해야 할 곳이니 떠들지 말아 주시오’ 하는 뜻의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지각없는 관광객 가운데는 떠드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런 팻말이 붙었으리라.
기독교인들의 관광단체도 보였고 수용소를 둘러 본 뒤 단체로 잔디밭에 서서 기도하는 광경도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기도 같은 것은 전혀 할 마음이 없었다. 수백만 죄없는 생령들의 참혹한 살해가 버려진 채 자행되었는데 누구에게 기도한단 말인가?
이튿날도 사흗날도 아니 지금까지도 내 머리에서는 그 참혹한 광경이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탐방 이튿날 나는 현지의 한 한식당에서 한국 기독교인 관광객들이 밥먹기 전 식기도하는 광경을 보고 들었다. ‘좋은 세상 주시고, 우리로 관광케 하시는 은혜’에 감사하고 있었다.’ 아우슈비츠를 탐방했던 사람들 입에서 그런 기도가 나올 수 있는가! ‘좋기는 무엇이 좋은가?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자들의 망령도 납득할 수 있는 기도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차대전 중 수백만 유대인들이 희생되고 있었을 때 로마 카톨릭의 교황청에서는 침묵하고 있었다. 교황청에서 볼 때에는 유태인들이 이교도였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세계적 조직이기 때문에 꾸짖는 성명을 발표했더라면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무슨 종교인들인가?!
법복을 입고 형식적으로 종교의 노름을 하는 자들은 종교의 도둑일 뿐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참으로 깨달아야 하겠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들의 혼을 빼고 농락하고 있는가! 유린당하지 않으려면 깨닫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일본이나 기타 여러 나라에서는 나치에 버금가는 세력이 태동할 기미가 보인다. 인류는 언제나 위기에 직면한 존재이며 위험을 면할 길은 깨달음 이외에는 없음을 절감한다. 그런데 깨닫기는커녕 젊은이들은 점점 생각 없는 자들이 되어가며 그런 골이 빈 사람들에게 알맞은 종교들만 성하지 않나! 한심한 현황이다. 과연 속수무책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