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00년 성서와 문화

최초의 만찬

마이대니 2009.12.23 15:42 조회 수 : 1367

[ 작성자 : 이상범 - 밀알교회목사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수도원의 식당 벽면에 그려진 벽화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수와 가륫 유다가 동일한 모델에서 그려졌다는 제법 그럴듯한 예피소드도 한 몫을 거들어서, 어느 덧 우리는 이 그림에 의거해서 “최후의 만찬” 아닌 “최초의 만찬”을 회상하도록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이 예수와 제자들의 그 날 밤을 어느 정도라도 리얼하게 재현한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탐색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후의 만찬” 아닌 “최초의 만찬”이 행해졌던 그 다락방에 그렇게 큰 식탁이 놓여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될 것이다. 아마도 식탁 자체가 없었고 물론 의자도 없었음에 틀림없다. 예수와 제자들은 마루 바닥에 다리를 뻗고 서로 의지하는 자세였고, 떡 그릇과 포도주 잔은 마루에 그냥 놓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길래, 사랑하는 제자 요한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를 주님의 가슴에 대고 속삭일 수 있었던 것이다.
교회에서 제단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는 성만찬을 위한 식탁을 가리키지만, 그 식탁이 어느 덧 그리스도의 몸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면서, 그 다리가 노출 될까봐 제단 보로 치렁치렁 가리는 등 법석을 떨게 되었다. 그러나 “최초의 만찬”장에 식탁이 놓여 있지 않았다는 가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맥이 빠질 노릇이 아닌가?
요사이 우리의 젊은이들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듯, 로마 사람들이 그들의 취향에 어울리게 예수의 머리를 브론디로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다빈치는 수도원 식당에 놓여 있는 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수도사들의 시선을 위해서 그의 작품의 구도를 그렇게 꾸민 것이다. 레이몬드 브라운의 연구에 의하면, 요한의 복음서 전체가 최후의 만찬의 순간을 정점으로 해서 쓰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요한의 복음서에는 의례이 최후의 만찬 장면이 배치되어 있어야 할 13장은, 공관복음서들에서와는 달리,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요한복음서의 저자가 다른 복음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가설을 믿는다면, 다른 복음서들이 최후의 만찬을 너무나 의전화시켜서 다루고 있는 것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그 참 정신을 재현코자 그렇게 한 것은 아닐는지?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있고, 나도 그 사람 안에 있다.” 예수가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요한의 복음서에서는 가버나움의 회당에서 있었던 일로, 6장에서 읽을 수 있다. “최초의 만찬” 장면에서는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란 말씀이 무게를 잡고 있고….